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새로운 가수의 등장이 가장 눈길을 끌 것 같긴하다.
그전에 '나가수'가 정말 믿음을 주는 건,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순전히 그 가수의 노래 실력으로만 본다는 것이다.
적우라는 가수가 있는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이미 꽤 활동을 한바 있는 가수라고 한다. 그런 그녀를 나가수에 세웠으니 그것만으로도 이 프로는 박수를 받을만 하다.
하지만 난 이 가수를 아직은 잘 모르겠다. 2위라는 등수를 준 건 지난 번 거미의 등장과 비슷한 것 같다. 음색이 독특하긴 하지만 뭔가 쳐진다는 느낌이 든다. 과연 이런 쳐지는 노래로 멀고 엄난한 나가수의 여정을 잘 헤쳐 나갈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가수에 대한 김태훈의 관전평에 나도 동감이다. 어떻게 나가수에 맞는 색깔을 내도록 노력할 것이냐가 관건.
노래 다 부르고 (촌스럽게) 울던데, 그동안 나름 무명으로 서러움을 많이 겪었나 보다. 그래도 이 무대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으니 앞으로 탄탄대로가 열리지 않을까?
그런 걸 보면 청중평가단의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이 등장했을 때 뭐지? 하며 의심하고, 처음부터 짠 점수를 주기 보다는 일단 웬만하면 후한 점수를 줘서 새로운 가수에게 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청중도 까탈스러워 그 다음 번엔 기를 확 꺾어놓을만큼 냉정해 지는 것 같다. 단지 이것의 예를 벗어난 가수가 있었는데 그건 조규찬이었다. 이 사람은 처음 등장부터도 안 좋더니 바로 탈락이다. 어쨌거나 첫등장부터 좋았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하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윤민수의 파격변신이다.
그는 이제야 비로소 무대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제까지 무대 중에서 가장 좋은 무대를 보여준 것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남자 자신감 백배라는 걸 어디서 느꼈냐면 끝나고 순위 발표 때다. 얼마나 말이 많던지. 그렇지. 자신감이 붙으면 마음이 넓어지면서 말이 많아진다.
그가 1위를 하고난 후 소감이 인상적이다. 이제야 아들에게 떳떳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그동안은 아들이 유치원엘 가면 친구들이 너의 아빠 몇위 하더라 할 때마다 미안했는데 이번만은 안 그래서 좋다고.
이래서 사람은 결혼을하고 애를 낳아봐야 한다는 것 같다. 자기 자식을 두고 어떻게 나쁜 짓을 하며 살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여전히 이 사회는 등수로 사람을 매도 당하는 것이 씁쓸하긴 하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더니.
그래도 윤민수에겐 값진 1등이었을 것이다. 토달지 말고 그냥 그것으로서 축하해 주자.
가장 무모했던 건 역시 인순이.
그녀가 나가수에 출연한 이래 최하위다. 뭐 사람이 항상 1등만 하라는 법도 없지만,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 의연함을 보이는 것도 디바의 덕목이라면 덕목일 수 있지만, 누구든 꼴찌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그렇게 느껴서 그랬을까? 그녀의 턱이 순간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이 10라운드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그녀의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진다. 난 그녀의 명예졸업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