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다 - Rough Cu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실 난 마초들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그 유명한 <친구>도 아직 안 봤을라고.  

그런데 나는 이 영화가 나올 때부터 궁금하긴 했다. 마초 영화인지 어떤지도 모르고 그냥 궁금했다. 소지섭과 강지환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궁금하지 않은가?  

그런데 드디어 어제 보고야 말았다. 

이 영화 참 독특하게도 영화 배우와 조직의 중간 보스와 키재기를 한다. 그래봐야 둘 다 3류 양아치지만 영화 초반부터 니가 잘 났니, 내가 잘 났니 신경전을 버리는 것이다. 어느 때보면 영화 배우가 중간 보스 보다 조금 난 것도 같고, 어느 때 보면 중간 보스가 영화 배우 보다 나아 보인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봤을 때 영화 배우 강수타(강지환) 보다 중간 보스 강패(소지섭)가 훨씬 나아 보인다. 왜냐구? 수타는 거의 끝까지 분노를 못참고 방방 뛰는 스타일이지만 강패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중동이니까. 그런 사람이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포스는 영화 전반을 아우르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이 영화는 소지섭이었기에 가능했고 이 배우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 싶으리만큼 완벽해 보인다. 정말 외로운 한 마리 하이에나 같다. 그만큼 이 영화는 소지섭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 참 독특하다.  

영화를 찍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할 사람이 없어지자 얼치기로 강패가 투입이 된다. 강패가 투입이 되면서 영화는 영화와 현실이 모호해 진다. 

물론 배우에게 이런 말이 있을 것이다. 연기는 현실 같이, 현실은 연기같이 하라는. 하지만 배우에게 이것이 처음부터 가능하겠는가? 특히 양아치 배우에게 더 더욱. 그러나 이것을 끝까지 가능하게 해 준게 결국 강패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강패는 진정한 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강패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자주 현실과 혼동을 한다. 이를테면 카메라 안에서 수타와 강패가 술을 마시며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해진대로 하지 않고 현실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다. 강패와 수타가 영화 카메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둘 다 서로 앙숙이므로 따로 정해진 대본대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강패가 미나(홍수현)를 홧김에 차 안에서 강간하려는 것도 그는 영화와 현실을 구분 못해 실제로 강간을 한다. 어찌보면 강패는 뇌의 구조 하나가 망가진 사람 같다. 일종의 망상장애자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것이 찍어 놓고 보면 또 그럴 듯하다. 그러니 뭐라 심하게 나무랄 수도 없다.

영화의 엔딩도 수타가 주인공인만큼 중반까지 상대에게 밀리는 듯하다 나중엔 이기는 것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강패는 자신은 그런 거 잘 모른다고 한다. 무조건 끝까지 가는 것이다. 결국 영화 대로 하려면 실제로 강패와 싸워 이겨야 하는 것이다. 또 그러기 위해  몸을 만든다.   

결국 그 영화의 마지막 엔딩이 되는 진흙 바닥에서 서로 몸이 부서져라 싸운다. 누가 봐도 수타는 강패를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암흑가에서 다져진 주먹을 그렇게 단 시간에 몸을 만든다고 가능할까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 피터지는 싸움에서 수타가 강패를 이긴다. 그래서 카메라 안에서의 수타는 리얼한 연기를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강패가 수타와의 싸움에서 정말 질려고 해서 진 건지 아니면 져 준 건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영화 작업은 이렇게 끝이나고 묘하게도 수타는 강패에게서 고마움을 느낀다. 연기는 가식이 아니며 진정으로 자신을 이길 때 가능하다는 것을 강패로 부터 알게된 것이다. 그러니 어찌 고맙지 않으랴.  

하지만 강패의 영화는 이제부터다. 그동안 영화를 찍지 않을 때 즉 영화 밖에서는 자비를 베푼 상대 조직의 보스에게 뒤통수를 맞았고, 조직으로부터도 버림을 당했다. 이제 그것의 응징을 위해 상대 보스를 찾아가 그야말로 머리통을 부셔 놓는다. 현실에서의 승자는 강패였던 것이다. 물론 이 논리는 이 영화의 논리겠지만. 

영화의 짜임새가 좋다. 영화 작업이란 큰 틀 안에 영화 안의 세계와 영화 밖의 세계를 간단없이 보여준다. 그러므로 영화 밖의 삶이 얼마나 구질구질한가를 영화안에서 처절하게 싸워야 하는 보다 더 실감있게 보여줌으로 영화 전체가 갖는 아우라를 극대화 했다. 과연 똑똑한 영화다. 

영화를 보면 역시 김기덕 사단이란 느낌이 들게 만든다. 영화가 그다지 밝거나 유쾌하지 않는 톤이 그렇고, 특히 여성의 굴욕을 미화시키는 강박도 그렇고. 이제 김기덕의 강박은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트렌디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렇다면 여전히 깡패, 보스를 미화시키고 그것이 아직도 이 나라 영화계에서는 먹히고 있다는 것은 나의 강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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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10-02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전 오늘 페임 봤는데 별로였어요 ㅋㅋ
추석 맛난 것 많이 드시고 편안히 보내세요.^^

stella.K 2009-10-02 16:07   좋아요 0 | URL
참 부지런하십니다. 언제 또 페임을...!
고맙습니다. 프레이야님도 좋은 추석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