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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점 - A Frozen Flow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 감독 : 유하 |
| 주연 : 주진모, 송지효,조인성(2008) |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연애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여자 하나를 놓고, 여자 하나 때문에 벌어지는 참극 정도랄까? 또는 트로이의 목마의 또 다른 버전 일수도 있겠다. 남자와 여자는 그 두 존재로만 온전히 존재할 수 없는 걸까 싶기도 하다. 꼭 그 두 존재 사이에 아이가 있어야 완성이 되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 구조를 정치적 책략까지 끌어 올린 것이 왕조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비슷한 구조를 갖는 영화는 하정우가 나왔던 '두번째 사랑'에도 나온다. 아기를 갈망하는 여자가 한 불법 이민자와 거래를 하다가(여자는 남자의 정자를, 남자는 여자의 돈을) 진짜 사랑에 빠져 버리는. 그러나 그것은 용인할 수 없는 금지된 사랑이기도 하다. 여자의 남편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으니까 말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아 후사를 이어야 하겠지만 고려사의 마지막 왕은 아이를 낳을 수 없다. 그는 가장 신뢰하는 신하(조인성 분)에게 왕비와 합궁하기를 명한다. 그렇게 해서 후사를 얻으려고. 하지만 그건 이야기의 비극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신하에게 자신의 아내를 준다. 왜 남자는 사랑없는 섹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함정에 빠트리는지 모르겠다. 당연 몸이가면 마음도 가는 것이 인간의 체온 아니던가. 그렇게 되도록 들이민쪽은 이 비극의 왕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자신의 아끼던 신하가 왕비와 바람이 나서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둘이 그렇게 사랑에 빠져버리니 홀로 남는 자신이 슬프고 안타까워서 그토록이나 사랑에서 증오로 돌변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왕은 마지막 죽기직전 물어봤겠지. 너는 나를 사랑했었냐고. 그때 조인성은 아니라고 했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여자를 품이 봤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이 영화는 남자들의 섹스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여자는 마음이 가야 몸도 간다.는 말을 뒤집어 보이고 싶어하는 것도 같다. 처음 자신의 남편도 아닌 남편이 아끼는 신하와 합궁을 해야한다니 얼마나 굴욕적이었을까? 그런데 바로 그 굴욕 넘어에 진짜 사랑이 있는 거라고 믿게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말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생각하는, 꼭 마음이 가야 몸이 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뭐 그것에 반은 동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랑하면 뭘하겠는가? 그 나머지를 둘러싼 건 비극일 뿐인 것을. 역시 도덕과 섹스는 함께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영화에서 또 한 가지 발견했던 건 확실히 섹스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다르다는 건 정사 장면을 찍는 감독의 방식이다. 만일 이 영화를 여자 감독이 맡았다면 비교적 많은 정사 장면을 더 많은 복잡한 심리 묘사로 대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 감독이 맡은 이 영화는 참 과하다 싶으리만치 정사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럴 때 관객의 반응은 또 어떤 것일까? 남자는 아랫도리가 뻐근해질까? 적어도 여자인 나는, 알았어. 알았다구.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꼭 남자 감독이냐 여자 감독이냐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관객을 누구를 타켓으로 할 것이냐에 따라 수위는 조절할 수도 있는 문제다. 이쯤되면 벗기는 것도 예술이고 ,능력이라고 우길텐가?
왜 남자 감독들은 그토록이나 벗기길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 적어도 그렇게 믿는 것 같다. 나 이 남자 배우, 이 여자 배우 벗겨봤어.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그 벗는 영화에 자신을 기꺼이 맡기는 배우는 어떤 정신 상태인가 좀 궁금하다. 물론 벗는 영화 찍을 때 나름 여러 가지 장치를 쓴다고는 하는데 그래봐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일과 실제를 구분하리만치 건강한 사람들일까? 그것도 예술이기 전에 하나의 인권은 아닐까? 자진해서 벗겠다는데 인권은 무슨, 하며 썩소를 날린다면 그도 할 말은 없지만.
감독이 그렇게 배우들의 옷을 벗길 때 벗기면 벗길수록 멀어지는 건, 관객들의 점잖은 예술적인 평가다. 대신 프로이트의 이론에 동조해 주길 바라는 것이겠지. 실제로 이 영화가 개봉됐을 때 여성 관객들은 조인성의 엉덩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예술이었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나도 드디어 보았다고 외치고 싶기도 했다. 그래봐야 속도 느린 3G 스마트폰과 같은 처지 밖엔 안되는 것이니 조용히 입 닦치고 있으련다). 아무리 여성들이 마음이 가야 몸이 움직이는 족속이라고 해서 보이는 것 자체를 말하지 않을만큼 점잖빼는 족속은 아니다. 그것을 감독은 즐겼을까?
그리고 그런 배우는 예술에 헌신했다고 해서 몸값이 올라가고,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는다. 확실히 벗는 것과 예술과 돈은 뭔가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아름다움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없는 듯도 하고.
영상은 나름 좋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고려시대 무사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쁘게 하고 나오니 정말 동성애도 가능할 것도 같다. 하지만 역시 영화는 비극적이다. 주진모와 송지효가 각각 불렀던 노래가 귓가에 멤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