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당시 이 영화에 대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 같긴하다. 그래서 특별히 기대는 하지 않고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볼 생각을 했다면 그건 유승호 때문이었겠지. 그런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니 의외로 볼만했다.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있고.

사실 말이 되는가? 어느 고등학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4교시가 끝나기 전에 살인의 전모를 파헤친다는 게. 더구나 시체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는 정도라면 요즘 아이들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다. 뭐 간이 부은 게 학생뿐이던가? 이 영화에 나온 선생들도 그다지 놀라지도 않는다. 하긴, 굳이 갖다붙이자면, 요즘 아이들 각종 컴퓨터 게임이며, 자극적인 영상물에 좀 많이 노출되어 있는가? 그런 것을 감안할 때 실제로 시체 한번 보았다고 그렇게 호들갑 떨필요는 없다고 우기고도 싶을 것이다.
더구나 요즘 아이들이 좀 영악한가? 천재적인 힘을 발휘한다면 이런 문제쯤 거뜬히 풀 수도 있을 거라는 전재 아닌 전재가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리얼 타임 추리물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이 영화는 한 쾌에 다 봤다. 나에게 있어 근래에 이렇게 앉은 자리에서 다 본 영화는 그다지 많지 않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두 번, 세 번에 끊어서 본다. 습관이겠지만 고칠 생각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예외로 두는 것은 그날 컨디션이 좋아서도 아니고, 승호군이 나와서도 아니며, 추리극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나마 강도가 약해서만도 아니다.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영화적 기법에 꽤 충실해 보인다. 그것이 내가 이 영화를 한 쾌에 보게 만드는 힘이었을 것이다. 미스터리가 그렇듯 이건 것 같아 마무리가 되는 듯 싶은데, 다른 것이 등장하고 또 다시 그 문제를 풀고 마무리 짓는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지가 얼마 안 된 것 같긴하다. 하지만 나름 그것에 충실하려고 했던 의도는 충분히 보인다.
내가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얹자면, 어찌보면 이 영화는 오늘 날의 교육 현실을 비판해 보고자 만든 영화일 것이라는 점이다. 교육열 세기로야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교육 강국 대한민국. 하지만 그것에 한참 못 미치는 인성교육의 문제. 그렇게 교육, 교육 하면서도 보여주는 교육만큼 강한 교육이 또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 기성 세대들은 아이들에게 본이 되지 못한 채 점점 괴리돼 가고 있다. 학교 선생 조차 지식 전달 수단으로 전락했을 뿐 하나도 본 받을 대상이 되지 못한다. 슬픈 현실이다. 그것을 감독은 말하려 하지 않았을까? 거기에 또 하나, 왕따의 문제를 언급하는데, 이 왕따의 문제는 꼭 아이들의 문제마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어른에게도 보여지고 있다. 학창시절 때 왕따를 당했던 아이가 기성세대가 돼서도 여전히 이어오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왕따도 미운 오리 새끼는 아니었을까? 나중에 백조가 되는. 그래서 다정이(강소라)를 엔딩 부분에서 그토록 백조로 만들고 싶어했었나 보다. 나는 그게 좀 오버 같아서 껄끄럽긴 했지만.
다정이 다친 정훈(유승호)을 문병하는데, 너 공부하는 게 재밌냐고 묻자, 정훈이 사실은 재미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다정이 정훈의 책을 창밖으로 던져 버리는 씬에서 감독은 어지간히 우리나라의 교육이 못 마땅했나 보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은 이해가 가긴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우리의 학교가 측은하다는 느낌은 지워버릴 수 없다. 그토록이나 문제인걸까? 분명 왕따의 문제, 학원 폭력의 문제는 있지만 매스컴에서 다루면 크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일부의 문제고, 여전히 우리의 아이들은 자기에게 맞는 친구들과 사귀며 그럭저럭 학교를 잘 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꼭 우리나라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 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들 역시 문제가 없을 리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여타의 다른 나라에 비해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름 문제를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학교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를 문제로만 보지 말고 그것을 확대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같은 학원물이어도 오래 전 '얄개 시대' 같은 풋풋하고 낭만스러운 이런 것이 다시 리메이크돼서 나올 법도 한데 그러질 못하고 있어 아쉽다.
아무튼 이 영화 이래저래 아쉬운 것이 많긴하다. 하지만 난 어디까지나 아쉽다고 말하지 형편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감독의 좀 더 나은 차기작을 기대해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