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여주인 프랑스 현대문학선 24
레몽 장 지음, 이재룡 옮김 / 세계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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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는 <책 읽어주는 여자>로 유명한 작가다. 하지만 나는 애석하게도 아직 그 작품은 읽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저자의 또 다른 책, 이<카페 여주인>이란 작품을 읽게 되어 나름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내용은 간단하다. 어떤 작은 마을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여자에게 편지 한장이 날아든다. 그것은 어느 작가로부터, 하룻밤을 같이 지내주면 10만 프랑을 주겠다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소설은 시작하고 있다.

생각해 보라. 정말 누군가가 하룻밤을 지내주는 댓가로 적지 않은 돈이 생긴다면 제의를 받는 사람의 마음은 어떻겠으며, 주위의 반응은 또 어떻겠는가? 이것을 작가는 아주 그럴듯한 설득력을 가지고,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아주 섬세하고도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여기에 작가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

솔직히 나는 작가의 내공에 좀 놀랐었다. 대작을 쓸만한 작가에겐 그다지 놀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만한 역량이 되서 그렇게 쓰는 것인데 새삼 놀라고 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저 작가가 펼쳐 준 잔칫상에 독자는 편안히 앉아서 즐겨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품. 즉 작은 이야기를 이만큼 능청스럽게 펼쳐 나가는 작가들 보면 솔직히 질투가 날 정도다.

그런데 문득 읽다가, 만약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우리나라의 어느 작가가 그려낸다면 어떻게 그려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를 비하 할 마음은 없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정서엔 돈과 섹스를 동의어로 보는 경향이 있어, 한푼어치의 에누리도 없이 과감하게 까발리려고만 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갖는 신비감이 반감이 되면서 또 똑같은 얘기하고 앉았구나, 하지 않을까? 이것을 클리셰라고 한다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는 결국 작가의 몫이다. 레몽 장은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위해, 주인공인 카페 여주인과 10만 프랑을 제의한 작가를 파리의 어느 박물관으로 대려다 놓는다. 그리고 사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만드는가 하면, 역사의 한 단면을 얘기하게도 만든다. 그리고 프랑스 유명작가의 말도 인용하게 만든다. 과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책이 상당히 육감적이며 흥미롭고, 지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책을 읽는 내내 마치 프랑스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아주 괜찮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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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6-3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끌리네요. 님이 매혹된 소설 읽어보고 싶어 담아갑니다.

stella.K 2007-06-30 10:40   좋아요 0 | URL
네. 한번 읽어보세요. 저는 몇년 전에 사놓고 벼르고 벼르다 이제야 읽었네요. 이런 여름 날, 특히 조용한 밤에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