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시민>보며 드는 생각은, 이제 허리우드 영화엔 희망이 없겠구나 하는 것이다. 그래도 고전 영화는 휴머니즘이 있었다. 그리고 복수극을 그릴 때에도 인간의 심리와 상식에서 그것을 풀어냈다. 하지만 이제 영화는 상식을 얘기하지 않는다. 상상을 얘기할 뿐이다. 그것은 영화가 너무 볼거리에 치우친 까닭이다. 아무리 리모컨과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움직이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교도소 감방에 앉아서 교도소 바깥의 사람을 죽여 나간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  

뭐 그것까지는 좋다고 치자. 같은 방을 쓰는 동료 죄수와 맛있는 식사를 나누고 그 먹은 음식이 채 목구멍에 다 넘어가기도 전에 칼로 죽여 피가 낭자하게 만들어 놓고 태연하게 푹신한 침대 매트리스에 팔을 깎지 끼고 누워, 나 목욕 좀 해야겠다고 말하는 건 제 정신이란 말인가? 그러고도 모범 시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난 그걸 보는 순간 오싹한 것이 주인공이 무슨 악귀가 씌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은 얼마나 착하고 선하게 생겼는가? 오직 비명에 간 아내와 딸을 위해 그리고 범인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물론 영화는,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을 지켜줄 수 없는 법의 무기력함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하지만 그러기엔 영화는 과유불급이다. 영화의 상업성을 위해 어떻게 하면 자극적일 수 있는가에만 몰두한 것 같다. 앞으로 영화는 점점 이런 쪽으로 흐를 것이다. 앞으로 (허리우드)영화가 휴머니즘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영화를 못 만들어 안달이 나는 것은 영화의 예술성을 위하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일확천금을 노리는 발정난 암코양이는 아니고?  

아무튼 이 영화는 그야말로 황당하다. 물론 별점을 매긴다면, 별 두개 반이나 세 개쯤을 줄 수도 있다. 어쨌든 계속 보게 만들었으니까. 물론 보고나서 또 속았구나! 나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 밖에 없지만 말이다. 언제나 이런 영화엔 자뻑이 들어가 있다. 그것도 엄청 많이. 그들은 대놓고 "너희들은 이렇게 못 만들지?"라는 조롱하는 것 같다. 됐네, 이 사람들아. 요즘 어느 개그우먼의 말마따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미국 유학 중인 알라디너 한 분이 나의 서재 방명록에 글을 남기시면서, 미국은 후졌다고 했다. 도대체 미국이 왜 선진국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 비하면 울나라가 훨씬 깨끗하고 좋다고 도 했다. 8,90년대, 팍스 로마나를 재현이라도 하듯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미국은 정말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뭐든지 영광은 한때 떳다가 지는 해와 같은 것이다. 지금 미국은 어떤가? 몸통만 비대해신 늙은 늑대의 나라 이닌가?  

아, 난 역시 미국 영화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 그 놈의 미국 영화만 보면 그 나라를 욕하지 못해 안달이 나고 만다. 이게 나의 병이다. 

그에 비하면 오늘 낮에 TV에서 본 <해운대>가 훨씬 낫다. 물론 관객도 많이 든 영화이지만 블록버스터라고 해서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이 없다는 욕은 듣지 않아도 되는 영화다. 영화엔 따뜻한 휴머니즘이 베어있다. 한국 영화 이렇게만 만들어라. 물론 CG가 여전히 티가 많이 난다만.  

하지원이 <시크릿 가든> 보면서 좋아졌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머리를 길게하고 나와서 좀 나이들어 뵈고 답답해 보인다. 송재호 노장의 연기 투혼도 좋고. 요즘엔 송재호나 이순재 옹 외엔 노장들을 볼 수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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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설 연휴는 특선영화가 꽝인거 같아요. <해운대>는 작년 추석 때 봤거든요.
<육혈포 강도단>도 추석 때 봤었는데 이번에는 중요 장면을 싹둑 잘라서
방영하더군요. 그나마 케이블 영화채널은 볼만한게 많더군요. ^^;;

stella.K 2011-02-05 15:29   좋아요 0 | URL
어디 다녀오셨나요? 오랜만인 것 같아요.ㅋ
그렇죠? 뭐 해마다 그래왔으니 기대도 별로 안했어요.
어제 <전우치>도 보다가 말았어요. 전 그 영화가 뭐가 재밌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기대는 많았는데 그러니까 더 실망스럽더라구요.
비주얼은 좋은데 스토리는 영...
저는 IPTV 보는데 정말 설 특집 많이했거든요.
그거나 보는 건데...ㅠ

cyrus 2011-02-05 23:30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 연휴 집에서 지냈어요. 요즘 구제역 통제 때문에 할머니댁에
들리지 못했거든요. 집에서 푹 쉬면서 심심하면 알라디너분들
서재 들리면서 글 읽고 그랬어요.
요 며칠동안 컴퓨터를 멀리하고 그동안 미뤄왔던 책을 읽으니
좋았어요. 여전히 제 눈 앞에 떡하니 있는 TV의 유혹은 결국
뿌리치지 못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