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正祖)가 문화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조의 제왕학’ ‘정조의 음악정책’ 같은 학술서에서부터 ‘열하광인’ ‘이산 정조대왕’ 등의 소설,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같은 어린이책에 이르기까지, 정조 관련 서적들은 올해 들어서만 수십 권 쏟아지고 있다.

정조의 일대기를 다룬 MBC 드라마 ‘이산’은 2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케이블 채널 CGV는 10부작 ‘정조 암살 미스터리’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1752년에 태어나 1800년에 죽었으며 24년 동안 임금 자리에 있었던 조선 22대 임금 정조는, 그러나 그에 대한 관심이 절정으로 치솟은 바로 지금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개혁 군주’정조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화성에서 꿈꾸다’의 한 장면. /조선일보 DB

◆明 “조선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賢君”

“정조는 붕당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가리는 탕평책을 추진했다”는 현행 국사 교과서의 기술대로, 대중의 마음 속에서 정조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닌 군주다. 잃어버린 ‘자생적 근대’와 마니아 문화의 싹을 18세기에서 찾아내려는 최근의 흐름이 ‘실패한 개혁’이라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정조 붐을 일으켰다는 시각도 있다.

한영우 한림대 특임교수의 ‘정조의 화성행차 그 8일’(효형출판)은 이런 긍정적인 시각을 깔고 있는 대표적인 책이다. 저자는 정조의 시대에 대해 “사람을 다치지 않는 뛰어난 문화정책으로 정치적 안정을 가져온 우리 역사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말한다.

드라마 ‘이산’의 주요 참고 도서였다는 박광용 가톨릭대 교수의 ‘영조와 정조의 나라’(푸른역사)는 정조를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제도개혁에 이르도록 사업을 추구’했으며 ‘규장각을 통해 수많은 신하들을 직접 훈도한 군주이면서 스승이고 성인(聖人)’이었다고 묘사한다. 김문식 단국대 교수의 ‘정조의 제왕학’(태학사)은 ‘학자군주’를 말하는 군사(君師)라는 동양적 이상에 있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인물이 정조라고 평가한다.

◆暗 “국운의 쇠락을 가져온 아마추어”

이런 흐름에 맞서 정조와 그의 시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의 ‘정치가 정조’(푸른역사)가 대표적이었다. 이 책은 정조의 탁월한 정치 감각을 인정하면서도 ‘스스로 성왕(聖王)으로 일컬으며 모든 것을 일일이 주관하려는 정치’가 오히려 비판세력의 무기력화와 그의 사후 세도정치의 출현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출간된 김탁환의 소설 ‘열하광인’(민음사)에서 그리는 정조의 ‘본색’은 개혁군주라기보다는 왕권 강화에만 집착하는 절대군주에 가깝다. 작가는 1792년 실학파의 저술을 탄압한 정조의 문체반정(文體反正)을 소재로 정조가 개혁의 후원자에서 탄압자로 변신한 사실을 지적하며 “수구와 혁신에서의 양자택일은 이미 낡았다. 이제는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를 더 깊이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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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조 텍스트
    from 2007-11-24 12:12 
    올해는 유난히 정조가 눈에 띈다. 문화아이콘이 되어버린 정조. 조선일보에 나온 기사와 나의 서재지인들의 말을 참고하여 도서목록을 만들어 봤다.
 
 
마노아 2007-11-21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조에 대한 접근 중 가장 신선하고 또 맘에 들었던 것은 드라마 '한성별곡'이었어요.
아름답고 외롭고, 그리고 안타까운 군주였지요.

stella.K 2007-11-22 10:53   좋아요 0 | URL
저도 동감이어요. 언젠가 KBS1의 <한국사전>이란 프로에서 정조를 다루더군요. 그거 보고 한숨이 절로 나오더군요. 근데 한성별곡은 못 봤네요. 전 퓨전 사극은 그다지...ㅠ.ㅠ

니르바나 2007-11-2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페이퍼들을 보니 스텔라님이 역사속으로 푹 빠지셨군요.
표정이 뚜렷한 것이 역사속 인물들이지요.

stella.K 2007-11-23 12:31   좋아요 0 | URL
ㅎㅎ 오랜만에 오셨네요. 역사 드라마 때문이죠 뭐. 요즘 <이산>보면서 제가 정조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합니다. 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