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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버드의 어리석음 -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턴가 역사는 승자 독식의 기록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것은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이 그렇다 보니 그렇게 증명된 것처럼 되어버린 건 아닐까? 그러다 보니 '양지의 역사'는 우리가 접할 기회는 많지만 '음지의 역사'는 접할 기회가 없어져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양지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음지의 역사가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장되어 갔는지를 우리는 알리가 없다.
누가 역사를 논할 때 거대담론만을 논하며 양지의 것들만을 논하라 했던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자칫 가리워져 잊혀질 뻔한 것에도 빛을 보게 만드는 것 그것이 또한 역사 기술자가 응당해야 할 몫은 아니겠는가? 이 책의 저자 폴 콜린스는 똑똑하게도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케케묵은 이야기를 찾아 자신만의 독특한 일인칭 방식으로, 13명의 똑똑하나 바보스러운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된 13인의 인물들은 각 분야에서 한때는 남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요즘 시쳇말로 대박 인생을 살다 끝끝내는 역사속에 스러져간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그런 사람들의 쓸쓸한 말로를 보는 것은 확실히 유쾌하지마는 않다. 하지만 역사는 역사다. 좀 더 엄중할 필요가 있고 우리는 그것을 알 필요가 있다. 그들도 알고 보면 한때는 인류 문명에 이바지했던 사람들이니까 우리가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자멸을 했건, 시대가 그들을 뒷받침 해 주지 못했던 역사는 공정할 필요가 있고 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이 책을 그다지 성실하게 읽어내지는 못했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번역의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남의 나라 역사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나의 편협함이 문제인 것인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낮선 느낌이라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읽다보면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을 발견을 하게 된다. 그렇게 역사 속에 가리워진 사람들 그래서 누가 기억해 줄 것 같지도 않은 사람의 역사도 사료적 가치로 인정하고 보관해 놓는 미국이란 나라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와 같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꺼내 내놓을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다(물론 그도 쉽지 않은 작업이겠지만). 하다못해 여기 소개된 13인의 초상을 소장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점은 우리가 본받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는 역사를 말할 때 이인자, 패자 즉 역사적 음지의 사람들은 기억도 알지도 못한다. 그들이 잘 했으면 어떻게 잘하고, 못 했다면 어떻게 못 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 조차도 알지 못한 채 사장되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이 반면교사의 의도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성공에 목마르고 사람을 단죄하려는 속성 때문에 그것에 부합되는 사람들만을 부각시켜 표적을 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도 아니면 모라는 편협된 사고 방식으로만 역사를 주입 받는 것이다. 그래가지고서는 창의적인 국민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우리도 이제라도가리워진 것에 애정을 보이고 좀 더 풍부한 역사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새삼 가치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