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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정원 - 바깥의 소설 30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 독자들이 흔히 외국 문학을 대할 때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나라는 어느 나라가 될까? 아마도 러시아 문학이 일순위에 놓이지 않을까? 그것은 아마도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또는 체홉 같은 당대 최고의 문학가들의 명성이 오늘 날까지도 전해지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또한 그것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당연히 거쳐야할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접하게되는 외국 문학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등이 되겠지. 그리고 독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최근엔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도가 되려나?
그러고보면 지구상에 몇 백 개의 나라가 있고 그 나라마다 고유 문학이 있을 것임에도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외국 문학은 극히 한정적적이란 생각을, 나는 가브리엘 루아의 <세상 끝의 정원>이란 책을 붙잡으면서 새삼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권위있는 출판사 중의 하나인 <현대문학>이 '바깥의 소설'이란 기획하에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있지 않은 제3 세계 문학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에서 번역 출판된 모양이다.
가브리엘 루아는 이미 MBC <느낌표!>란 프로에서 <내 생애의 아이들>이란 책으로 잘 알려진 캐나다 출신의 작가이다.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인데, 이 <세상 끝의 정원은> 우연치 않게도 나의 서재 이웃인 플레져님께 선물을 받음으로서 읽게된 책이다.
그러고 보면 나로선 캐나다 문학을 처음 접한 책이 된 셈이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 어느 누구의 캐나다 문학을 접한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일게다. 그러니 우리나라 유수한 출판사가 이제사 '바깥의 소설'이라 하여 겨우 알려졌으니 우리나라에선 제3세계 문학일 수 밖엔 없겠만, 이것이 캐나다에선 얼마나 놀라운 사실로 받아 들여질까 새삼 씁슬한 미소가 나왔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놀랍게도 그 특유의 대륙적 정서가 느껴져 감탄을 하며 읽었더랬다. 정말 작가의 배경 묘사나 심리 묘사, 인생을 관조하는 작가 특유의 필치가 상당히 노련하다는 느낌을 갖게했다. 그것은 마치 이 책의 첫번째 단편인 '삼리웡, 그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를 읽으면서 톨스토이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한 나그네가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를 읽으면서는 마치 체홉의 어느 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가졌었다.
특히 이 책의 표제작 '세상 끝의 정원'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주인공 마르타가 캐나다로 이주해 남편과 함께 힘들게 정착해 살면서 아이들 낳고, 아이들은 장성해서 영어를 잘 하지만 자신과 남편은 영어를 끝내 잘 하지 못하는 것에서 끝내 캐나다의 주류 사회에 편입하지 못하는 삶을, 암이 걸린 늙은 몸뚱이로 자신의 지난 날을 회고하고 인생을 관조내고 있는 것에서 우리나라의 애니깽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가브리엘 루아는 기자겸 소설가였다. 그녀는, 기자로서 밥벌이 및 직업적 구속과 작가가 되려는 야심을 서로 조화롭게 타협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그녀는 매년 분명히 구분되는 두 가지의 생활 패턴을 반복하려고 노력했단다. 하나는 장소 이동과 모험, 다른 한편으로는 고요히 물러나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작품해설 250p)이 그것이다.
그녀의 글쓰기는, 나이가 많아지고 건강이 쇠약해지고 친구들이 떠나고, 직업적인 걱정이 희미해지고, 그리하여 그의 삶과 존재가 군더더기 없이 벌거벗은 모습 그대로 드러나면서 글쓰기는 마침내그 본질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그녀는 자신의 최후에 대비해야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회한도 두려움도 없이 오직 태연함, 관조와 화해와 위안의 경지에 이르고자 한다. 이제 마침내 일생 동안 경작해 온 자신의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완성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문자 그대로 이 늙은 여인은 오직 자신의 붓끝에서 태어나 현재의 삶을,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를 정당화시켜 줄 단어, 문장, 이야기, 오직 그것에만 기대를 걸고 바로 그것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글쓰는 것은 우리의 유일한 구원이며 우리를 해방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를 해방시키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수단이다."라고 말한다.(259p)
역시 대가다운 면모를 느끼게 하는 글쓰기에 대한 통찰이고 철학이란 느낌이 든다.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 대륙적 정서가 느껴진다고 했다. 그것은 캐나다의 그 드넓은 평원과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 척박한 그 나라의 환경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끝으로 제3 세계의 문학(프랑스 어)을 유려하게 우리나라 말로 옮기는데 번역의 수고를 아끼지 않은 역자인 김화영 교수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것은 그의 번역은 신뢰할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