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잘하는 CEO 감성경영 절로 되네!

사보이호텔 조현식 대표는 요리를 잘하는 경영인이다. 미국 유학시절부터 자취생활과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리솜씨를 갈고 닦은 그는 회사에서 야외 워크숍을 갈 때면 직원들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한다.

조 대표는 야외에 나가면 자신뿐 아니라 회사 임원들도 요리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은 요리하는 사장과 임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상사에 대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정감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말한다. 바쁜 일정이지만 그는 집에서도 가끔씩 자상한 요리사로 변신한다.

사실 그가 요리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된 계기는 선친 조원창 회장이 해준 ‘사랑의 볶음밥’ 이었다고 한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이었던 조 회장은 당시 여느 가장들처럼 부엌에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파서 몸져 누워 있는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 조 회장이 난생 처음 부엌에 들어가 볶음밥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어린 마음에도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이 참 아름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에 감동을 받았지요. 요리는 개인의 취미생활로도 그만이지만 가정의 화목과 조직의 팀워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봐요.”

사보이호텔 외에 패밀리레스토랑 ‘하워드&마리오’와 테마레스토랑 ‘카후나빌’ 등 두 가지 외식브랜드를 경영하고 있는 그는 취미로 하는 요리가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공한다며 흐뭇해 한다. 요리개발팀에 메뉴개발 아이디어도 건의하고, 자사 레스토랑에서 시식할 때면 맛에 대해 예리하게 지적한다. 외식산업의 트렌드도 남보다 한발 앞서 내다볼 줄 안다. 요리를 아는 CEO이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조 대표는 또 미국식 중국레스토랑을 포함해 외식브랜드를 꾸준히 확장해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요리를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꿈 많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가 끊임없이 메뉴개발과 새로운 레스토랑 브랜드를 구상하는 것도 요리사랑에서 얻은 리비도가 아닐까.

요리를 잘하는 경영인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우선 음식사업을 하면 성공확률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실제 조현식 대표처럼 음식사업을 하는 CEO들 중에는 요리가 취미인 이들이 많다. KFC 브랜드를 만든 커넬 샌더스는 본인의 취미와 소질을 살려 독특한 치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여러 사업에 손을 댔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샌더스는 60세가 넘어서 치킨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7살 때부터 빵을 만들어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요리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치킨에 10여 가지의 허브와 조미료를 혼합해 새로운 프라이드치킨 맛을 선보였고,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신세대 유학파 경영인들 가운데는 취미로 요리를 좋아하다가 음식사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심심치않게 있다. 샌드위치전문점 ‘델리비츠’의 노혜원 사장은 미국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으나 유학시절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음식사업을 하게 된 경우다.

둘째, 요리를 잘하는 리더들은 인간관계와 조직문화, 더 나아가 가정을 조화롭게 경영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정명훈 씨는 요리책을 냈을 정도로 요리에 심취한 음악인이다.

그는 “요리와 음악은 같다”고 설명한다. 맛도 음악도 모두 어우러짐, 즉 조화(harmony)를 이루어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조화에 대한 깨달음은 그를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존중해 주는 겸손한 음악가로 그리고 진정한 거장으로 성장시켰다. 무엇보다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정명훈 씨. 어쩌면 요리하지 않는 음악가 정씨는 지금과 같은 겸손함도, 음악과 일상의 균형도, 가족의 소중함도 모르는 그저 뛰어난 음악적 테크닉을 가진 뮤지션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안철수 사장도 아내와 딸을 위해 집에서 종종 요리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리는 단지 음식이 아니라 마음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는 자상함을 가졌고, 요리는 여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탈피한 CEO이기에 자사 직원들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경영인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야구감독 김재박 씨는 본인을 경영인이라고 소개한다. 한 구단을 리드하고 관리하는 것은 명실공히 경영인이기 때문이다.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뒤에도 역시 요리가 있었다. 가족을 위해 취미 삼아 해온 그의 요리솜씨도 수준급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여유와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느긋하고 훈훈한 인성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요리사 경영인들의 철저한 가족주의도 그들의 성공에 밑거름이 되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가정이 평화로워야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셋째, 요리를 좋아하는 경영인들은 요리를 통해 창의력을 키운다고 주장한다.

광고대행사 금강기획의 이영희 사장은 광고와 요리는 공통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요리를 즐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요리와 광고 모두 크리에이티브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요리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요리하는 사람의 창의력에 의해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광고와 매우 비슷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요리를 취미로 하는 경영인들은 요리가 삶의 풍요와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과도한 경쟁과 막중한 책임 및 업무로드로 인해 자칫 삭막해지고 지나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도 있는 경영자들. 하지만 요리를 하는 동안 휴식과 더불어 유희를 느끼게 되고, 사업의 세계와는 다른 아기자기한 일상적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화 기자 (erico@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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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5-03-1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라고는 라면밖에 못 끓이는 니르바나는 경영인이 못 된 것이 마땅합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요리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 분도 CEO인 셈이네요. 스텔라님

stella.K 2005-03-1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께서 만든 요리를 먹어보기 전까진 뭐라고 말씀 못드리겠는데요?ㅋㅋ.

s0da 2005-03-2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ovely~!

stella.K 2005-03-2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나워요, 소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