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뭐예요?
김성진 지음 / 북갤럽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나도 얼떨결에 교회에서부터 연극이란 걸 하게 됐지만, 처음엔 멋모르고 시작했다가 가면 갈수록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본래 연극과 출신도 아니고, 단지 글쓰는 거 하나에 관심을 갖다 매어버린 일. 이젠 벗어나기도 뭐하고 매달리기에도 어정쩡하다.

그러던 중, 운이 좋아 이 책의 저자와 만날 수 있었고, 남자 쳐놓고 자그마하고 다부진 그는 한번도 연극을 택한 것을 후회 안하고 정말 미쳐서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 역시도 연극에 갈등한다는 알았을 때, 아, 그도 역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세상에 연극에 관한 무수히 많은 책들 특별히 개론서에 관한 책들이 많은데 굳이 자기도 그런 책을 써야할까란 의문을 가지고 시작한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자신을 연극의 길로 이끌어 줬던 저자의 옛 애인과 이메일을 주고 받게되고, 그 애인의 13살 난 딸에게 연극을 가르쳐 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면서 드라마란 무엇인가? 구성이란? 인물은? 대사란 무엇이고, 연출가와 배우란 무엇인가 등등을 조목 조목 삼촌이 조카에게 설명해 주듯 들려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유민(저자 옛 애인의 딸)은 이해하는 부분도 있었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다.

아마도 저자는 13살, 즉 청소년 그 나이 또래에 맞는 연극에 관한 책을 쓰려고 했던 것 같다. 아니면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던가. 그만큼 쉽게 쓸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고 실제로 연극 실기엔 어느 정도 경험은 많으나 멋모르고 뛰어든 나 같은 비전공자에게 상당히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저자 또한 애초부터 그럴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유민과의 있었던 이야기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끄집어 낸다. 그 중의 한 대목을 보면,

...바로 이 '본다'는 것의 결여가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맹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초등학교 때부터 생사를 걸고 가르치는 태반이 '읽다'와 '쓰다'일 수 밖에요. 그런데 그것들은 모두 이성적인 교육에 해당하는 것이죠. '본다', '듣는다', '만진다'와 같은 감성 교육 또한 이성 못지 않게 인간을 바르게 성장시키는 중요한 것인데 우리는 등한시하고 있죠.

맞는 얘기다. 교육이 지나치게 감성적이어서도 안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성적이고 주입식에 지나치게 경도되어있다. 만일 유치원 때나 초등학교 때부터 시를 음미하게 하고 연극을 배우게 한다면 이 아이의 감성이 얼마나 풍부해질 것이며 학교가 얼마나 부드럽고 신나는 것이 될 것인가. 하지만 불행히도 '연극'은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조차 있을까? 물어 볼 정도다.

내가 또 눈여겨 본 것은 저자가 말미쯤에 가서 다루어 놓은 '배우'에 관한 부분이다. 나는 연극을 하면서 배우에 대해 그렇게 크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냥 배우는 작품 전체를 빛나게 해 주는 장식이라는 개념 정도였다. 연극은 당연 종합 예술로서 여러 많은 분야가 합친 것이니까 배우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하라만큼(물론 이 말은 저자가 직접한 얘기는 아니다. 인용했을 것이다.) 비중있는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나는 정말 연극 전공자도 만나고 정말 왕초보 군단도 만났는데, 그들이 하나 같이 '배우'에 대해 진지한 인상을 못 받았기 때문이다.

왕초보 군단은 차치하고라도, 연극 전공자들은 기술적으론 나름대로 기량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그것 이상의 어떤 느낌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난 아직 그것 이상의 사람을 못 만난 것일게다. 즉 다시 말하면 내가 만난 배우들은 어느 일정 수준에 서면 그 이상의 노력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이 책을 읽어서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야에 눈을 떠서일까? 요즘 배우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그 배우가 그 연극적 상황에서 그 대사를 재대로 소화해 낼 수 있을까에 의문을 가져본다. 전에는 작가가 연극에서 비중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닐성 싶다.

내가 왜 연극 개론서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저자와 저자의 옛 애인 그리고 그 애인의 딸에 관한 이야기가 연극을 풀어가는데 있어서 당의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뒤로 가면 갈수록 저자의 이야기가 아릿하게 가슴에 와 밖힌다. 나는 오늘 저자에게 이메일이라도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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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04-07-0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론서를 여러권 읽은지라 또 개론서를 읽는 일이 조금은 고민이 되어서 보관함에 담아만 두고 있는 책이네요. 새로운 형식이라는 점에서 읽어지고 싶네요.

stella.K 2004-07-0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 책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네요.^^

메시지 2004-07-02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읽고 싶어지네요.^^*

stella.K 2004-07-02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 개인적으론 개론서를 이미 읽으셨다면 굳이 권해드리고 싶진 않네요. 그 당의정이란 부분이 끌리긴 하지만...그런데 만약에 메시지님의 아드님이 어느 날, "아빠, 연극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그때를 대비해서 읽어 두시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요. 그리고 어느 날, 이 책 보다 더 재밌고 입체적인 개론서를 메시지님이 쓰시는 겁니다. 어때요, 제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