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아빠 - 상
츠치다 세이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언젠가 로드무비님 서재 20000을 캡처해서 받은 선물이 저 두루미 아빠다. 그때 무비님은 개인적으로 감동한 것이라고 했는데, 나는 제목이 독특해서 받고 나서도 약간의 실소를 했었다. 기러기 아빠가 있으니 두루미 아빠가 없을리 없지 않겠는가? 아마도 어떤 한 가장이 세상 살이의 어려움을 꿎꿎히 딛고 일어서는 그런 내용일거라고 지레짐작 했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밀린 책들을 읽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던터라 선물 받은 건 좋은 일이긴 한데 이 책을 언제 읽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왠일인지 오늘은 이 만화책을 손에 들었고 내친김에 하권까지 앉은 자리에서 독파했다.

이야기는,  한때 조직에 몸담고 있었던 주인공이 한 여자를 만나고 거기에 우연치 않게 얻게된 흑인 갓난 아이와 함께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정식 결혼을 허락 받기위해 여자의 부모를 찾아가지만 출신이 확실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거절을 당한다. 그런 상태에서 여자는 임신을 하게되고 임신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갔을 때 태아가 12주임과 동시에 자궁 경암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때부터 이들의 생명을 향한 사투가 그려진다. 여자는 아기를 낳을 때까지만이라도 암치료를 뒤로 미루길 바라고,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억척스럽게 일을한다. 그리고 이 기회에 여자의 부모께 결혼을 허락 받게되길 바라지만 부모는 딸의 치료를 위해 노력을 다하겠으니 대신 헤어지라고 한다.

여자는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고, 결국 임신하고 있는 아이만은 어떻게든 살리고자 했던 희망도 사라지고만다. 그러던 중 여자는 점점 더 안 좋아져 결국 죽고,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정을 주며 키우던 흑인 아이도 생부가 나타나 다시 데려가고 만다.  그러면서 남자는 이러면서 더 살아야 하는 거냐고 절규한다.

세월이 흐르고 그의 품을 떠나간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어 우연히 그를 찾아 온다. 워낙 어렸을 때 자기를 돌봐줬고 헤어졌기 때문에 소년은 그가 자기를 돌봐줬던 양부였다는 사실은 기억에 없지만, 죽은 여자의 사진에서 그리고 차 한잔 대접 받은 남자의 손길에서 흑인 소년은 왠지 자신이 잘 알고 있던 사람들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자는 끝까지 그 사실을 소년에게 밝히지 않은 채 우연히 만났던 것처럼 그저 조용히 그들 부자를 배웅해 줄 뿐이다.

물론 어찌보면 어디 선가 많이 접해 본 순애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궁암에 대한 의학적 접근 또는 그 병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라든지, 두루미를 비롯한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새의 생태와 인생을 통찰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또한 말미에 여자가 아이를 잃고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상상력의 극치까지 밀고 나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사람은 뜻하지 않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는 그것이 다인 것같고 끝이 안 보이지만 그 산을 넘고나면 인생을 달관하게 되는 뭔가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사람의 삶은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확실한 주제 의식도 이 만화의 강점이라면 강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만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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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2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꽤 괜찮았죠?
전 나쁜 사람 망설이지 않고 혼내주는 속시원한 장면들이 특히 좋았어요.^^

stella.K 2005-05-27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정말 좋았어요. 고마워요 무비님.^^

비로그인 2005-05-2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품절이네요....;;;;

stella.K 2005-05-2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