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몬스터의 세트장안에서 찍은 박찬욱 감독의 모습입니다.

 

이 작품은 칸에서 수상한 박찬욱 감독이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내놓은 작품입니다. '쓰리, 몬스터'는 아시아의 세 감독이

 

옴니버스로 결합한 형태의 영화죠. 박찬욱은 여기서 '컷'이란 40분짜리 중편을 내놓았습니다.

 

 

시사 뒤에 초보 영화기자인 저는 무척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영화는 저를 위로하지 않았고, 각성이라기 보다는

 

뭔가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에게 질문을 몇 가지 던졌는데,

 

첫번째 질문은 "당신의 영화를 보고 구토할 뻔 했다. 만족하나"라는 도발적 질문이었죠.

 

그는 "절대 만족못한다"는 귀여운^^ 대답을 하더군요.

 

신문에는 세 감독의 인터뷰를 압축해 놓았습니다. 박찬욱이 한 말은 더 많고, 더 풍성합니다.

 

여기 박찬욱과의 인터뷰를 처음 공개합니다. 그는 구토를 느끼는 관객들에게, '불만'입니다.

 

 

1. 당신의 작품을 보고 구토를 느꼈다. 만족하는가. 만족한다면 이유는?
-만약 만족 못한다면 뭘 느끼게 하고 싶었나.

죽어도 만족 못한다.  내가 원한 반응은 구토가 아니라 '의문'이었다.  저 인물들은 왜 저렇
게 행동하는가, 나라면 저럴 때 어떻게 했을 까, 도대체 저들의 언행은 어디까지가 진심이
고 어디부터 거짓일까, 따위.  [컷]의 키워드는 '딜레마'이다.  내가 만들어온 영화가 죄 그
렇다.  살면서 필연적으로 놓이게 되는 선택의 갈림길.  어느쪽을 고르든 완벽할 수는 없다. 
어차피 하나를 택하면 뭔가 하나는 잃어야 한다.  최선은 없다, 최악만이 겨우 선이다.  당신에게 딜레마 상황이 닥치지 않기를 바란다면 당신은 철없다. 상황에서 끝내 선택할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다행인 줄 알아라. 어디로도 가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니. 딜레마 상황에
끝없이 봉착하면서도 그런 줄 모르는 사는 둔감한 우리의 머리 속에 도덕적 물음표를 생성시키고자 함, 바로 내 목적이다.


2. 세 작품을 기획할 때 당신들이 공감한, 혹은 합의한 키워드는 뭔가.
마지막까지 지니고 가야겠다고 생각한 이 프로젝트의 교집합은 무엇인가.

-35분 전후의 러닝타임.  나는 이를 지키지 못했으므로 할 말 없다. 


3. 당신의 작품을 보고, 증오를 말하고 싶어하는 당신을 발견했다.
그 감정들이 가지는 악마성에 대해 각자 얘기해달라.

-증오는 몹시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사랑의 어두운 이면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은 분리 불가능한 양면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상호적인 증오의 관계는 바로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증오심의 파괴적인 성격을 직시하지 않고는 우리가 사랑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아내의 목을 조르면서 "사랑해, 여보!"라고 중얼거리는 이병헌을 보라. 

 

4. 이 장면만은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감독으로서의 추천이 있다면?

 침입자는 카운트다운하고 아내는 울부짖는다. 메트로놈은 무심하게 박자를 세는데 남편에게는 아내를 구할 용기가 없다.  아내를 구하는 것은 분명 선한 행위일 테지만, 그것은 생면부지의 어린아이를 죽인다는 엄청난 악을 통해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선이다.  이 총체적인 카오스야말로 [컷]이 보여주고자 하는 인생의 모습이다.


5. 일상을 살면서 영화보다 더 무서운 현실을 발견할 때가 있다.
당신에게 기억나는 그 순간을 얘기한다면.

-아직 김선일이 살아있을 때 파병 입장을 확인해준 한국 정부.


6. 미이케 다카시와 프루트 챈 영화에 대한 당신의 소감은.
-[일본] - 나는 오래된 미이케의 팬이다.  열 편이 넘게 봤다.  그래봐야 극히 일부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악몽이겠지만 샴 쌍동이에게는 따로 떨어져 살아봤다는 체험 그것만으로
사상 최고의 아름다운 꿈일 수 있었다는 이 개념은 정말 미이케적으로 매혹적이다.

[홍콩] - 어떤 초자연 현상도, 원귀나 악의적인 폭력 행위도 없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 경의를 표한다.  공포장르사상, 식인 티브를 가지고 만들어진
가장 우아하고 의미심장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7. 40분 분량은 소설로 치면 중편일 것이다. 어떤가. 이런 옴니버스 영화의 매력과 아쉬운 점은?

-서브 플롯 없이 단일한 이슈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영시간 아닌가.  그 집중도가 매력이다.  내가 좀 헤매더라도 다른 두 편 감독만 잘 해주면 어떻게 좀 묻어서 가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태한 자세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8. 당신의 열혈 팬들을 제외하고, 이번 당신의 영화에 대해 당신 영화의 투자자들이 기뻐할 것 같은가?

-극장용 장편상업영화를 해온 감독이 단편을 만든다면 그건 흥행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쓰리] 프로젝트는 또 엄연히 상업영화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다 받는다는 거다.  게다가 이번 흥행에 시리즈
자체의 명운이 달렸다고 압박하는 오정완 대표까지 있다.  나 하나 때문에 앞으로 어떤 걸작들이 나올지 모르는 이 시리즈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상황은 극중 영화감독이 처한 것 못잖은 악몽이다.  후속작들은 아직 태어나지 못했지만 현재 임신중이다.  이 태아들이 낙태되지 않고 세상의 햇빛을 볼 수 있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투자자가 아니라 [쓰리3], [쓰리29]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9. 저널에서 요약하는 자신의 소개글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많았을
것이다. 200자 원고지 한 장 분량 안쪽으로 스스로를 소개해 달라.

-우리가 이력서, 자기소개서 쓰기 싫어서 예술가 된 사람이다, 그런 거 강요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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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10-15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 싶었는데 못봤어요. 비디오라도 봐야지

stella.K 2004-10-1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언제 개봉했나요? 상영 기간이 너무 짧아서 언제 뭘하고 내리는지 통 알 수가 없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