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 홍콩, 영화처럼 여행하기
주성철 지음 / 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안한 일이다. 딱히 누구에게라고는 할 수 없지만. 미안하다면 홍콩에게고, 원망을 하라면 나에게 해야 한다.  

사실 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홍콩에 대해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아는 것도 정말 없다는 걸 알았다. 말에 의하면 그 나라는 덥고 습하다던데, 이런 날씨를 좋아하지 않느 나로선 홍콩이 매력적일리는 없다. 아니 더 정확히는 난 더운 것은 참을 수 있을 것 같은데(어느 면으로는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습한 것은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여름에 갖는 나의 양가 감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니 홍콩이 좋게 느껴질리가 없었던 것이다. 

나를 원망하기로는 무지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홍콩을 모르기로서니 이 정도일까 싶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자성어처럼 된 이를테면, <아비정전>이나, <타락천사>니, <천장지구>니 하는 영화가 그저 막연히 중국 그것도 대만 영화일 거라는 믿음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런 여타의 모든 영화들이 알고보면 홍콩 영화였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비로소 알았다. 즉 말하자면, (지금은 좀 그런 게 없어졌지만) 서양 사람들이 동양 사람이나 하면 일본 사람을 떠올리듯이, 나는 중국과 대만과 홍콩을 싸잡아서 대표로 중국만을 기억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하긴, 영화란 게 재미가 우선이지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게 무에 그리 중요한가? 그런데 이것도 좀 무식한 발상이긴 하다. 영화에 조금만 관심있으면, 감독이 누구냐(어떤 땐 각본을 누가 썼느냐까지), 누가 나왔느냐, 풍은 어떠냐, 앵글이 어떠냐까지 깐깐하게 다 따지면서 메이드 인 어느 나란지를 모른 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 또 그런 게 눈에 잘 안 들어 오는 건, 나라 보단 감독이 더 중요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 나라의 풍이 있다고 해도, 허리우드 풍이 느껴지는 게 있고, 허리우드 영화에 프랑스 풍이 들어오기도 하고 등등. 이렇게 섞여있는 경우도 많다. 어떤 경우엔 2개국 이상 합작 영화도 많아 무국적인 경우도 많다. 그러니 나라가 눈에 들어올리는 만무해 보인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생각했던 건, 홍콩도 알고보면 영화를 정말 많이 만들었구나.하는 것이었다. 이게 또 새삼스러운 게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지가 얼마인가? 그러니 홍콩이란 나라를 특별히 따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중국이 홍콩이고, 홍콩이 중국 아니겠어?' 이 자조 섞인 말을 홍콩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나 개인적인 고백을 하자면, 난 홍콩 영화를 그다지 많이 보지 못했다. 그 유명한 <아비정전>도 이 책을 보면서 봤다(아, 그 영화의 지극한 허무주의란...!). 80년 대 한때 홍콩 르와르가 인기를 끌었을 때도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왜 그렇게 관심이 없었을까를 생각해 봤더니, 난 총 쏘고, 피가 난장이 돼 죽어 나가는 것도 싫지만, 마치 사자성어 같은 제목들이 너무 낮설었던 게다. 우리나라 영화나 허리우드 영화, 하다못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영화들의 제목들을 보라. 한 쾌에 뭔지 알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이 사자성어 같은 제목들이 뭘 의미하는지 딱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좀처럼 가까이 할 수 없었던 것도 같다. 하긴 코카콜라란 고유명사도 자기화해서 부르는 중국인데 같은 동복형제나 다름없는 홍콩이 그런 고고함 흩을 리가 없다. 그러니 나 같은 한반도의 관객이 모르는 거야 어찌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 더구나 성룡이니, 주윤발이니, 장국영이 유명한 배우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허리우드의 한 이름 값하는 배우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고, 어떤 경우엔 자국의 영화배우 보다 인지도가 떨어진다. 그러니 어쩌랴? 

이 책을 보니 지금 홍콩엔 장국영이 없다는 게 새삼 실감있게 다가왔다. 그전까지 내가 <아비정전>을 못 봤다 뿐이지 아주 드물게는 그래도 그가 출연한 영화를 몇 편 보긴 했다. 장국영은 뭐랄까? 고독하면서도 미소년 같은 이미지가 있다. 홍콩을 여행할 때 어떤 관점을 가지고 볼 것이냐에 따라 그 느낌이나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저자가 영화적 관점에서 홍콩을 소개하고 있어서일까? 홍콩은 장국영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래도록 영국에 속해 있어서일까? 뭔가 안개의 베일에 쌓여있는 듯하고, 그 습한 기후조건 때문에 촉촉하기도 하다. 중국에 반환이 됐지만, 중국의 배려가 있어서일까? 완전히 중국화 되지도 않았다. 그냥 조용하게 남이 알아주든, 못 알아주든 홍콩은 홍콩으로 살아가고 있다.  

책은 비교적 성실하게 홍콩에서 이제까지 영화화된 장소들을 친절하게 짚어주고 있었다(글 보단 사진이 많아 보기도 좋다). 미국의 몇몇 영화(이를테면 <다크 시티> 같은)가 홍콩에서 배경을 따왔다는 건 새롭게 안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예가 있었나? 괜히 질투가 난다. 홍콩이 그토록이나 자국의 영화를 많이 알려왔다는 점에서, 홍콩은 어찌보면 영화 도시인지도 모르겠다. 모르긴 해도 저자는 홍콩 영화를 지극히 좋아해서 이런 책을 썼을 것이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를 이렇게 소개한 책이 있을까? 의문스러워졌다. 저자가 아무리 홍콩을 좋아한다고 해도, 난 역시 국수주의자일 수 밖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날, 약간은 우울하고 차분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홍콩 영화를 보고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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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0-12-0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놀. 지은이 이름.. 분명 주성철이라고 적혔는데, 주성치!라고 읽었음. ㅜㅜ
그러고보니 헷갈려요. 저는 주성치 팬이고, 소림축구랑 쿵푸허슬을 적어도 열 번 씩은 봤는데 그게 홍콩 영환지 중국 영환지?.. 그런 생각은 안해봤거든요. 아무튼 제가 기다리는 건 주성치 다음 영화구요^^

stella.K 2010-12-07 17:52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지요? 저도 특별히 홍콩인지 중국인지 생각없이 봤는데
우리가 알만한 중국영화들이 알고 보면 홍콩에서 만들어졌다는군요.
이름은 정말 헷갈릴만해요.^^

cyrus 2010-12-0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저자의 이름을 보는 순간, 주성치인줄 알았다는, , , (-_-)a
혹시나 홍콩에 있는 영화 촬영지에 가게 되면 나름 유용한 정보가 될 거 같습니다.

stella.K 2010-12-08 16:01   좋아요 0 | URL
네. 그럴 것 같아요.
무턱대고 나서는 것보다 나름 테마적으로 정보를 알고 떠나는 것이 좋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