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이책의 해설을 맡았던 장정일씨의 말대로 처음에 나도 무슨 칙릿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마도 9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 문학계에 유행하던 현실참여 문학과 그 후일담 문학 이후 다시 부활한 참여문학은 아닌가 싶다. 그때는 독재 정권을 타도하는 글들을 문학인 저마다 쏟아 냈었다. 그 시기는 정말 암담했었고 작가들 저마다 현실참여를 하고 있으니, 나 개인적으론 그 시기는 문학의 죽음의 시기는 아니었나 싶었다. 도무지 작가들이 그쪽 아니면 글을 쓰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그때 이후 오랫만에 보는 현실참여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들 이 작품의 출현을 신기하게 보는 것 같다. 이게 그렇게 신기하게 볼 일인가? 격세지감이란 느낌도 든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의 현실 참여는 독재정권이지만, 지금의 현실 참여는 '쇠고기 파동' 즉 국민의 먹을 권리와 건강에 관한 것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2008년 6월 10일. 나도 그밤 시청에 있었다. 왜 하필 그날이었을까? 그날은 6.10 항쟁 10주년 기념(이었나?) 해서 국민의 단합을 호소하는 의미에서 그랬을 것이다. 그도 지금 보면 격세지감이다. 예전의 데모는 '피끊는 외침' 또는 '연합의 힘'같은 거였는데, 이젠 과거의 힘을 빌어 하나의 상징이자 문화 행사로 옮겨간 느낌이다. 솔직히 나도 그날 그곳에 가봤지만 사람의 물결이란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아마도 멀리 공중에서 보면 물결이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참여라기 보단 사람 구경을 더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과연 신문이나 뉴스에서 보도된 것처럼 절박할까? 뭐 그런 걸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듣던 거 보다 그다지 절박하고 치열해 보이지는 않았다. 물대포나 최루탄을 쏜 흔적없이 비교적 질서있게 시위를 했던 것 같다. 물론 드문드문 절박하게 호소하는 사람도 있긴 했다. 하지만 포퍼먼스나 현장에 온만큼 구호 몇마디를 외치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그밤을 그저 즐기고 지키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이래 가지고서야 청와대가 꼼짝이나 하려나 싶기도 했다. 예전을 생각해 보면 사람이 죽어 나갔다. 그러나 수입 쇠고기 반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정도는 아니다.  

난 그때 참 많이 혼란스러웠다. 정말 대통령이 그랬단 말인가? 예전에 고노무현 대통령 미워해서 언론이 원천 봉쇄하고 조작하기도 했다던데 뭐 그런 것과 같은 건 아닐까?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 같은 일을 아무 생각없이 허락할 수 있을까? 이걸 허락했다면 배후에 무엇이 작용했길래 그랬을까? 내내 궁금했지만 높으신 분들이 하는 일을 나같이 초야에 묻혀 사는 사람이 어찌 알까 ? 속시원한 뭔가가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나 개인적으로 이 책은 좀 실망스러웠다. 제목이 약간은 생뚱맞아 별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표지도 마음에 안 든다.) 역시나 예감했던 것 이상의 새로움은 없었다. 적어도 작가라면 2008년 6월 10일을 새로운 시각 또는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일을 보여줘야 하는데, 별로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냥 덤덤하고 심지어는 너무 뻔해 보여 지루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지오는 새로운 아이다. 지오를 통해 보는 2008년도의 우리나라에 대한 해석이 좀 새로워야 하는데 그다지 새롭지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는 오늘날의 입시문제에 대해 지오가 알고 "어머, 너희들은 어떻게 그러고 살 수가 있니?"하는 식의 반응은 너무 상투적이지 않은가? 어떻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지. 한마디로 이펙트가 약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괜히 마음만 더 복잡해졌다. 정말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대통령은 언제 나올 것인가? 국민이 이렇게 대통령을 행해 분노하고 있으니 앞으로 곧 머지않아 선출되는 대통령은 좀 더 똑똑하고 좋은 리더십을 가진 좋은 대통령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문득 작년에 봤던 영화<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장동건이 일본대사한테 주억거렸던 말이 생각난다. "한국 정부를 우습게 보지 마시오. 굴욕의 역사는 가지고 있을 망정 굴욕을 정치는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건 정말 맞는 말이다. 나라의 지도자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먼저 굴욕적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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