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연극을 보았다. 정확히는 스테이지 무비다. 즉 연극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 물론 중간중간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올레 틔비 회원 12년쯤 하니 이런 것도 보여준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함부로 공연장 가기도 뭐한데 괜찮은 시도 같다.
이 연극은 2인극이다. 황혼의 사랑을 그렸다. 내용은 그냥 고만고만 하다. 젊어서 테일러였던 홀아비가 독립을 한다고 예전에 알던 국밥집 할멈의 집에 들어가 하숙을 하다 사랑하고 사별하게 되는 과정을 사계절에 비유해 그렸다. 연극이란 장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으니 스케일을 크게하기도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 배우의 힘이 작품의 성패를 가른다. 두 노배우의 연기가 볼만하다. 그래서 연극을 배우의 예술이라고 했는가 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대본이 좀 아쉽다. 조금 더 디테일하면 좋을텐데.
우리는 노년의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늙어서 황혼 이혼하는 경우도 많고 송장 치워주러 결혼하냐, 늙어 무슨 로맨스냐며 거북함을 숨기지 않고 스스로도 위축되어 있다. 하지만 사랑은 나이를 타지 않는다. 노년의 사랑은 죽음이 가깝기 때문에 더 강렬하고 실존적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을 별로 어렵지 않은 대사에 잘 담아냈다. 나중에 할멈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데 그 장면에서 잠시 울컥했다.
비록 TV이긴 하지만 괜찮은 느낌이다. 지금 공연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되면서 조심스럽게 공연을 재계하는가 본데 언제쯤이면 코로나가 물러가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공연을 보러 다니게 될까 아득한 느낌이다. 미국의 브로드웨이의 살아 있는 전설이란 한 여자 배우는 살면서 별 일을 다 겪었지만 이런 때는 처음 본다고 절망적으로 말하면서 공연계의 도움을 호소한다. 미국이 이럴진대 우리나라 공연계는 오죽할까. 이렇게 스테이지 무비라도 보면 공연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