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끌렸던 건 아닌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고, 모건 프리먼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 하겠다 싶었다. 더구나 넬슨 만델라 역을 모건 프리먼이 아니면 누가 맡겠는가?
하지만 이 영화가 그동안 나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은, 재미없을 거란 동물적 육감만은 아니었다. 넬슨 만델라라면 존경하긴 하지만 이런 도덕적 인물은 책으로 읽으면 감동이겠지만, 왠지 영화로보면 반감이 된다.
이 영화가 전기 영화는 아니지만, 만델라란 인물이 실명으로 거론이 되고, 주인공으로 나왔다면 점에서 전기 영화를 방불케 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말이지만 전기 영화는 흥행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그래서도 이 영화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
더구나 정말 넬슨 만델라가 럭비를 좋아했을까? 그럴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내가 넬슨 만델라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것과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것외에 아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그가 어떻게 저항했는지 아는 것이 없다.
그래서 갑자기 이 책들이 땡겼다.
영화는 만델라의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진다. 이를테면, 굉장히 겸손한 사람인 것. 인종화합을 강조했다는 점. 하지만 가족과는 그다지 화목하게 지내지 못했다는 점 등.
인상적인 건, 그는 조그만 고마움에도 Thank you. 라고도 하지 않고 꼭 Thank you very much.라고 인사한다. 그리고 늘 사람들의 행운을 빌어준다. 그런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겸손한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역시 오욕칠정이 표현되야 볼 맛이 난다. 도대체 만델라와 럭비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물론 스포츠가 국가의 위상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만한 것인지에 관해선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만델라는 럭비 주장 선수를 친히 대령령 관저로 불러 친히 차를 대접했을 것이다. 그 만남이 가져오는 파장은 놀라워, 아무튼 끝은 해피엔딩이다.
말하자면 넬슨 만델라는 영감을 불어넣는 지도자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덕분에 남아공 럭비의 위상도 올라갔다는 것도 보여주고.
하지만 럭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알고는 있으나 대중화되지 못했고 그래서 관중들의 흥미를 끌만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영화는 너무 착하다. 단지 이 영화 하나 때문에 흑인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이 아닐가? 백인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흑인을 그려내는 감독의 시각은 상당히 중립적이란 느낌이 든다. 아니, 오히려 이쯤되면 중립적이 아닌 긍정적이라고까지 해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난 늘 삐딱이여서 한마디 더 붙이자면, 예전엔 백인의 의로움을 부각시킬 땐 백인만으로도 충분히 그것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예를들면 '파워 오브 원' 같은 영화). 그러나 지금은 이 영화에서처럼 흑인을 긍정적으로 부각해야 더불어 자기들의 위상도 높아지게 됐다고나 할까? 물론 이건 순전히 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어쨌든 세상이 좋아쳤다.
지금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이 영화를 보며 물근 드는 생각은, 나도 한번 남아공에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델라라 이후 그 나라가 인권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한번 직접 가서 보고 싶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