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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늙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없진 않은 것 같다. 솔직히 나는 늙는 것이 두려웠다. 갓 스물이 되고부터. 그 전까지는 시간이 참 안 간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스물이 되고보니 나이 먹는 것이 두려워진 것이다.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스물 다섯이 되면 정말 나이들어 보일 거라고. 하지만 지금은 그 나이 보다 훨씬 더 많은 나이를 살고 있고, 돌이켜 보면 그 나이도 얼마나 젊은 나이었나 생각하면 그런 나 자신이 우스워 피식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런데 어쨌거나 그 무렵, 나의 지인중 하나는 빨리 나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한 사람이 있어 살짝 충격을 먹었더랬다. 그녀는 어찌나 평화롭고 온화한 얼굴로 스스럼 없이 말하던지 세상엔 나 같은 사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표제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을 읽었을 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선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을리 없겠지만, 만약 있다면 이 사람은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일까를 생각해 봤다. 시작이야 늙은 모습으로 시작하는 거지만 그는 가면 갈수록 젊어지는 것이 아닌가. 늙기 싫고 나이 먹기 싫은 나 같은 사람에겐 얼마나 근사한 일이겠는가.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누구든 인생을 말할 때 정점에 이르는 과정과 그 정점에 이르렀을 때와 그 정점에서 하강을 말하곤 한다. 그러면서 누구의 인생이든 다 똑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벤자민 역시도 우리의 인생의 그라프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비록 시작은 우리와 다르지만 그의 인생의 그라프나 우리의 그것이다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는 거꾸로 유년 시절을 맞았을 때 겉은 어린 아이의 모습이지만 관절염에 치매까지 걸려 골골하고 있지 않은가? 단지 좋았던 것이 있다면 그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아기의 모습으로 너무나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인간들의 죽음의 모습은 그닥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이야기는 또 달리 생각해 보면,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요즘의 세태에 경종을 울릴만 하다. 차라리 늙은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아름다운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내 세상은 좀 더 풍요롭고 여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보면 정신적 성숙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 또한 시각적 효과를 얼마나 강조하는가? 그것이 사람을 얼마나 기만하게 만드는지 알면서도 말이다. 그런다고 죽음이 안 오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읽다보면 의외로 마음이 넓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인생 별거 있어?" 하며 나이 드는 것을 싫어하며, 두려움이 많고, 안으로 숨어들려고만 하는 나에게 뭔가를 일깨우고 앞으로의 생에 용기를 갖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독특하지만 사랑스러운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
애석하게도 피츠제럴드의 작품은 유명함과 달리 그동안 나와는 별 인연이 없는 작가였다. 오래 전 혹자는 그의 작품이 잘 안 읽혀진다고 토로한 글을 읽어 본적이 있는데, 나 역시 그의 말에 공감할 수 밖엔 없었다. 그나마 이 표제작이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이 독특하고도 위트가 넘치는 작품에 나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비록 피츠제럴드는 죽고 없을지라도.
마침 때를 같이하여 영화도 같이 볼 기회를 가졌는데 그렇게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요즘엔 문학과 영화가 공생을 하다보니 눈이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좋은 현상이라고 해야겠지? 이 작품의 경우 나 개인적으론 영화가 원작을 훨씬 능가하지 않았나 싶다. 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잘 만들었단 생각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피츠제럴드란 이름 만으로도 관심이 가지 않을까? '위대한 개츠비' 외에 우리가 이 사람의 작품에 대해 뭘 알았겠는가?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인생의 의미를 알고 싶어하는 또는 우린 너무나 시간을 허비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란 자성의 목소리를 가진 자라면 한 번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전에 읽고 리뷰 써 놨던 것을 서평단 리뷰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