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 Love Is a Crazy Th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전편에 흐르는 분위기는, 어느 쓸쓸하고 외로운 여자의 생에 대한 본능을 관조적으로 보여 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사실 이혼도 했겠다. 쓸쓸하고 외롭기도 하겠지. 하지만 마음은 마음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이혼 후 어진에게 남겨진 두 아이와 먹고 살기위해 윤정이란 이름으로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고 어느 날, 그렇고 그런 수컷들 가운데 매너 좋고, 진지한대다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 주는 남자에게 마음을 연다. 게다가 그 남자가 친구하자고 까지 한다. 이처럼 매력적인 제안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확실히 외로운 어진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아킬레스건이다.  

정말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이것은 해 묵은 질문이긴 하다. 아니 이젠 이것을 묻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드러내주는 것인가를 반증하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을 묻지 않는다. 그냥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맞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왜 이 영화를 통해서 새삼 이 질문을 하는 것일까? 그것도 노래방과 노래방 도우미란 공간과 신분을 통해서 말이다. 



사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남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나는 수컷. 또 하나는 신사. 수컷은 여자를 마구 탐하지만, 신사는 함부로 여자를 탐하지 않으며 노래방같은 그런 음습한 곳은 찾지도 않으며 설령 찾는다 해도 아무 여자나 관계를 하지 않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환상을 여지없이 깬다. 그렇게 매너 좋고, 진지하고, 먼저 친구하자고 손 내미는 신사도 결국 수컷의 다른 이름이란 걸 보여준다. 그러면서 한마디로 여자가 생각하는 그런 남자는 없다고 못 밖는지도 모르겠다.  

더 나아가 어진을 노래방 도우미로 이끈 김마담을 보라. 그녀에겐 교도소에 수감 중인 남편이 있는데 이제 형이 만기가 돼 출소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가 출소하면 제주도 어딘가로 숨어버릴 거라고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할뿐, 결국 남편에게 걸려 죽지 않을만큼 맞는다. 남편은 무엇 때문에 김마담을 때리며 그녀는 왜 피하거나 저항하지 않는 것인지 관객은 알 길이없다. 그냥 사디즘과 메저키즘의 극치를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김마담이 그렇게 맞고 실종 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한편 어진의 민수에 대한 불안한 그리움은 더 해간다. 민수만큼은 세상 여느 남자와 다를 것이다라는 믿음을 간직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라. 그렇게 진지하고 신사적인 사람과 비록 노래방 도우미란 신분으로 섹스를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친구 관계만으로 가능할까? 그토록 진지하게 섹스를 한다면 사랑하는 관계가 아니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 조차도 여자가 자칫 갖는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은 없는 것일까? 

감독은 이 영화를 몰아가 돼 끝까지 몰아 붙인다. 즉 민수와 어떻게 되는 선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선배는 민수가 어진과 함께 있는 것을 보게 되고 거기서 어진에게 군침을 삼킨다. 선배가 찍으면 민수는 꼼짝도 하지 못하는 관계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김마담의 경우처럼 관객이 알 수가 없다.  그냥 야성의 수컷들의 세계에서 보면 서열이 있지 않은가? 뭐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곧바로 민수는 어진에게 선배를 상대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물론 어진은 처음엔 거절을 하지만 나중엔 민수의 부탁을 들어준다.  사실 이쯤되면 감독의 악취미가 절정에 다다랐다고 봐도 될 것이다. 솔직히 거의 말미에 다다르면 좀 충격적인 장면이 나오기도 하니까. 나는 보면서 '이 정도까지?'하며 놀라기도 했다.  

감독이 악취미는 악취미다.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는 사디즘이요 여자는 메저키즘으로 설정하고 나오니까. 여자에 대해 아픈 추억이 있나 의심이 가기도 한다. 여자와 남자를 이렇게 보여주면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를 유쾌하게 다룬 영화는 당연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가 될 것이다. 그런 영화가 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이 영화에서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어진의 전직은 전화방 도우미였다. 거기에서도 남자들은 다 그렇고 그렇게 나오지만 딱 한 사람 건실하게 전화 통화를 하는 남자가 있다. 엔딩에서 윤정으로 노래방 도우미를 했던 그녀에게 진짜 본명이 무엇이냐는 남자의 질문에 어진이라고 가르쳐 준다. 그것은 뭘 의미하는 걸까? 여자가 남자를 대할 때는 진짜 자신은 감추고 포장된 여자로 만나라는 암시하는 것 같다.   

스토리는 다소 칙칙하고 거시기하지만 맡은 배역들은 정말 호연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그만큼의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 전미선을 다시보게 만들었던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 배우 참 오랫동안 안 드러났던 배우였는데 웬지 모르게 신뢰가 간다. 하지만 나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이런 류의 영화엔 더 이상 출연 안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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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2-10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미선이 참 연기를 잘 하죠. 얼굴도 아주 이쁘구요.
이 영화 결말에서 깜딱 놀랐던 기억이 나요. 확~ 깨더군요.
새삼, 영어제목이 눈에 들어오네요. 정말 그럴까요?

stella.K 2010-02-10 20:59   좋아요 0 | URL
전 여기서 전미선이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걸 알았죠.
저도 끝에 가서 정말 놀랐어요.
프레이야님 참 부지런하시고 정말 영화 매니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