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전반부는 그럭저럭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잃고 산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양에서 영의 세계를 다룰 때 성경이 꼭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은 성경의 새로운 해석은 아닌듯 싶다.  오히려 기독교 세계관으로 볼 때 좀 비튼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래봐야 영화일 뿐이니 신경도 안 쓴다만.

영화의 비주얼은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 <세븐>을 연상하게도 되지만(그 영화는 상당히 잘 만든 영화다), 번지수는 좀 다르고, 어쨌든 상당한 상상력의 결과물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연구를 얼마나 많이했을까?     

특히 이 영화가 보여준 지옥도의 모습은 꽤 그럴듯 하다.  

그런데, 이 영화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여주인공의 동생이 자살한 것으로 영화가 시작이 된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동생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가톨릭을 믿는 신앙에 따라 장례식을 치뤄줄 것을 신부에게 요청하다 거절당한다. 가톨릭에서는 자살한 사람에 한에서는 신부가 장례미사를 집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 때문이다.  

좀 야박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 신앙이 아니어도 우리나라도 예전엔 자살한 사람에 관해서는 장례를 치르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 날 자살하는 사람이 많으니 그것도 하나의 죽음으로 보고 장례를 치른다. 

사실 가톨릭에서 자살한 사람에게 장례미사를 드리지 않는 것은 자살한 영혼은 죽어서도 구원을 받지 못하고 따라서 지옥에 간다는 속설 때문인데, 그것은 기독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봄, 엄마의 아는 권사님 한 분이 자살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대로 올해도 알만한 유명 연예인들이 자살을 했다. 지옥이 실제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영화를 보니 그들도 지금쯤 저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어느 밭을 굴러도 이승이 저승 보다 낫다는데, 하물며 그곳이 과연 여기 보다 나을까?  

물론 그들에 대해 명복을 빌어보긴 하지만 그것은 산 사람들이 너무 마음이 슬프고 착잡하니 서로들 위로 하느라고 그러는 것뿐이지, 실제로 그들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는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단지 생각하는 건, 그들이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지옥에 있던, 그 보다 더 못한 곳에 있는지, 덜한 곳에 있는지 어떻든지간에 지금있는 그곳이 여기 보다 나을거라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살을 미화하거나, 그것도 선택이라고 정당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살아있을 때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관용을 베풀지 못하고, 사회가 그들이 살아갈 수 있게끔 배려하지 못한 것에 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자살은 명백히 자기가 자신을 해하는 일이며 그것은 그들 낳아준 부모에게나, 나아가서 그를 만들고 빚은 하나님 앞에 죄를 범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끝까지 자살한 여주인공의 동생에 관해서 어떤 식으로든 구제 받을 수 있는 관용의 미덕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아무리 능력있는 퇴마사(키아누 리브스)라 할지라도 어떻게 해 줄 수가 없다.        

사실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자살은 고통이어서 쉽게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누구 때문이라고 전가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드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또 그렇지 않더라도 영화에서처럼 자살이 선택이 아닌 제어할 수 없는 영적인 존재의 힘의 굴복이라면 그것은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지만, 암튼 자살은 정말이지 살아있는 사람에게나 그 당자에게나 고통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화는 별 세 개쯤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는 정말 잘 낫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담배 좀 그만 피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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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0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콘스탄틴 영화 좋아해요.
그런데 이 영화는 사실 끊임없는 신성모독으로 가득하죠. 그래서 개봉할 때도
말이 많았고 말이예요. 벤 애플릭 나오는 비슷한 영화가 또 있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네요. 키아누 리브스가 좋아서 콘스탄틴이 좋은지도 모르겠어요. ^^

stella.K 2010-08-02 11:26   좋아요 0 | URL
오, 제가 생각한 거 보다 더 심하게 평했군요.
영화가 그 부분에선 참 거시기해요.
비주얼은 좋은 편인데 말이죠.

saint236 2010-08-0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어떤 사람은 그래서 이 영화를 금연 영화라고 평가하기도 하죠.^^

stella.K 2010-08-02 11:27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서만 그럴걸요.
우린 이제 금연뿐만 아나라 금주영화도 해야해요. 그죠, 세인트님.^^

Tomek 2010-08-0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브리엘 역을 맡았던 틸다 스윈튼은 워낙 굉장한 배우니까 그냥 넘어가더라도 루시퍼 역을 맡았던 피터 스토메어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그래도 한 영토를 다스리는 왕인데 권위는 커녕 무슨 앵벌이를 관리하는 양아치처럼 그리다니! 센스 하나는 최고였어요.

stella.K 2010-08-03 10:3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과장이 심해서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 몇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