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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경영의 원칙 ㅣ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안철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1월
평점 :
언젠가 안철수씨가 '무릎팍도사'에 나온 것을 본적이 있다(개인적으로 그 프로가 문을 닫았다는 게 아직도 아쉽다. 토크쇼를 아주 즐겨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만한 토크쇼도 없다는 생각인데, 그나마 문을 닫기 전에 안철수 씨가 나왔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전까지는 안철수란 이름만 들었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해서는 잘 알지도 못했다. 그때 그를 보고 저렇게 반듯하고 신사적인 사람이 또 있을까 싶게 좋은 인상을 받아었다.
책은 그때 4시간 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웬만한 거 다 잘리고 재밌게 이야기 한 부분만 편집되서 나왔다고, 그의 성정이 하도 반듯하여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하자면 안철수식 툴툴거림이 있었다. 바로 이책은 그때 무릎팍도사에서 잘린 부분을 복원한 셈이라고 한다.
사실 얇은 책이라 부담이 없을 것 같지만, 어떤 책은 얇은 책의 위력을 톡톡이 보여주는 책도 있어 이책 역시 만만히 볼 것은 아니지 않을까란 우려가 약간은 있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를 하자면 꽤 유익한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솔직히, 그가 알려지기 시작하고 좋은 인상을 받으니 그동안 그가 쓴 책을 한 두 권 사 보긴 했다. 그런데 자기계발이니 경영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일까? 나름 유익은 했지만 생각만큼 그렇게 감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책은 그것들을 보완이라도 한듯 명쾌해서 좋았다.
무엇보다 그는 남들이 잘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하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해 보이는 것에 대해 질문을 한다. 즉, '사람들이 모여서 일할 필요가 있는가?' '회사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기업의 목적이 수익 창출이라고 하는데 이상하지 않는가?'하는 질문들이다. 원래 당연하다는 것은 없다. 그저 관성 내지는 타성에 젖어 질문하지 않는 것 뿐이지 안철수 씨가 갖는 질문은 우리도 당연(!)해야할 질문들이다. 특히 난 이 세번째 질문은 가장 탁월해 보이는 질문 같다.
사실 나는 기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소비자고, 온라인에서 여기저기 회원으로 있다. 그리고 내가 회원으로 있는 곳이 어느 회사고보면 진정으로 사람을 위한다는 느낌을 갖기가 어렵다. 그저 짐짝까지는 아니어도 단위조합의 일원(?) 뭐 그런 식으로 취급 받는 것 같아 마음이 상할 때가 있다. 특히 마케팅이란 이름을 내세워 선긋기를 하고 '그들만의 리그' 내지는 '그들만의 잔치'를 만들어 열심히 활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둠의 자식'처럼 취급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누구나 대접 받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알게 모르게 위화감을 조장하고, 회원관리란 명목하에 의식, 무의식적으로라도 뭔가의 레벨을 적용하려고 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마케팅을 하려면 무조건 물량주의로 가지 말고 사람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 소리를 듣는 거로부터 시작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은 이 얇은 책이라도 읽어줬으면 좋겠다.
특히 내가 도전 받은 건, 그가 인용한 스톡데일 패러독스다. 무조건 긍정의 힘 또는 긍정의 과신에 이끌려서 낙관주의자로 살기보다 똑똑한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낙관주의자는 막연히 잘 될거라는 믿음을 갖다 좌절하고 넘어지지만, 현실주의자는 자신은 좋은 운명을 타고났으며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현실을 냉정하게 보는 것이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이런 것들은 자기계발이나 경영에서 취급하는 것이다. 새삼 독서를 편식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ㅋ
이책은 서울대학관악초청강연을 풀어쓴 책이다. 1부에서는 안철수 씨의 강연 내용이 그대로 수록되있고, 2부에서는 질의응답으로 되어있다. 질의응답도 꽤 정제되고 고급한 질의응답들이 이다. 특히 수록된 마지막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주지 않는 한국 국민의 시장 풍토의 문제에 대해 그의 정신과 의사 친구에 대한 예다.
나름 10년간 고생해서 학위도 받고 개원을 해서 환자들의 상담도 받고 했는데, 나중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아까워한단다. 별것도 아닌 것에 진료비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궁시렁거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 상담이 끝나고 영양주사 한대씩 놓아주었더니 기분좋게 돈을 내더라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한국 사람은 지적재산권 즉 소프트웨어, 영화, 전문가의 조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그것을, 우리나라는 뿌리 깊은 선비문화가 있어서, 어떻게 양반이 천민처럼 지식에 대해서 돈을 청구해서 받느냐는 생각이 있다(115p)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식정보산업과 전문가들의 조언에 대해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생각해 볼만한 말이란 생각이 든다.
사견이지만, 요즘 일부에선 안철수를 대통령에 앉히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것에 관해 본인은 정말 어떤 생각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난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가 개인적으로 그를 좋아하기 때문마는 아니다. 그가 질의응답시간에 그런 말을 했다. 전쟁은 적을 믿으면 안 되는 반면, 정치는 적을 믿어야 정치가 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에는 정치가 없다(97p)고 말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가 경영을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경영이란 말이 있다. 이제 국가는 정치로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라 경영을 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시대는 문민정부 이전에나 가능한 말이다.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은 허울좋은 자릴 뿐 정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세대가 아니다. 지금의 가카도 그의 시작은 경영에서부터 시작을 했지만 대통령의 권좌를 위해 경영을 버리 정치를 한다고 했다가 별 재미를 못 보고 임기 만료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미국은 벌써 오래 전에 영화배우도 대통령이 되는 상황인데, 기존의 정치인에게 나라를 맡겨 잘된 예가 없다면 경영인에게 나라를 맡겨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 보는 것이다. 물론 정책이 확실하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낼수 있다면. 그런데 그를 견제해선지 하나의 신드롬으로 해석해서 띄우는 지금의 사화회적 풍토도 그닥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 사람이 뜨면 그것을 지나치게 우상화하거나 견제하는 극단을 보인다. 사람을 보는 관점이 좀 유연해질 수는 없는 것인지? 성숙사회.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담이지만, 이책은 내용은 좋은데 만듦새는 좀 허술해 보인다. 뒤에 낱장이 헐거워 떨어지게 생겼다. 책이 얇은 것에 비하면 가격은 그닥 싼 편은 아닌 것 같은데 꼼꼼할 수는 없는 것인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