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가 만든 인류의 진화
제프리 밀러 지음 | 김명주 옮김 | 소소 | 728쪽
“인류 역사는 곧 짝짓기의 역사다. 우리가 여기 존재하는 것은 5억년 전 눈과 뇌를 지닌 동물이 처음 진화한 이래 우리 유전자가 불패의 성관계를 이어온 덕이다.”
진화심리학계에서 손꼽히는 소장 학자는 책(원제 Mating Mind: How Sexual Choice Shaped the Evolution of Human Nature)에서 ‘성(性)선택’을 진화론의 주 동력으로 내세운다. 상대 유전자의 품질을 감별·선택하는 ‘감독관’과 상대의 식별 능력을 속여 간택받길 원하는 ‘수험생’ 사이에 존재하는 ‘관문’의 변화가 진화(론)를 설명하는 핵심어라는 것이다. 진화(자연선택)는 ‘적자생존’이 아니라 ‘성선택’의 문제다.
성선택은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보다 훨씬 지능적이다. ‘자기 유전자 확산’이란 확실한 목표를 갖고 덤벼들기 때문에 상대를 선별하는 데 예민하고, 선택하는 이의 특정 유전형질에 관한 호오(好惡)가 분명히 작용하기에 진화 속도도 빠르다.
“수컷은 과시하고 암컷이 고른다”고 한 다윈의 진화론은 성선택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성 우위론적 주장에 대한 반감, ‘음란한 무신론(섹스에 대한 담론)’에 거부감을 지닌 열 없는 학자들의 성향 탓에 성선택 이론이 거의 100년간 잠복했고, 남성중심주의 퇴조와 함께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고 밀러는 해설한다.
(박영석기자 ys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