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BOOn 9호 - 2015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사실 내가 이 잡지를 읽어 볼 생각을 했던 건 순전히 착각에서 였다. 

작년 이맘 때 나는 후지와라 신야가 쓴 <겪어야 진짜>란 책을 읽었는데 왠지 이 사람에 대해 흥미가 갔다. 그런데 이번호에서 이 사람을 다룬다지 않는가? 혹하는 마음에 집어 들었던 거다. 그런데 왠걸, 신야는 맞는데 잡지가 다루고 있는 신야는 내가 알고 있는 그 신야가 아니었다. '다나카 신야'였던 것이다. 일본에선 나름 알아주는 소설가인가 본데 나는 이 작가를 여기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러면 그렇지. 좋은 일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신야는 소설가는 아니고 일종의 문화 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하긴, 후지와라 신야도 처음부터 알고 읽기 시작한 것은 아니니, 다나카 신야도 지금 알면 되는 거 아난가?  덕분에 모르는 작가도 알게 되었으니 나쁘지는 않다. 

사실 다나카 신야는 우리나라에도 그다지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지난 2010년 가와바타 나스나리 수상작품집이 번역된 적이 있는데 거기에 <번데기>란 작품이 실리긴 했지만 그나마 이책은 품절 상태라 구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잡지에 실린 그의 사진을 보니 나름 꽤 다부진 인상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상과 함께 몇번의 고배 끝에 <도모구이>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도 받았는데, 그때 시상식에 참석한 도쿄도지사가 그런 말을 했단다. 지금의 젊은 작가들에게 리얼리티가 결여됐다(23p)고. 그러자 다나카 신야가 이렇게 받아쳤다고 한다.

"아마 셜리 맥클레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몇 번이나 아카데미상 후보가 돼서 마지막에 받았을 때 '내가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것 같은데요, 뭐 대략 그런 느낌입니다. 네 번이나 떨어뜨려진 뒤니까 이쯤에서 거절해 주는 것이 예의라고 하면 예의입니다만 저는 예의를 모르므로, 혹시 거절했다고 듣고 소심한 심사 위원이 쓰러지거나 하면 도쿄도의 행정이 혼란하므로 도지사 각하와 도쿄도민 여러분을 위해 받아주겠다, 입니다. 저기, 얼른 끝냅시다" (23p) 

도쿄도지사가 요즘 작가에게 리얼리티가 없다고 일침을 가한 것도 놀랍기도 하지만 다나카 신야가 시상식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 또한 놀랍다. 난 이 도지사가 문학평론가쯤 되는 줄 알았는데 일본은 일개(?)의 도지사가 이런 말도 하는가 보다. 요즘 우리나라는 어느 유명 작가의 표절로 시끄러운데 그 말은 우리가 들어야 할 말 아닌가? 우리나라 작가들 리얼리티가 떨어지니까 표절도 하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작가가 이런 말로 받아치는 게 의외이긴 하지만 나에겐 일단 눈도장 한번 확실하게 찍는구나 해서 관심이 간다. 하지만 왠지 그의 작품은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소설 <일식>으로 유명한 히라노 게이치로의 인터뷰도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잡지는 일본의 문예지를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일본의 주목 받는 작가도 소개하지만 문화 전반의 것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호에서 다루고 있는 두 편의 에세이가 눈에 띄었다. 그 하나는 '헤이안 시대 궁정 여인의 삶'과 또 하나는 '한일의 경계를 산 사람들, 세스페데스 신부를 기억하며'다.

특별히 '한일 경계를 산 사람들....'에서 세스페데스 신부는 1500년대를 살았던 스페인 신부로 일본인 60만이 카톨릭을 믿게 된 예수회 소속 신부라고 한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로 치면 임진왜란을 직접 겪고 본 신부이기도 한데, 지난 드라마 <이순신>이나 현재 방영되고 있는 <징비록>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고니시 유키나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서 이건 정말 꿀팁이다 싶다.

또한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에선 젊은이들이 어떤 유행어를 쓰고 있는지 비교해서 다룬 글이라든지, 우리나라에 현재 번역되어 나온 일본의 신간들과 주목 받는 책들의 서평을 읽는 것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밖에도 여러 읽을 것들이 쏠쏠하다.

 

솔직히 난 남의 나라 문화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내 나라 문화도 모르는 것이 많은데 남의 나라에 대해 뭐 그리 관심이 많겠는가. 하지만 이 잡지는 일본문화에 대해 나름 진지하면서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어 앞으로 종종 관심을 같고 읽고 싶어질 것 같다. 흔히 우리나라는 일본과 정치적으론 그다지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문화적인 면에선 많은 부분 비교가 되기도 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잡지 대비 가격도 적당한 것 같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6-23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님의 글을 읽다가 문득 이 생각을 했어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추리소설 같은 전문 장르문학 잡지가 활발히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잡지가 우리나라에 나온다면 장르소설 마니아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특수 장르 잡지가 안 팔리면 1년도 못 가고 폐간되는 현실이 아쉬워요.

stella.K 2015-06-24 12:07   좋아요 0 | URL
솔직히 이 잡지도 얼마나 갈지 의문이야.
나름 괜찮은 잡지라고 생각해. 울나라랑 일본이랑
문화 비교도 할 수 있고.
격월로 발행한다는데 오래 갔으면 좋겠어.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미스테리아 잡지 나왔잖아.
그리고 이와 비슷한 잡지가 언제부턴가 나오기 시작했는가 본데
지금은 우리나라도 순수소설 보다 장르소설을 선호하는 편 아닌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나도 미스테리아를 예스24에 주문했봤어.
창간호니까 어떤가 싶어서. 근데 며칠째 안 오고 있다.
다른 책과 함께 신청했는데 그게 나온지 좀 오래 된 책이거든.
완전 끝장이다.ㅠ

페크pek0501 2015-06-23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관심사가 다양하네요. 이런 책도 읽으시다니...

오래전, 루스 베네딕트 저, <국화와 칼>을 읽으면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가 이렇게 비슷한 점이 있나, 그랬어요. 마치 우리나라에 대한 글을 읽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마도 같은 동아시아의 나라이기에 그런가 봐요. 사실 그 책을 읽기 전엔 일본이 우리나라와 얼마나 다른가에 관심이 갔었죠.
그래도 두 나라의 다른 점은 분명히 있죠. 소설을 읽어도 참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다른 나라와 비교함으로써 비로소 우리의 얼굴을 확실히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소설을 통해서도요.

stella.K 2015-06-24 12:13   좋아요 0 | URL
ㅎㅎ 모처에서 협찬 받아서 읽어 본 거예요.
사실 우리나라랑 일본이랑 중국이 조금씩 닮아 있잖아요.
전 우리나라가 인간성은 중국이랑 많이 닮은 것 같고
문화는 일본과 많이 닮고 그런 거 같던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래 음흉하잖아요. 아닌가?ㅎㅎ

같은 출판사에서 중국문화를 다룬 잡지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같이 비교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제가 워낙 잡자를 안 보는 주의라
생각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