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표류기>를 리뷰해주세요.
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 수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턴가 에세이류가 좋아지기 사작했다. 이 말은 예전엔 에세이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단 말도 될 것이다. 그냥 잡기라고 생각했고 개인의 사적인 생각을 주저리 주저리 털어 놓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그쪽 방면의 책들이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내가 그쪽 방면의 책들을 폄하하는 눈을 버리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내가 젊다고 생각했을 땐 남의 생각이 그다지 귀에 들려오지 않았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젊다고 생각했을 땐 세상에 적당히 눈과 귀를 열어놓고 또 적당히 눈과 귀를 닫아놓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원하던 원치 않던 나도 기성 세대라고 말하는 그 세대에 진입하게 되고 보니 예전보다 더 세상 일에 문외한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난 작년부터 신문을 구독을 그나마 작년부터 구독을 철폐한 뒤로 세상에 더 문외한이되었다.) 물론 기성 세대가 되면 다 세상 일에 문외한이 되는 건 아니다. 아니, 여기서 말을 고쳐야겠다. 문외한이 아니라 무뎌지는 거겠지. 그게 그건가?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처럼 세상 일에 밤 놔라 대추 놔라 시시콜콜 말이 많을까? 특히 정치 얘기! 신물이 난다. 다른 나라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정치에 우리나라만큼 관심이 없다고 한다. 알아서 잘 하겠지하는 믿음인 건지? 당신은 그 일 하쇼. 난 내 일이나 하겠소. 하는 무관심을 가장한 똘레랑스인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은 두 사람 이상만 모이면 정치 얘기를 한다. 저렇게 똑부러지게 잘 할 것 같으면 여의도 가지 왜 햇볕을 등에 쬐고 저 입질들일까? 시끄러운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 귀를 닫아 버린 것이다.  

그런데 나도 그런 게, 그렇게 살다보니 한편 남의 생각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남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러다 보니 그런 에세이류가 읽혀지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은 에세이라고 하기엔 부드럽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에세이는 문학중에도 고급 장르로서 굉장히 정갈하고 작가의 생각을 정제해서 보여주는 것이 에세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기엔 이 책은 거친 구석이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문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은이의 필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 초두에는 정말 낙서 같이 써 놓은 글들이어서 킥킥대고 웃으면서, 이거 정말 낙서집인가? 의심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거칠긴 해도 읽으면 읽을수록 젊은이다운 패기가 느껴져서 읽는 맛이 남 달랐다.     

특히 지은이가 기자 경력도 있는만큼 최민수 폭행치사 사건 이면을 다룬 글들이나 연예인들을 인터뷰하고 나서의 느낌 등을 써 놓은 글들을 보면 날카로우면서도 기자다운 기지가 느껴져 오히려 멋지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지은이의 나이가 올해로 만 서른이다. 본인은 그 나이가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아직도 충분히 젊은 나이다. 그래서 그럴까? 책은 젊은이다운 비판적 글들로 가득차 있는 듯 하다. 그것이 또한 젊은이의 특권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이만한 비판 의식도 없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문득 책을 읽다보니 내가 꼭 지은이 만한 나이 때 꼭 지은이 같이 비판 의식으로만 가득찬 내 옛 주일학교 제자 녀석이 생각났다. 나름 나와 통한다싶어 꽤 많은 것들을 얘기하고 공유했던 제자였다. 하지만 그때 난 녀석이 너무 심하다싶은 생각을 한켠 했더랬다. 저렇게 떠든다고 해서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데 그냥 자기 일이나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녀석은 이 책의 지은이 보다 4살 정도가 많은데, 그 녀석은 작년 촛불집회나 쇠고기 정국을 어떻게 볼까 궁금했고 지금은 만날 수 없음이 아쉽게 느껴졌다. 모르긴 해도 어디선가 지은이처럼 떠들고 있겠지?  

사실  이 책은 끊임없이 자지말고 깨어있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특히 2장에  속하는 '큰 사람들의 나라'에선) 그러기가 쉽지 않을텐데 그것도 당차게. 

어딘가 불편하면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 그래서 세상이 좋아지던 좋아지지 않던 그것은 둘째의 문제다. 불편한데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기가 정말 잘하는 줄 안다. 그러나 문제는 너도 나도 서로 잘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니 정말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정말로 불편한 건지 모르겠다. 

단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건 이 책 역시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내고 현상에 대해서 말은 하고 있지만 대안은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을 '대한민국 표류기'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현상만 집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하긴 표류하는 무엇에 무슨 대답을 얻을 수가 있겠는가?   

특히 지은이의 개신교 유감에 관한 글은 나 또한 교회 다니는 한 사람으로 유감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분명 기독교가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기독교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은이가 보지 않은 것을 썼을리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오늘 날의 기독교 전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말 지은이가 보는 것이 전부라면 그런 기독교는 나라도 안 믿는다. 또한 뒤에 예수님이라면을 썼을 정도라면 지은이는 예전에 신자였거나 적어도 기독교에 대해 아주 적대적이지마는 않은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슨 문제가 이슈화 되면 거기에 따르는 선의의 피해자가 있는 것처럼 그 글은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난 그 부분에 대해 시비나 논쟁을 하겠다는 뜻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랬다면 이렇게 서평 리뷰를 빌어 쓰지도 않았겠지. 서평은 서평일 뿐이다. 그런 것처럼 지은이가 써야하는 글에 예외 조항을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나는 독자로서 그냥 한번 읽고 말 일이다.     

물론 '표류기'였던만큼 대안은 이 젊은이한테 물어선 안될 것이다. 그저 허지웅이란 젊은이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이 누가 읽기엔 '뉘집 자식인지 제법 똑똑하게 잘 썼네!' 정도가 될 것이다.    

내가 그에 대해 한 가지 부러운 것이 있다면 그는 요즘 젊은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먹고 살기위해 치열하게 일해야 했고 거기서 부딪히고 체험했던 것을 고스란히 글로 쓰고 있다는 것(지금도 그의 블로그에 가면 계속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쓰고 있다.)이 부러울 뿐이다. 부딪히지 않으면, 비판하지 않으면 그리고 쓰지 않으면 나는 없다는 마음으로 썼던 것 같다. 그 살아있는 의식이 부럽다. 몇 살을 먹어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고 있는 한 늙지 않을 것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우리나라에 이런 생각을 하는 젊은이가 있다니!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통과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뭔가 남다른 생각에 자극 받고 싶을 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세상을 조정하는 건 악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 짓기는 너무 쉽고 무책임하다. 정작 걱정해야할 건 차리리 우리 안의 악마다. 무관심이라는 악마다. 지금도 무엇인가를 외치고 행동하는, 관심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눈에 보이는 부조리에 비관과 자조로 일관하기를 거듭하다 우리는 결국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진짜 지옥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진짜 악마를 보게 될 것이다. (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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