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감독의 <음식남녀>

얼마만에 다시 본 영화인지 모르겠다. 10년됐나? 15년 됐나? 처음 봤을 땐 지루했는데, 다시 보니 그도 괜찮다 싶다.

요즘 음식 잘 만드는 남자가 대센데, 그렇게 음식을 잘 만드는 아버지가 있다면 난 업고 다닐 텐데 영화에 나오는 세 자매는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어쩌면 그리도 날씬할까? 아버지가 그렇게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주면 적어도 세 자매 중 하나 정도는 통통하게 살아 올라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영화가 연극 같기도 하고 코미디 같기도 하다. 거의 말미에 가서 손녀 같은 아이에게 음식을 만들어 준게 인연이 돼서 딸 같은 그것도 세 자매와 언니 동생하고 지내던 여자와 결혼하는 아버지가 무슨 영국식 코미디 같다. 둘은 연애하는 장면도 없다. 더구나 여자의 엄마와 연결되나 보다 했는데 그렇게 치고 나올 건 뭐란 말인가?

그래도 영화 전반은 공감은 간다. 울엄니도 점점 미맹이 되어 당신이 하신 음식은 자꾸 짜다고 불평한다. 어떤 땐 간이 맞는데 싱겁다고도 하고.  그리고 어느 날 남이 하는 음식을 맛이 있다고 하고. 이런 게 다 인생 아니겠어?

엔딩도 꼭 연극처럼 끝난다. 별 세 개 반.

 

이준익 감독의 <소원>

이 영화는 사회 고발적 영화라기 보단 내 아이가 뜻하지 않은 성폭행을 당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해줘야 하는가 실례를 보여주는 영화는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름 설득력을 지녔다.

그런데 피의자가 술 쳐먹고 난 내가 한짓을 모르겠다고 하면 12년으로 구형하는 거 좀 웃기지 않나? 아이의 평생을 망가뜨려 놓고 12년이라니. 그래서 아줌마들이 과격해지는 것이다. 저런 새끼 서울 광장에 매달아 놓고 거세시켜야 한다고. 우리나라 법은 정말 너무 무르다. 누구를 위한 법인지도 모르겠고.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모나지 않게 만들기는 하는데 분출하는 뭔가의 힘이 약하다는 느낌이다. 별 세 개다.

 

다시 보니 활 쏘는 남자의 근육질 자랑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역사를 적당히 얍삽하게 가미했다. 개봉 당시 말이 많았지만 지금 다시 봐도 그냥 볼만한 영화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오랑캐 조차 우리나라 배우를 쓸 거면서 오랑캐 말 쓰고 자막 다는 건 뭔가 웃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해외에 팔릴 걸 생각해서 그렇게 한 거겠지만.

어제 모 영화감독을 만났는데 요즘은 남의 나라 말에 자막을 쓰기도 하지만 굳이 안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관객들은 가슴으로 알아 듣고 웃는 단다. 번역도 잘 하면 모르겠는데 어떤 경우 안 쓰느니만 못한 경우도 있어 그렇게도 한다는 것. 나름 일리는 있어 보이긴 한데 난 외국어 알레르기가 있어 거지 같은 번역이라도 대충의 내용이라도 알아 듣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아무튼 언제부턴가 영화에서의 이 외국어 사용이 귀를 자극하긴 한다.  별 세 개.

 

사이코패스와 무식하고 바본데 집념 하나로만 똘똘뭉친 사람이 싸우면 어떻게 될까? 영화는 후자에 손을 들어준다. 

영화가 디테일이 약간은 부족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민기도 사이코패스 역으로 결코 뒤지지 않는 연기를 펼쳐 보인 것 같긴한데 역시 이 영화는 김고은의 한판승이다. 김고은은 또 어디서 이 바보같고 순박하며 고집불통, 천방지축의 캐릭터를 연구해 냈던 걸까? 마치 그녀 안에 그런 영혼이 숨어 있기나 한 것처럼 연기를 잘 한다. 지켜볼만한 배우고, 이 배우가 영화를 살렸다. 

 

재밌는 건 초반에 이민기를 제거해 달라고 부탁 받은 어느 청부살인업자 처음엔 먹기만 하고 다소 모자라게 나와 진짜 이민기와 맞짱 뜨는 장면이 나올까 싶은데 제대로 맞짱 뜬다. 이렇게 짧은 장면이지만 관객에게 의문을 갖게 하고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가 좋은 영환 것 같다. 관객이 예상한대로의 영화는 별로다. 그건 소설도 마찬가지고,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 개봉관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tv에서 하면 육두문자는 음소거하고 보여준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또 어제 만난 영화 감독 얘기를 하자면, 영화는 1%의 교양인을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때로 욕이 난무하고 인간의 날것 그대로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우리나라 tv의 문제는 육두문자 발음 하나 제거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심각한 건 자막의 공해다. 특히 예능 프로에서 자막을 남발하는데다 그나마 철자 무시하고 소리나는대로 쓰고, 비문에 비속어까지 난리도 아니다. 그 문제는 해결할 기미도 보이지 않으면서 그까짓 영화에서 육두문자 음소거했다고 집나간 우리의 바른 말, 고은 말이 돌아오겠는가? 

