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
전진국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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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굳이 말하자면 자기계발서쯤 될 것이다. 자기계발서를 특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로선 접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책도 사실은 다른 누군가가 썼다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자가 전진국이라 읽게 되었다.

 

전진국. 그가 누구인고 하니, 내가 매주 토요일이면 즐겨보던 <불후의 명곡>을 기획한 사람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자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형제들'에서 개그맨 박성광이 서수민 PD와 함께 디스하던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그런데 이 사람 좀 대단한 사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KBS 예능국장이고, 지금은 편성센터장이란다. 그런 사람을 일개의 개그맨이 디스하다니. 이쯤되면 개그맨이 예능국장을 능가하는 건가?ㅋ

 

사실 난 그다지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 인기많다는 <개그콘서트>도 매주 보지는 않는다. 솔직히 그런 건 가끔 봐주면 재밌긴한데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웃기는 걸 보면 나같은 사람은 좀 식상한다. 그건 <개그콘서트>만이 아니다. 시청률 좋다는 다른 여타 예능 프로도 좀 보다가 만다. 그런데 난 유독 <불후의 명곡>에 만큼은 경의를 표할 정도로 좋아한다. 어쩌다 <불후의 명곡>을 보지 않는 토요일이 있다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기운이 좀 빠진다. 

 

나는 <불후의 명곡>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한다. 한때는 화려했지만 지금은 잊혀질 왕년의 스타를 '전설'이란 미명하에 카메라 앞으로 불러 앉혔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요즘의 젊은 가수들에 대해 그리 많이 알리가 없는 내가(이것은 예능 프로를 좋아하지 않는 것과 함께 나이가 많다는 것도 요인이 될 것이다) 요즘 가수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프로의 지대한 영향이다. 게다가 한 가지 요인을 더하자면 그 '전설들'의 노래를 요즘의 감각에 맞게 편곡하는 그 편곡의 뛰어남이 나를 이 프로를 보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이 프로를 보면 뭔가 내 일에 대한 꿈을 꾸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내가 하는 일이 꼭 <불후의 명곡>에서 영향을 받을 건 아니지만 보다 보면 뭔가를 하고 싶도록 자극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 '뭔가'를 자극하게 만드는 것을 굳이 말하자면 '편곡'이라고 말하고 싶다. <불후의 명곡>이 저자의 프로였던 것만큼 편곡에 대한 정의를 책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역시 '편곡'은 결국 곡의 해석 능력이다. 사실 나는 요즘 한동안 쓰지 않았던 대본을 쓰고 있는데 특별히 요즘은 뮤지컬 대본을 쓰고 있다. 사실 어떤 작가의 작품도 알고 보면 세상에 대한 재해석이고, 그것을 어떤 구성과 기획에 따라 보여주느냐의 능력은 아닐까? 

 

사실 내가 쓰는 뮤지컬 대본이란 것은 세상을 향해 돌직구를 던질만큼의 화려 짱짱한 것은 아니고, 그냥 소소하게 교회에서 하는 것이다. 한때는 이쪽 방면에서 일을 하다가 그도 여의치 않아 접어 뒀던 일이다. 하다보면 너무 바닥이 보여 지치기도 한다. 무엇보다 봉사 정신으로 하는 거라 주위에서 격려는 많이 받지만 키워주고, 밀어줄만한 뭔가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터라 하나의 작은 경험은 될지 모르지만, 스펙으로까지는 연결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보면서 좀 부럽기도 했다. 어차피 자본주의 세상이고, 자본주의의 메카라 할만한 방송에 관한 이야기이고 보면, 자본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것이 대중문화다. 물론 젊은피가 들끊는 사람은 읽어 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나 역시 이 책이 표현한대로 '노땅'이다. 이런 이야기에 들끊을만한 피가 남아 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자본을 거부하리만큼 뇌쇠한 것은 아니다. 읽다보면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환경은 뭔가 회의가 스멀스멀 몰려 든다. 

 

기독교 문화를 외치고, 이쪽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아다시피 한국에서 기독교 문화를 대중적으로 알린다는 건 여러모로 어렵다. 그것은 신앙의 보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보수적이다. 그들은 오직 말씀과 기도, 선교와 봉사 이런 쪽에만 관심이 많지 사람을 보지 않는다. 교회가 사람을 키우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교회는 하나님과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말이다.

 

아무튼 책을 읽다보면 도전이 많이 된다. 솔직히 나는 경쟁사회에 그다지 잘 적응해 살아 온 사람이 못된다. 다분히 아웃사이더적이다. 그런 내가 살벌한 방송가에서 일한다는 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래도록 대본을 써 온 이력을 보면 내 속에도 뭔가 대중적인 일을 아직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는 것일테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주먹구구식이 많았고, 오래 버티지 못하는 근성 없는 성격도 한몫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일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적절히 균형있게 보여준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내가 대본 쓰는 일을 다시 하게 된 것은 사람이 그립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일과 사람. 사람과 일은 따로 떼어 놓을래야 떼어 놓을 수 없다. 이것을 균형있게 맞춰가기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가슴으로 일한다는 게 뭔지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개그 콘서트>의 PD 서수민이 저자를 가리켜, "그는 내가 아는 가장 가슴 따뜻한 크리에이터"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은 정말 어울리리만큼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이다. 한번쯤 읽어보길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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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08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배당 짓는 데에 돈을 쓰기 때문에 종교는 제 빛을 잃으리라 느껴요.
아무쪼록 더운 날씨에 늘 힘내어 하루하루 누리셔요~

stella.K 2013-07-09 12:1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ㅋㅋ
함께살기님도 더위에 건강 잃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2013-07-13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3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4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