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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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내용 요약 같은 것은 생략한다.

그저 단지 읽으면서 생각한 것들이나 느낀 것들을 간략하게 쓰는 것으로 리뷰를 대신할까 한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문득 오래 전에 본 영화 <파이란>이 생각이 났다. 물론 내용은 이 책과 전혀 같은 것이 아니지만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한 공간에서 잠시도 만나지 않는다. 그들에 인연이 있다면 위장결혼을 했다는 것과 몇 통의 편지를 남자 주인공이 받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잔잔한 감동이 어느새 관객을 압도하지 않는가?

이 작품도 일종의 그런 얘기다. 책 표지에 나왔던 대로 단 한 순간의 만남을 위해 소년과 소녀는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것도 소녀는 그나마 선청성 백내장이다. 소년은 알아 볼 수 있어도 소녀는 알아 볼 수도 없다. 스쳐지나가듯할 뿐인데 바로 이것에 굉장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작가는 의미심장하면서도 시적으로 잘도 포착해 낸다.

 

읽으면서 사람은 참혹한 전쟁과 고난 속에서도 더 단단해지고, 결속하고, 서로를 보듬는 존재의 역설이 있고 위대함이 있다. 또한 그것이 미래로 나가는 힘을 발휘하게도 된다. 작품은 그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쟁문학이란 장르에 매료 당하는 것이고. 문득 <안네의 일기>도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글쎄.. 이 책 너무 기대를 하고 봐서인지는 몰라도 나 개인으론 이 작품이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리도 감정이입이 안 되는 것인지... 

마케팅을 위한 것이긴 하겠지만 책 겉표지에 나온 이 작품에 대한  상찬이 너무 과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이미 올해 미국의 권위있는 플리처상을 타버렸으니 이 작품에 대한 반박을 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어쨌든 내 개인의 느낌은 생각 보다 좀 많이 지루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들자면, 이 책은 묘사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서사가 약하다. 이 작품은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굳이 2차 세계대전으로 하지 않아도 될 것도 같다. 그냥 코소보 사태나 스페인 내전 뭐 이런 것을 배경으로 해도 작품은 충분히 성립이 된다. 어차피 전쟁 상황에서의 인간군상과 내면을 그렸으니까. 단지 2차 세계대전을 설정하는 건  지금까지 문학이 그것을 익숙하게 그려왔기 때문은 아닐까?

 

또한 나는 이 책의 작가가 스스로가 갖는 뭔가의 한계를 다른 무엇으로 메꾸려 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것이 지나친 서정적 묘사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론 전쟁 상황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운명이 처절할 수록 더 빛나는 뭔가가 있는 법이긴 하다. 그것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그리려 했던 것은 아닌지? 또한 그것을 인간 본성을 그렸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간 본성은 인간 서정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저자가 1973년 생이란다. 전쟁을 격어보지 않은 세대다(모르지. 남의 전쟁에 참전은 했을지). 단순히 상상력만으로 이만큼 쓰기도 쉽지는 않겠지만 요즘 문학의 지적하는 바가 묘사는 있으나 서사가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같은 지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왠지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서사가 부족하니 소설이 자꾸 진부해지고 재미없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느낌은 자유고, 나의 허접한 리뷰를 저자가 알아 볼 리는 없으니 나 혼자 맘대로 지껄여 봤다. 물론 이 책을 번역하고 출판한 출판사에 조금은 미안한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까지 리뷰를 보면 너무 칭찬 일색라, 나 한 사람 정도는 반기를 들어도 무방하리라고 본다. 물론 문체 자체는 나무랄 때는 없어 보이긴 하지만 문학을 문체로만 보는 건 너무 안일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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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0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1973년생인데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니, 특이하네요. 작가도 세계대전의 역사를 학교에서 배웠을 것이고, 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읽어봤을 거예요. 그래서 작가 자신만의 서사와 표현이 나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stella.K 2015-08-07 12:38   좋아요 0 | URL
내 말이! 그런데 어떻게 이런 작품에 플리처상이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가더군. 하지만 그런 생각 보단 내가 문학을 이해하는 수준이
낮은 건가? 죄괴감이 들기도 해.
그런데 내가 알기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플리처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거든. 그 작품 보면 그야말로 스펙타클 장쾌한 서사시란 느낌이
팍 오잖아. 아무리 현대문학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묘사만 있고 서사에
약한 작품에 이런 영예를 준다면 문학상은 이미 권위를 잃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ㅋ

페크pek0501 2015-08-0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긴 책을 읽으셨군요. 저도 두 권짜리 외국소설 샀는데 모셔 두고만 있어요.ㅋ
올해 안에 읽는 게 목표예요. 책이 밀려 있어서요.

<인간의 굴레에서>1, 2는 두 권 합해 천 쪽이 넘어서 읽고 나니 뿌듯하더라고요.
그런데 소설 독서의 단점은 다른 책과 함께 읽을 수 없음, 이에요. 쭉 이어져야 하니까요.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해서 말이죠.
에세이 독서의 장점은 이 책, 저 책 맘대로 왔다갔다 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인지 에세이가 편하더라고요. 배울 점도 많고요.

민음사 출간의 신간인데 별로인 모양이군요.
맞아요. 반기를 드는 리뷰를 누군가는 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5-08-07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7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