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초가 되면 꼭 물가가 들먹인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인지, 아니면 물가에 대해서 말하려면 연말이나 연중 보단 연초나 하반기 이때가 시즌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물가 하나 재대로 잡지 못하는 정부도 그렇고, 연초에 물가 가지고 떠들어대며 서민의 불안을 조장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도 다 마땅치 않다.
2. 요즘 <태양의 서커스>를 조금씩 보고 있다(난 왤케 TV 보는게 점점 버거워지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안 보면 허전하고). 그 유명한 <퀴담>도 보고 <알레그리아>도 보고, <코르테오>도 보고 있는 중인데, 과거엔 서커스가 그야말로 기예만 보여줬다면 이건 정말 종합 예술이란 생각이 든다. 얼핏 예전에 듣기론 이 태양의 서커스가 벌어들이는 돈이 1조가 넘는다는 소릴 들은 것 같다. 과연 그럴만도 하겠다 싶다. 평생 그것을 직접 가서 보는 것 만으로도 굉장한 행운이라고 여기지 않을까? 몇년 전, 중국의 기예단이 한국에 왔을 때 직접 가서 보는 행운을 얻은 적이 있다. 그건 확실히 그냥 TV에서 보는 것하고는 달랐다. 단지 TV가 좋은 것은 편집에 의해 그들이 실수하는 장면은 보지 않아 정말 그들은 실수하지 않고 완벽한 기예를 보이는 줄 알았다.
<태양의 서커스>는 영상 또한 뛰어나다. 기존의 그것이 녹화 수준이었다면, 이것은 카메라 워크 또한 영상의 수준을 끌어 올렸다. 특히 그들의 수준 높은 기예도 볼만하지만, 나 같이 서커스 보는 것을 그다지 흥미로워하지 않는 사람이 이것을 끝까지 볼 수 있도록 하는데는 음악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알레그리아의 음악들은 하나 같이 몽환적이다. 배우의 분장은 바로크적이면서도 삐에로가 적절히 섞여있다. 역시 서커스 하면 삐에로를 연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서커스가 묘하게 끌리는건 탄성을 자아낼만한 기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저만한 묘기를 보여주기까지 얼마나 뼈를 깎는 고역을 감내했을까? 뭔가 가슴을 쓰러내리는 연민이 있다. 어느 분야든 최고가 되려면 뼈를 깎는 노고야 감내한다지만 그래서 어느 만치의 경지에 오르면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서커스는 다르다. 그들은 뼈를 깎아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지만 개인으로써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한 부분으로써만 박수를 받을 뿐이다. 그래도 박수를 받는 그것이 좋아 그 고역을 감내하는 거겠지? 그들이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을 때 또 어떤 인생의 길을 걷게 될지 안쓰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서 서커스를 보게 만들기도 한다.
3. 박칼린이 어제 <무릎팍 도사>에 나왔다. 그녀의 인생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거의 밀미에 그녀의 사랑관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단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줄을 모를 거란다. 그럼 뭐야? 짝사랑아냐? 그런데 그것을 너무나 당당하게 밝히는 그녀가 보기 좋았다. 대체로의 분위기는 자기만 사랑한다고 하면 괜히 측은하게 보고 나아가 조롱하려고 까지 하려고 하지 않는가? 왜 꼭 사랑은 둘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상대가 알아주건 못 알아주건 내가 누군가로인해 상기되고, 행복하고, 설렌다면 그것도 사랑이 아니겠는가? 그녀는 또한 열정적인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정통하고 뭔가를 이루어낸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던가?). 확실히 나와는 좀 거리가 멀다. 갑자기 새해엔 열정을 키워나가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