주말에 '슈퍼스타 감사용'을 하길래 녹화해서 따로 보았다.

글쎄, 난 이 영화가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처음엔 오밀조밀한(?) 화면 구성에 나름대로 보게끔 만드는 요소는 있었지만, 예전에 우리나라에선 스포츠 영화가 대박내기 힘들다는 얘기를 주워 들어서일까? 아니면 내가 야구에 대해선 문외한 이어서 일까? 어쨌든 전체적인 느낌은 평이했다. 게다가 우리 연극팀 후배 한 아이가 이 영화가 좋다고 극찬한 것이 오히려 나에겐 마이너스로 작용했던 것도 같다.

그런데 딱 한가지 나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거진 말미에 감사용이 사력을 다 했음에도 결국은 져서 허탈하게 앉아있는 모습부터 였다. 그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서일까? 그동안 감사용을 시기하고, 무시했던 같은 삼미팀 동료들도 하나 같이 그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지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박철순이 그에게 목례하고 지나간다. 그전까지 그 누구에게도 인사 같은 건 할 줄 모르던 박철순이 감사용에게 그런 목례를 하는 건 그로선 감사용에 대한 최고의 오마주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박철순이 감사용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그제야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난 이기고 싶었어."를 연발하며 무너진다.

내가 그것을 잊지 못해 하는 것은 울 연극팀이 했던 연극과 중첩되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버스 기사인 아버지가 고의로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치어 죽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럴수 밖에 없었던 것은 자신의 아이를 치지 않으면 버스 승객을 죽음으로 몰아 더 큰 참사를 막아야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자신이 운전하던 차로 치었을 때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순간 기가 막혀 아무 소리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을까? 아님 포효하듯 울음을 토해 냈을까? 어느쪽을 선택하더라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후자쪽에 더 힘을 실었다. 그런데 내내 이런 컨셉으로 가려고 했는데 여태까지 모습도 들어내지 않다가 하루전날 짠 나타난 히든 카드(?) 녀석이 울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그 녀석 올해 연극과 졸업한 것은 알겠는데, 그렇게 연출에 관여할거면 처음부터 잡을 일이지 왜 늦게 나타나 밤 놔라 대추 놔라인가?

어쨌든  그 녀석왈, 배우가 관객을 울려야지 관객이 울 준비도 안 되있는데 배우가 먼저 울어버리면 그건 짜고치는 고스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 같았다. 결국 우린 녀석의 말을 듣고 울지 않기로 하고 대신 주인공을 맡은 아이에게 울지 말고 패닉상태로 가자고 했다. 아마도 호흡이 더 갈었더라면 울어도 될것도 같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연극은 거기서 암전이다.

사실 패닉에서 암전이어도 연극이 망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연출에 의문은 가져 봄직하다. 정말 배우가 먼저 울면 안되는 것일까?

나는 그 영화의 이범수가 그 장면에서 우는 건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어 보였다. 비록 나는 울지 않았어도. 나 역시도 눈물나는 영화나 영상물을 본적이 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 주인공들이 그만한 상황에서 울었기 때문에 나 역시 동화가 되어 울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녀석이 말했던 관객이 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배우가 먼저 우는 건 쇼라고 말하는 것은 좀 맞지 않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그 배우가 아주 연기를 잘 하던가, 우린 감히 올려다 볼 수 없는 연기의 최고의 경지를 넘보려고 했다는 소리 같기도 하다.

물론 난 감사용이 울었을 때 같이 울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어떤지는 십분 이해가 간다. 결국 우리 연극도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이렇게 연극을 하면 실제에서는 문제도 되지 않을 법한 벼라별 것이 다 의심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쪼잔해지고 성격더러워 지는 거 아닌가?

난 누가 연극하겠다면 뜯어 말리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의 경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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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12-2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을 유발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슬픈연가같은 드라마는 주인공들만 열라 울지, 시청자들은 아무도 안울거든요... 이 영화에서 전 어머니가 모아놓은 야구장 입장권 때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2005-12-29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