특히 이 영화는 이례적으로 스릴러 영화면서 해피 엔딩인데 김고은이 마지막에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가 그야말로 비속어로 이루어졌다. 영화 제작진은 또 어디서 이런 비속어적 노래를 발굴해서 김고은으로 하여금 노래를 부르게 했을까? 음제거를 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 보고 싶었는데 무슨 내용의 노랜지 알 수가 없어 아쉬웠다. 

이 영화 김고은 때문에 별 세 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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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4-0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들을 다 보신 거예요?
부지런하신 걸요...

첫 번째 영화가 가장 높은 점수네요.
저는 예전에 <밀양>을 참 흥미롭게 봤어요.
머리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었죠.
인간의 심리를 잘 묘파했다고 봤어요. 그런 게 좋더라고요.

stella.K 2015-04-09 10:46   좋아요 0 | URL
음식남녀는 좀 오래된 영화긴 하지만
인생이 담겨있잖아요.
저도 이젠 나이가 드는지 인생을 반추하는 영화가 좋더라구요.
잔잔해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는 게 흠일 수도 있지만...^^

[그장소] 2015-04-08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몬스터 영화 좋았는데..이민기가 그동안 만들어 구워 놓은 자기들 보면..
저것들이 다 청부살인이란 건데..
그리고 살인이 일어나는 곳 도 일반 음식점.
이란 특성을 볼때..몬스터는 만들어진 이민기가 아닌 저런일이 일어나도 아무 반응없이 이웃들이 태평한 이 사회가 몬스터..라는 고발과 같다고 봤어요.
이민기는 잘못 길들여진 청부살인마.와 모자란 바보.들의 싸움인거지..그가 처음부터 몬스터는 아녔고..가족들 이..되려 몬스터스럽다고...느낀...제가 이상한지..ㅎㅎㅎ

stella.K 2015-04-09 10:54   좋아요 1 | URL
오, 그장소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정리가 되네요.
그렇지 않아도 이게 뭔 영환지 정리가 좀 안 되더라구요.
생각해 보니 제가 처음부터 보질 않았어요.
그냥 또 사이코패스 영환가 보다 했죠.
그런데 바보와의 대결이란 게 좀 흥미롭다 그냥 그렇게 생각했어요.
왜 나중에 두 아들과 엄마와 식당에서 같이 술 마시다가
이민기 피 바가지 쓰고도 엄마가 넌 웃는 게 좋다라고 말할 때
섬짓한 광기가 느껴지긴 했어요.
저는 마지막에 김고은이 불렀던 노래가 궁금하더라구요.ㅋ

[그장소] 2015-04-0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가 알려준 욕섞인 노래..재미있더라고요..들으며 어디 구전민요인가?했어요.
가족들이 더 섬뜩해요.
이민기는 자신이 하나씩 죽이고나면 자기몸에 자해처럼 자국을 남겨요.
가족들의 냉정함도 이해하려고 끝끝내 참다
슬퍼하는게 보여요.반면 가족들은 얼굴을 자주 필요에의해 바꾸고요..ㅎㅎㅎ
살인마편에서서 변명해주는 제가 된거 같아서 어째 좀 그렇긴한데..ㅎㅎㅎ

stella.K 2015-04-09 14:58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니어요. 님이 보는 게 맞을 거예요.
어찌보면 이건 현대 가족의 슬픈 자화상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 거예요.
공부해라. 돈 벌어라. 사람의 가치는 실종되고
결국 나중에 몬스터뿐이 더 되겠어요?
근데 저 같이 둔한 사람은 그걸 좀 이해 못하겠더라구요.ㅋ

[그장소] 2015-04-09 14:56   좋아요 0 | URL
둔하시긴요..그런식으로 현대가족상~일반적으로 보니 그렇구나..특수성 ㅡ살인 ㅡ이 끼지않아도 우리 현재의모습이 그렇다는걸.

바로 짚어주시잖아요.^^
전 좀..멀리놓고 봤는데..
줌업을 시켜주시네요.^^또한번 놀랍니다.^^

stella.K 2015-04-09 14:59   좋아요 1 | URL
아니어요. 이런 이해도 님께서 가르쳐 주시니까 가능했죠.
전 오히려 님께 놀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