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알라딘 브리핑룸을 보니, 혜경님이 쓰신 페이퍼가 올라와 있다. 그냥 안 쓰고 넘어갈까 하다가 떡 본 김에 제사 드린다고 그냥 몇마디 써 볼까 한다.
내가, 김수현 작품을 언제 보고 안 봤더라? 따발총 쏘아대는 마구 쏘아 듯한 대사, 뭔가 도덕 교과서 같은 말투. 꼼꼼한 건 좋은데 뭔가 넘치고 있는 듯한 상황 설정 등이 때론 부자연스러워 보질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인내심을 가지고 종영까지 본 건 바로 이<내 남자의 여자>다. 제목도 괜찮은 것 같고, 또 누가 아는가? 보고 배울 게 있는지?
오랜만에 보니 과연 장인다움이 느껴졌다. 여전히 대사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대사중에 정말 탄성을 지를뻔한 것도 많이 나왔다. 내가 늘 관심있어 하는 건 심리묘사다. 과연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희애의 과감한 연기변신이 놀랍다. 하지만 난 그녀의 힘들어 간 연기를 그자지 좋아하지 않는다. 부담스럽지 않은 연기로야 배종옥이나 신애라가 훨씬 보기 좋다. 미스 캐스팅이라면 김상중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그 사람을 안 좋아해서 일까? 구라 같아 내내 눈에 거슬렸다. 그리고 경민이는 후반에 왜 바꾸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 난 박지빈이 좋던데...1년만에 그렇게 변신이 가능한가? 김수현 할머니 그렇게 깐깐하게 구시더니, 그 깐깐이 이 정돈가 싶다.
그래도 흡인력 있게 와 닿는 건, 40대의 불륜도 참 열정적이고, 에로틱하구나 하는 것이다. 지난 월요일 방영분에 김상중과 김희애가 오토바이로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모텔에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은 다소 놀라웠다. 김희애가 언제 저렇게...? 그런데 그 장면도 그렇고, 바닷가에서 사진 찍고, 찍히는 장면은 어디서 본 듯한 연출이다. 어디서 봤을까?
어쨌거나 나는 보면서 내린 결론은, 제발 이젠 사랑타령은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는거다. 사랑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사랑에 목숨거나 모르겠다. 그래서 남는 건 패가망신 밖에 무엇이...
나도 죽어 지옥에 떨어지고, 재처럼 타올랐다 사그러들지라도 목숨거는 사랑! 나도 해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그것도 생명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 그것처럼 강한 생명력을 발휘하는 게 또 있을까? 하지만 그것도 2,30대니까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40대면 조화를 더 많이 생각해야 할 때 아닌가? 윤리나 덕을 더 생각해 보고. 그런 것들이 적당히 배분이 된 것 같아 보고나서 찝찝함 같은 건 없었다. 오히려 괜찮다 싶다.
나는 어제 대사 중, 김희애의 동생으로 나왔던 이훈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사람은 실망하지만, 일은 실망을 주지 않는다고. 반드시 하면 한만큼의 보상을 받는다고 한 말. 그래. 게으름 피우지 말고 일하자.
그런데 이 작품 표절시비 붙었던데...결국 법정까지 갈 모양인데 그래도 워낙 막강한 할머니라 그렇게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게 글발이라는 거겠지. 김수현 할머니 홧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