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근기자 bkjeon@chosun.com
 


▲ 슈퍼맨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
‘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Reeve)가 지난 10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그의 대변인이 11일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올해 나이 52세. 웨슬리 코움 대변인은 리브가 지난 9일 뉴욕의 자택에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10일 밤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리브는 최근 마비 증세가 심해지면서 욕창(褥瘡) 등의 합병증과 2차 감염에 시달리면서 노던 웨체스터 병원에서 줄곧 치료를 받아왔다. 리브의 미망인 다나는 별도로 발표한 성명에서, “남편에게 제공해준 뛰어난 보살핌에 대해 가족을 대신해서 노던 웨체스트 병원측에 감사하고 싶다”라며 “또한 간호사들과 보조원들은 물론 지난 수년간 남편을 아껴주고 성원해 준 전 세계 수백만 팬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수퍼맨’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던 그는 9년전 경마경주 대회에 출전했다가 말 위에서 떨어지면서 목뼈 부위 척수를 다쳐 목부위 아래가 마비됐었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나서는 한편, 정력적인 사회활동을 펼쳐 영화보다 더 큰 감동을 안겨 왔다.

그는 미국 의회에 나가 척수 장애자들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로비 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영화계에도 다시 돌아와 1998년, 세계적인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물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리어 윈도우’란 영화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휠체어를 탄 사나이로 나와, 이웃 사람을 살인자로 의심하는 심리 연기를 멋지게 소화해냈다.

그는 그 무렵 심경을 이렇게 피력하기도 했다. “나는 목소리와 얼굴만 가지고는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거라 걱정했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집중한다면, 그래서 생각을 촉발시킬 수만 있다면, 그들(관객)이 내 얼굴을 읽을 것이라는 걸 알고 놀랐다. 수많은 클로즈업 장면들을 가지고도 내 모든 생각들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96년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나와서는 동료들을 감격에 눈물짓게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헐리우드는 보다 많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다. (…) 우리가 함께 계속해서 위험을 무릅쓰자. 이슈를 다루자. 많은 방식으로 우리 영화 공동체는 그 일을 누구보다 더 잘 할 수 있다. 예술적이든 아니면 다른 것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도전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 뒤로도 어느 곳에서든 공공장소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과거와 다름없이 잘생긴 얼굴이었고 푸른 눈은 빛났고 목소리는 또렷했다고 AP는 전했다.



▲ 생전에 투병중인 크리스토퍼 리브./ AP연합
그는 특수재활운동 등의 끈질긴 재활노력으로 2000년에는 일부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게 됐는가 하면, 한때 다리와 팔이 더 강해지기도 했다. 또 다른 신체 부위에도 감각을 되찾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그는 휠체어에 의지한 체, 치료를 위한 인간줄기세포 연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강연에 나서는 등 국제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망또를 펄럭이며 창공을 가로지르던 그도, 이제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훨훨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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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0-1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인생 무상을 느끼게 하더군요. 이런 사람은 오래 살아줘야 하는데... 명복을 빕니다...

stella.K 2004-10-1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말이어요. 참 불운한 배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