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국어 교과서 - 생각을 키워 주는 10대들의 국어책
김보일.고흥준 지음, 마정원 그림 / 작은숲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말이 많이 가벼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털까? 적어도 내가 그걸 인식한 때는 블로그를 하면서 였던 것 같다. 갖가지 이모티콘을 비록해서, 이상한 종결 어미, 뭔지도 모를 은어들이 난무하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도 처음엔 어색하고, 이런 걸 꼭 써야하는 걸까, 회의도 들었다. 물론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겠지만 그럼 괜히 나이든 거 티네는 것 같기도 하고, 결국 뭐하면서 닮는다고, 나도 어느 새 조금씩 그것들에 물들기 시작했다.  

또한 그것이 꼭 아니더라도 옛날엔 듣도 보도 못한 말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그것을 무엇으로 막겠는가. 그것이 표준어인지,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 분별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확실히 언어도 진화하는구나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는 언어를 때에 맞고 뜻에 맞게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어떤 주제건 그것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쓰기로 유명한 김보일 선생님이 고흥준 선생과 공저로 또 한 권의 책을 냈다. 두 분이 다 교사이시고, 책을 내셔도 일관되게 청소년을 위한 책을 내오신 것을 보면, 이분들 청소년을 사랑하셔도 보통 사랑하시는 분이 아니신 것 같다. 이번에 낸 책도 거기서 조금도 비껴 나가질 않는다. 부제가 '생각을 키워 주는 10대들의 국어책'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꼭 10대 아이들만 읽어야 하는 책이냐면 그렇지도 않다. 때로는 나 같은 성인이 읽기에도 편하다.  너무 평이하게 써져서 자칫 약간은 지루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걸 나는 글로 정리만 안 했을 뿐, 두 분들은 잘 풀이하고, 잘 정리했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도 한다.  

하지만 초두에도 이미 밝혔다시피, 우리는 지금 난립하는 언어의 홍수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런 속에서 우리 언어 습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재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가 꼭 청소년이 아니어도, 혹은 집안에 청소년이 없어도 이런 책 한 번쯤 읽어주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물론 성인을 위한 국어책이 찾어보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그런 책 한 번 읽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예전엔, 국어 사랑, 나라 사랑이란 표어가 있을 정도로 국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워낙에 밀려드는 갖가지 언어의 홍수속에 과거에 그런 표어가 있었는지도 기억에 희미하다. 요즘엔 예쁜 우리 말 놔두고 오히려 이상한 은어를 구사하면 대접 받는 그런 사회속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속에서 살고 있는 듯도 하다. 어른들은 어른대로 그런 말 잘 쓰면 젊어지는 느낌이고.  

하지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언어를 똑바로 구사할 수 없는데, 그 사람의 생각인들 올바를 수 있을까? 때와 장소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라고 하는데, 맨 은어 같은 용어만 사용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가면 때와 장소에 맞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언어는 사고를 담는 그릇이며 그 사람이 쓰는 언어의 수준이 그 사람을 결정한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의 언어 습관을 점검하지 않고 오히려 올바른 언어를 쓰는 사람을 구태의연하다고 매도한다면 그 사람의 언어 체계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을까, 의심해 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난 일반적으로, 이렇게 언어에 대해 아무 생각없이 쓰는 사람에 대해 이렇게 비판적으로 쓰며 이 책을 읽어 보라고 말하겠지만, 이 책의 두 저자는 그렇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런 사회, 그런 풍조 때문에 쓴 것 같긴 하지만, 무조건 비판만하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이 책을 보라고 하기보다, 사람으로 하여금 왜 그럴까? 이런 말은 왜 생겨 났을까? 특히 언어와 인식의 문제를 상당히 꼼꼼하면서도 쉽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언어가 얼마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정치나 사회 전반에 흘러 들어가 사람의 인식을 교란시키며, 변화시켜 놓는지를 흥미롭게 풀어 놓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꼭 사춘기 청소년만 읽어야할 책은 아니다. 물론 언어 사춘기 이전에 체계를 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새로 생성된 언어와 오염 정도를 생각해 볼 때, 우리나라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우리말을 잘 사용하게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읽어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내내 잘 사용했던 말도 내가 잘 사용하고 있는 거야, 의심할 때도 많지 않은가?                        


댓글(3)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1-06-2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들도 이 책 읽어야한다고 생각되요. 대한민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말을 제대로 아는 사림이 잘 없으니까요,, ^^;;

stella.K 2011-06-28 09: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봐야되요.
우리말 너무 많이 오염되어 있어요.^^

숲노래 2012-01-0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들은 좋은 책을
잘 안 읽는 듯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