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아람기자 aramu@chosun.com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실물 크기의 여성 누드 사진이 시선을 잡아챈다. 양 손을 허리에 걸친 자세로 하이힐 신은 양 발을 측면으로 향한 채 눈은 거침없이 정면을 응시하는 도발적인 금발여성을 담은 이 흑백사진은 지난 1월 타계한 독일출신 유태인 패션사진작가 헬무트 뉴튼(Helmut Newton·1920~2004)의 빅 누드(Big Nude) 시리즈 중 하나다.


▲ 조선일보 미술관에 걸린 헬무트 뉴튼의‘빅 누드’시리즈. / 변희석기자

‘헬무트 뉴튼의 패션누드 사진’전(8월 22일까지)이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개막됐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누드’, ‘패션’, ‘초상’, ‘죽음’ 시리즈 등 뉴튼의 1960~90년대 작품 70여 점.

알 몸을 도전하듯 관객에게 던져보이는 당당한 여성들과 함께 악어에게 먹히는 발레리나 피나 바우슈, 마를렌느 디트리히 인형에게 젖을 물린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 텅 빈 눈빛으로 카메라를 비껴 응시한 시고니 위버 등 유명 스타들의 색다른 모습을 이번 전시에서 감상할 수 있다. 생생하게 그려진 살인사건 현장의 어두운 관능, 몰래 들여다본 남녀의 치정 장면이 선사하는 은밀한 쾌감도 물론이다.


▲ 조선일보 미술관에 걸린 헬무트 뉴튼의 누드패션 사진./ 변희석기자

뉴튼은 20세기 중반, 통념과 금기를 깨고 패션사진에 거리낌없이 누드를 도입해 패션사진계에 가히 ‘콜럼부스의 달걀’과 같은 인식의 혁명을 가져왔다. 그는 미국과 유럽 각국을 무대로 보그, 퀸, 노바, 엘르, 플레이보이 등의 패션 잡지에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린 시절부터 사진작가를 꿈꾸었던 그는 유태인에 대한 나치의 탄압이 극심해진 지난 1938년 독일을 벗어나 싱가폴로 이주해 사진기자로 일하면서 사진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개막식을 찾은 100여명의 관객들은 작품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작가 배병우씨는 “그룹전과 마켓에 나온 사진만 보다가 연대에 따라 정리된 뉴튼의 작품을 보니 느낌이 색다르다”며 “그의 작품의 매력은 평범하면서도 쇼킹하고 아이디어가 재미있다는 데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미술관 '헬무트 뉴튼'의 전시장 한편에는 그의 사진작업 과정을 담은 비디오를 볼 수 있다./ 변희석기자

사진작가 김아타씨는 “뉴튼의 작품은 단순한 패션사진이 아니라 파인 아트(순수예술)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며 “파격적이면서 자유로운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었던 그야말로 복받은 사진예술가”라고 말했다.

빅누드 시리즈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황모(여·회사원)씨는 “눈이 확 씻기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여체(女體)를 차곡차곡 쌓은 듯한 누드 시리즈의 느낌이 신선하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전시 개막소식을 접하고 호기심에 전시장을 찾았다는 조은선(여·19·학생)씨는 “굉장히 상업적이다”고 평하기도 했다.

전시 입장료는 5000원. 전시 기간 중 매일 오후 3시 도슨트(전시해설가)로부터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23일 오후 6시에는 세미나(선착순 사전예약)도 예정돼 있다. (02)724-6328


▲ '헬무트 뉴튼'의 다양한 누드 패션 작품.

▲ 거울에 비친 '헬무트 뉴튼(사진 오른쪽)' 자화상

▲ 네명의 누드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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