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의 썸머 - (500) Days of Summ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마크 웹
주연 :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데샤넬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한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아름답고 완벽해 보이지 않을까?  내 사랑만큼 이 세상에 가장 유일한 사랑이 어딨겠는가? 이 사랑을 누구와 바꿀 것이며, 어느 커풀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한쌍의 남녀는 이렇게 생각하며 사랑을 시작한다. 사랑을 시작하면 손 잡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섹스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주위에선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냐고 꼬치꼬치 캐묻기도 하고, 그런 진도와 체험이 없다면 사랑이 아닌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정말로 사랑하면 결혼도 생각한다는 것. 그것이 진지한 것이건 그냥 가벼운 상상이건 '내가 이 사람과 결혼을 해서 같이 산다면 어떨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왜?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니까.  

하긴, 어떤 사람들 중엔 결혼은 안하고 연애만 하겠다는 사람도 있다지만, 그건 자유라고 해도 이 사람들도 적어도 한 번은 결혼에 대한 상상은 안 해 봤을까? 사랑하면 같이 있고 싶은 거야 다 한결같은 마음이지 않은가?   

보통 첫 사랑이 실패하는 건, 이 영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톰 같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즉, 내 사랑은 완벽하다는 생각 때문에.  
  
하지만 세상 어느 누구도 완벽한 사랑을 하지 못한다. 단지 남과여, 음과양이 만났다는 것뿐이지 여전히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사랑 또한 완벽할 수가 없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흔히 내 사랑은 완벽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기에 사랑의 환상과 오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또 이것 없이 사랑은 가능하지 않다. 이건 확실히 아킬레스건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남의 사랑을 두고는 제 눈의 안경이라고 하고, 콩깍지가 씌였다고도 하지 않는가?  

이 영화는 그렇게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이 어떻게 뜨거워지며, 정점을 이룬 뒤, 어떻게 갈등을 겪고, 헤어지는가를 보여 주는 일종의 연애 보고서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장르로 치자면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리도 시종 미소 짓게 만들면서도 또 연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만드는지? 자신이 현재 연애를 하고 있다면 또는 실연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애프터서비스를 받는 느낌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난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한 영화를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뭐 나름 여러 에피소드와 과정이 볼만은 하지만 그 끝은 늘 사랑을 이루든지, 헤어지든지 둘 중의 하나다. 이를테면,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하는 동화와 별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모 아니면 도의 영화가 로맨틱 영화라고 볼 때 아무리 해피엔딩이어도 약간은 싸한 느낌이 든다. 더구나 애인 하나 없는데, 대리만족도 유분수지 이런 영화 보고 염장 지를 일은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 다음은 어떻게 됐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나름 애정을 가지고 보게된 건, 이 영화는 그런 일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 거기서 빗껴 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영화를 주목해서 봐야할 것은, 그렇게 한 눈에 반한 사랑을  하게 된 톰이 어떻게 상대를 더 이상 사랑의 눈으로 보지 않게 되었으며, 어떻게 헤어지게 되는가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남자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 같은데, 여자도 한때 좋아했던 상대의 모든 것이 똑 같은 이유로 싫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밌는 건, 남자와 여자의 처음 설정이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 입장이 바뀐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톰은 사랑은 있다는 쪽이지만, 여자 주인공 썸머는 사랑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쪽인데, 그것이 영화 말미에 가서는 서로 바뀌어 있다는 것이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썸머가 톰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결혼하게 됐을 때 그것을 깨달았고, 톰은 여전히 실연의 늪을 허우적 거릴 때 그것을 깨달았다는 것. 

그랬을 때 톰의 아직은 어린 동생이 그 늪에서 나올만한 중요한 통찰을 오빠 톰에게 준다. 썸머와의 사랑을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젠가 그것을 깨달을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 형만한 아우가 없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어린 여동생이어도 오빠 보다 성숙하다. 이쯤되면 여성이 남성 보다 휠씬 더 성숙한 사랑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하는 걸까? 

그도 그럴 것이, 썸머는 사랑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다. 즉 있다로. 그 결론을 이르는 데도 별로 힘들이지 않아 보인다. 단지 식당에서 도리언 그레이를 읽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와서 그것에 관해 물어봤고, 이 남자와 영화를 봤다면, 점심을 먹으러 갔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했고, 그 모든 것들은 우연이 아니라 정해진 것이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이를테면, 썸머는 사랑을 인생의 전부로 본 것이 아니라 그저 인생을 살아 가는 과정이라고 본 것은 아닐까?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과 인생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엔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전자의 경우는, 내가 그토록 최선을 다했고 많은 공력을 들였는데 왜 안 되는 것일까? 좌절하고 미궁 속을 헤메게 되지만, 후자의 경우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 그러니 톰의 입장에선 썸머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 것에 그는 되고 나는 왜 안 되는데?라는 질문을 할 수 밖엔 없는 것이다.  

톰은 이것 때문에 괴로워 하고, 자기 연민에 빠진다. 그런 장면을 보면 참 사람이란 어쩔 수 없이 사랑을 찾아 헤메는 존재구나. 그것은 태고적 인간을 처음 만들기 시작하면서 신이 인간에게 심어놓은 DNA 같은 거란 생각을 새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러니 난 사랑 따윈 관심없어.라고 말하는 사람 매일 매일 만우절을 산다고 해도 거짓말은 아니겠지? 

결국 이 영화는 사랑에 너무 목숨 걸지 말자는 영화쯤으로 봐도 별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쿨한 사랑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도 그저 인생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고 살아야한다는 뜻이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랑은 내가 원치 않는다고 해서 오지 않는 것이 아니며, 원한다고 해서 떠나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사랑은 그런 것이다.  

영화는 구성이 독특하다. 톰이 썸머를 만난 그 첫날과 헤어지게 된 날을 서로 교차해서 보여주고, 썸머를 잊기 위한 나날과 썸머를 마침내 잊게된 마지막 날과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첫날를 교차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또 재밌는 부분은, 톰의 상상의 부분과 현실을 한 장면에 분할해서 보여주므로 해서 영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과연 이 영화는 한 장면 한 장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또한 음악을 많이 사용했다. 영화 '원스'에서 처럼. 음악 영화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요즘 미국 영화의 구성 트랜드가 그런가 보다. 정말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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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10-04-04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큼한 영화였죠. 나름 흐믓하게 봤던 영화였어요. ^.^;

stella.K 2010-04-04 21:19   좋아요 0 | URL
네. Tomek님도 이 영화 보시고 리뷰 쓰신 거 봤어요.^^

stillyours 2010-04-12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날은 간다> 로맨틱 코미디 버전!
이렇게 뻔하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 좋아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