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 - Rent a Wif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에릭 라티고
주연 : 알랭 샤바, 샬롯 갱스부르

프랑스 영화를 보면 나름의 매력이 있기는 한데, 그에 못지않게 낮설다는 느낌이 있다. 그건 정말 낮설어서라기 보다 내가 지레 낮설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그렇지 않은 면은 보고 허를 찔려 그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예를들면 이 영화가 내겐 딱 그렇다. 결혼에 별반 생각없이 살아가는 나라가 그 나라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43세씩이나 된 싱글남 루이스를 장가 보내지 못해 안달 난 가족이 있다는 게 오히려 나에겐 낮설고 동시에 저 나라도 사람 사는 나라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긴, 내가 늘 생각하는 거지만, 독신이니 결혼에 별로 생각없다고 말하는 것도 30대나 가능하고 어울려 보인다. 왜냐구? 그때까진 나름 아직도 젊고 할 일도 많고 하니까. 하지만 40줄 타기 시작하면 그 싱글이란 것도 그다지 그럴 듯해 보이지 않는다. 더 늙으면 어찌하려고 저렇게 철없는 소리를 하나 싶다. 나이 들수록 누군가 옆에 있는 것이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루이스, 욕심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길 바라다니. 과하다 못해 철없어 보인다. 하긴 남자들 철없는 것은 나이와 그다지 상관없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 제목이 좀 황당하기도 하고, 오늘 날 부부 문제를 대변해 주는 것도 같아 시의성도 있어 보인다. 오늘 날 부부 문제의 대부분은 그렇게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싱글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던가?  

사실 결혼이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배우자의 도리를 지켜야하지,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도 돌봐야지, 배우자 뿐이던가? 배우자의 가족들에게도 신경을 써야한다. 마냥 편하게만 살고 싶은 사람에게 결혼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혼 그 안에 감추인 것을 싱글을 고수하려는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적절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우리 말에 욕하면서 닮는다고,  결혼하지 않으려고 갖은 묘안을 다 짜내다가 결국 결혼하게 된다는 게 이 영화의 골자다. 정말 사람이 뭘 생각해도 확실하게 이거면 이거고 저거면 저거여야 뭐라도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 같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평생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주의를 보라. 결혼에 대해 확고한 사람이 결혼도 하는 것 같다. 이 확고하다는 것은 꼭 확고히 결혼을 희망하는 사람만이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확고히 부정적이어도 결국 결혼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확실히 도 아니면 모라는 확실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인 것 같아도 저것 같고, 저것 같으면 이것이 잡아 끈다. 그래서 그것이 결국 통하는 것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니 결혼할 사람은 결혼 한다고 해도 하고, 안 한다고 해도 하게 마련인 것 같다. 

우리의 루이스, 가족들의 등쌀에 어떻게 하면 결혼을 피해갈까 하다가, 사람을 하나 고용을 해 가족들에겐 결혼할 사람이라고 속이고 결혼 당일 날 신부에게 차이는 것으로 슬쩍 넘어 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쓰러지고 그 와중에 며느리가 될 엠마를 자꾸 찾는다. 설상가상으로 엠마는 갈곳이 없어 루이스 집에 기거하며 루이스의 가족들에게 완벽한 연극을 선사한다.  

사실 이쯤되면 게임 오버라고 할 수 있다. 상대가 지기 집에 머물게 됐는데 어찌 고용인과 피고용인으로서 서로의 충실한 역할만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남녀가 함께 한 공간 안에 거하니 정분이 날 밖에. 결국 그것을 처음엔 서로 부정하다가 갈등하다가 결국 뭐한 놈이 성 낸다고 결국 루이스는 가족들에게 화를 내며 그동안 연극이었다고 실토하고 정식으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봤는데 시나리오가 제법 탄탄해 보인다. 그런데 역시 프랑스 영화는 낮선 것이 있다. 가짜 연극이긴 하지만 그 가짜에 진짜도 얼마는 포함되어 있다. 엠마는 루이스를 만나기 전부터 아이를 입양하기로 수속을 밟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싱글에겐 입양이 허락되지 않으며 반드시 기혼이어야 한다는 것. 그러니 루이스의 제안은 거절하기 어려운 것일 것이다. 그리고 루이스의 가족들에겐 버젓이 입양을 할 거라고 말한다. 그러자 루이스의 가족들은 좋아라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노력도 안 해 보고 결혼도 하기 전에 아이부터 입양한다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엠마의 이유는 간단하다. 아기를 낳으려면 몸도 망치고 여러 가지 번거로운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로선 그런 이유 때문에 애완동물이나 키우겠다는 말처럼도 들린다. 하지만 그것을 꼭 우리 식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도 같다. 고아가 많은 세상에 그렇게 아이를 낳는대신 버려지는 아이 운을 틔여 주는 것도  좋은 일 아니겠는가? 나라도 그런 생각이 아주 없지 않다. 물론 키울 능력만 된다면 말이다. 



샬롯 갱스부르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보기 좋다. 이렇게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소피 마르소를 연상하게도 하는데, 훤칠한 키에 그녀는 확실히 패셔니스타다. 옷을 얼마나 잘 입고 나오는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를 느끼게 할 정도다. 게다가 영화에서의 그녀의 직업은 고가구 복원가다. 멋지지 않는가? 그리고 루이스는 조향사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느끼는 건, 역시 결혼은 가족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겠구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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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너무 잼있게 읽었습니다.
보고싶네요, 이 영화^^

stella.K 2010-06-03 10:27   좋아요 0 | URL
언제나 저의 허접한 영화 리뷰를
재밌게 읽어주시는 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2010-06-02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3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