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늘 서울시에서 주는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또 얼마 안 있으면 국가에서 주는 재난지원금을 받을 모양인데 글쎄..돈을 싫어라는 사람도 있을까? 그거 안 받았다고 당장 굶어 죽는 것도 아니지만 주는 걸 거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받긴 했다.
처음 있는 일 아닌가? 나라에서 돈을 주기는. 그동안 꼬박꼬박 세금 잘 냈으니 보너스 받는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신이나지 않는다. 이런 거 안 받아도 좋으니 일상을 회복하면 좋겠다. 아침마다 무심한듯 직장을 가거나 학교를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봤으면 좋겠고, 마스크를 하지 않고도 어디든 가고,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났으면 좋겠다.
연일 뉴스는 코로나 쇼크를 쏟아내고 있고 들을 때마다 걱정을 넘어 암담하다는 생각 밖엔 들지 않는다. 물론 사람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기사회생하는 존재들이고 어떻게든 살 길을 찾는 존재들이다. 분명 언젠가 옛날 얘기할 때가 올 것이다. 그저 그때가 가급적 빨리 왔으면 좋겠다.
2. 책은 가급적 안 샀으면 하는데 매번 책의 유혹을 거절하기가 힘들 때가 있다. 언제 책의 유혹 앞에 무너질까? 예전에 반값 할인을 할 때다. 당장 읽을 것도 아닌데 이때 아니면 언제 또 사 보나 싶어 샀던 적이 있다. 그러다 그게 없어지고 각 인터넷 서점마다 중고샵을 운영하면서 더 큰 유혹을 받게 되었다. 이것 역시 지금 안 사면 누가 낚아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또 왕창 샀던 것 같다. 역시 마감이란 마케팅은 사람을 무력화시키는 것 같다.
지금은 그나마 그것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엊그제 좀 억울한 일이 있었다. 사실 나는 요즘 장석주 작가의 <20세기 한국문학 탐험 1>을 아주 조금 조금씩 읽고 있다. 얼마 전 이책이 중고샵에 보이길래 냉큼 샀었다. 이책 정말 재밌다. 적어도 나에겐. 내가 역사에 대해선 좀 많이 약한 편이긴 한데, 이책은 우리나라 문학사를 꿰뚫은 책인데 상당히 흥미롭다. 넘 재밌어 아껴 읽을 정도다. 전 5권이니 오히려 빨리 읽고 다음 권을 읽어야겠지만 중고샵에 나오지 않은 관계로 나머지 책을 언제 구입하게 될지 장담할 수가 없다. 그러니 아껴 읽는 수 밖에. 차츰 책이 얇아져 가면서 어떻게 하나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던 중 나의 이런 바람이 통했던 걸까? 중고샵에 1권에서 5권까지 다 나와 있는 것이 발견됐다. 그럼 그 책을 얼른 다 샀어야 했는데 이런 책 누가 살까 싶어 우선 2권과 3권만 사고 나머지는 다음에 사야지 했다.
그런데 내 생각이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다음 날 인터넷에 들어와 잘 있나 중고샵을 들러봤더니 4, 5권이 없어졌다. 누군지 모르지만 필요한 사람이 사 갔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나의 생각은 그렇게 필요한 사람이 가져 갔겠거니 하는 넉넉한 마음 보단, 내가 하는 일이란 게 다 이렇지 하는 자책과 함께, 그냥 마져 다 살 걸 하는 후회가 드는 것이다. 그러니 난 앞으로 언젠가 이책이 또 중고샵에 나오면 지금의 낭패를 기억하며 나머지를 사버리고야 말 것이다. 물론 그 책을 사간 익명의 사람 때문에 또 조바심을 내며 책을 살 생각을 하니 좀 한심하긴 하다. 하지만 난 나에 대해 너무 잘 안다. 그렇게 한심해 하는 것은 잠깐이고 막상 나머지 책을 손에 넣었을 때 더 뿌듯해 할 것이란 걸. 아, 도무지 이 유혹은 당해 낼 재간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정가가 좀 비싸야 말이지. 그래도 샀을지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랬다고 마음에 두고 있는 책 싸게 사면 좋은 일 아니겠는가. 아쉬운대로 원하는 책을 손에 넣으니 우울한 마음도 잠시나마 잊기도 했다. 책은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