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리스트> 영화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점령군 사령관으로부터 범랑 냄비 생산 공장인 레코르드(Rekord)를 불하 받은 쉰들러가 이 공장에 유대인을 고용함으로써 유대 인 수천 명을 아우슈비츠에서 구해낸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고용해주는 댓가로 뒷돈을 받은 그의 '장사'였다는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또 한번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유대인이었던 스필버그 감독이 쉰들러의 정체를 몰랐을 리 없으면서도 그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극화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우슈비츠의 비극을 더욱 처절하게 조명하기 위한 극적 구성일수도 있으며, 최후의 위로를 남겨두려는 그의 고뇌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듣는 쉰들러의 '상혼(商魂)'은 다시 한 번 우리를 좌절하게 합니다. 진실이 아닌 위로는 결국 또 하나의 절망을 안겨줄 뿐입니다.
-신영복, <더불어 숲>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