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리스트> 영화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점령군 사령관으로부터 범랑 냄비 생산 공장인 레코르드(Rekord)를 불하 받은 쉰들러가 이 공장에 유대인을 고용함으로써 유대 인 수천 명을 아우슈비츠에서 구해낸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고용해주는 댓가로 뒷돈을 받은 그의 '장사'였다는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또 한번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유대인이었던 스필버그 감독이 쉰들러의 정체를 몰랐을 리 없으면서도 그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극화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우슈비츠의 비극을 더욱 처절하게 조명하기 위한 극적 구성일수도 있으며, 최후의 위로를 남겨두려는 그의 고뇌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듣는 쉰들러의 '상혼(商魂)'은 다시 한 번 우리를 좌절하게 합니다. 진실이 아닌 위로는 결국 또 하나의 절망을 안겨줄 뿐입니다.

                                                                       -신영복, <더불어 숲>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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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4-03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오래 전 이 영화를 보았다. 특히 담배를 한손에 들고 다리를 꼬고 앉아 은은하고도 고뇌에 찬, 리암 니슨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냥 보고 있기가 괴로웠던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사실과 다르다니...우린 이런 전기 영화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까?

비로그인 2004-04-03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뒷통수 맞은 느낌이었죠....
우리에게 "각인"이라는 용어로 친숙한 로렌츠...자연을 그리고 동물을 사랑했던 아름다운 인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는 바로 나치의 인종 차별 정책에 생물학적 (얼토당토 않은)이론의 토대를 제공했던 몹쓸 인간이었다죠....갑자기 생각 나기에 객쩍은 몇 마디 남겨 놓고 갑니다.

stella.K 2004-04-0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쉰들러도 쉰들러지만, 그것을 영화화 할 생각을 했던 스필버그도 좀 그렇더군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신영복 교수 나름으로 그를 어떻게든 이해하고는 했다지만, 역시 저에겐 스필버그 감독은 유명한 감독일지는 몰라도 훌륭한 감독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