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임순례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던 것 같지는 않다. 글쎄, 뭐랄까? 영화가 결코 고급스럽지 않고  (그녀의 초기작은) 말하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약간은 궁상스럽다고나 할까? 특히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궁상과 추억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했던 영화로 기억된다. 그런 것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란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 임순례 감독이 만든 거 맞나 싶었다. 그 영화는 정말 재밌게 빠져서 봤다.

 

그녀의 영화는 한마디로 담백하다. 돌아서 가는 뭣도 없고, 화려한 치장이나 기교도 없다. 그래서 정말 제작비 아껴가며 만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뭐 그러면 어떠랴? 꼭 기교와 치장을 뒤범벅으로 쳐 발랐다고 해서 그 영화가 성공하리란 법도 없지 않은가? <제보자> 역시 그렇다.   

 

                        

 

난 처음에 이 영화가 임순례가 만든 영화인 줄도 몰랐다. 더구나 몇년 전 국민을 상대로 한 한판 사기극의 주인공 황 박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줄도 몰랐다.  그냥 <부러진 화살>같은 사회 비판적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았다. 단 임순례가 영화를 이렇게도 만들어? 좀 놀라웠다. 이런 영화는 누가 봐도 남자 감독이 만들었을 거라고 쉽게 생각해 버릴 수 있다. 하긴 임순례 감독이 아주 여성스럽지마는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이 영화 단순히 한 인간의 눈먼 욕망과 우리나라의 언론 부패를 까발리기 위해 만든 영활까? 꼭 그렇지만도 아닌 듯하다. 감독이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들끊는 군중심리를 건드리기도 했다. 보라. 황 박사가 줄기세포 연구해서 의학발전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흥분했나? 

 

근데 정말 흥분한 거 맞나? 난 솔직히 처음부터 좀 의심스럽던데. 더구나 황 박사(영화에선 이경영이 맡은 이장환 박사) 의학 전공이 아니라 수의학 쪽인가 뭐 그러지 않았나? 수의학도 의학은 의학이라지만, 사람이 동물로 내려앉은 거냐 동물이 사람 수준으로 높아진 거냐 했을지 모른다.    

 

그래도 이 땅에 아픈 사람들은 그런 거 가릴 처지가 못될 것이다. 사람이 동물이 되면 어떻고, 동물이 사람으로 승격이 되면 어떠랴? 내 자식, 내 가족 살릴 수만 있다면 뭔 일인들 못하겠는가? 바로 언론은 이것을 역이용 했을 것이다. 결국 영화에서의 이장환 박사 역시 언론의 희생양으로 자살하려고까지 했다. 황 박사도 그런 심정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언론이 다 부패하기만 한 것이냐면 그렇지도 않다. 그건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고투하는 기자들도 있다. 진실과 국익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누구라도 진실을 선택하지만 진실이 나갈 길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게 자못 영화에서 의미심장하게 다뤄진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싸움. 이것이 진실의 싸움이고,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지점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역시 부화뇌동하는 존잴까? 엊그제까지만 해도 이장환 박사를 맹신하고 그 진실을 파헤치려는 기자들에게 계란 세례를 퍼부었던 사람들이 줄기세포가 조작됐다는 말에 하나 같이 언론과 이장환 박사를 비난한다. 하지만 이게 사람이다. 사람 별거 있나? 언론 역시 그렇다. 뭐 없다. 하지만 언론에 끌려 남 욕할 때 나도 욕하고, 남 좋다 할 때 나도 열광하는 이게 좀 마땅치 않다. 남 욕할 때 나도 같이 욕해야지 안 하면 바보 같고, 은근 그쪽을 옹호하는 사람으로 오해 받을까봐 신경 쓴다. 언론이 얼마나 사람을 혹세무민하게 만드는지 알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언론에 휘둘린다. 

 

영화는 탄탄한 시나리오의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그래도 박해일이 방송국 사장의 차를 가로 막고 방송법을 읊어대는 건 약간 작위다 싶다. 그래도 그렇게해서라도 방송이 나간다면 그 보다 더한 작위도 감행하지 않을까?ㅋ 요즘 한쾌에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에겐 그리 많지 않은데, 이 영화는 정말 오랜만에 한쾌에 봤다. 

별 세개 반은 줄 수 있는 영화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02-09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02-09 18:04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그 대중속에 내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불편하겠지요? ^^

페크(pek0501) 2015-02-0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보자>를 극장에서 봤답니다.
모두 그렇게 알고 있는 진실을 뒤엎는다는 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큰 물줄기를 되돌려 위로 흐르게 하는 일처럼 어렵지만,
누군가는 해야 겠지요...
완벽한 거짓, 허약한 진실이 또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지요...

이 정도면 볼 만한 영화지요. ^^

stella.K 2015-02-10 11:17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재밌게 봤어요.
임순례 감독의 영화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이만하면 흥행은 몰라도 좋은 영화 만드는 감독으로
보증수표가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