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각설탕>이다.

이 영화를 볼까 말까 생각 중이었다. 평론가의 별점은 별 두 개 반이다. 그래도 말이 나온다니 개인적으로 말띤데 한번 봐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 봤다.

또 개인적으로, 임수정이란 영화배우의 촉촉한 느낌 좋다. 몰입을 잘하는 배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별 두 개 반이 괜히 두 개 반이겠는가? 디테일이 부족하다. 디테일만 좋았다면 나름 멋진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다소의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고, 어디선가 부분적으론 본 듯한  스토리 라인을 차용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임수정과 '청둥'이라고 하는 말을 위한 영화 같다. 조연들의 역할도 나름 좋아 보였 충분히 살리지를 못했다. 조연으로 나온 유오성 정도가 그나마 좋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이 영화 울릴 때 재대로 울린다.  인간과 동물과의 교감을  주제로한 영화는 대체로 실패하는 법은 없는 것 같다.

천둥이 엄마가 천둥이를 낳는 씬은 어떻게 찍었을까? 엔딩에서 천둥이가 죽어가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그리고 다른 경주마들과의 경주 씬에서 어떻게 막상막하의 말들의 완급을 조절해 나갔을까?

유오성의 마지막 대사가 여운을 준다. "......말이나 기수나 어차피 뛰어야할 운명이라면 뛰다가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했던가?

그게 가장 멋진 죽음이 아닐까? 아파서 여러 사람 애 먹이고, 결국 죽을 똥까지 싸고 죽는 거 보다 차라리 그렇게 자기 할 일 하다가 죽는 것이 훨씬 보기 좋은 거 아닌가? 그래서 이순신의 죽음이, 기형도의 죽음이, 멋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수술을 받게된 천둥이가 수술을 거부하고 달리는 것을 선택하는 건 과장되긴 했지만 스토리가 주는 아우라를 위해서 그런 설정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유모라는 평론가는 다 죽어가는 말에게 달리도록 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한마디 남긴다. 뭐 그렇게 보자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것은 이미 김시은(임수정)이 충분히 그 역할을 감당해 준 것 같아 별 불만은 없다.

앞서도 밝혔지만 그렇게 인간과 동물과의 교감을 주제로 한 영화가 실패는 하지 않는다고 보는 건 내가 개를 키우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집 강적 다롱이 때문에 나의 자유가 속박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엄마한테 정선 사는 언니한테 보내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 하신다. 언니네도 힘들다고. (언니네도 개 한마리 키우고 있다.) 이 영화 보고나니 괜히 다롱이한테 그런 마음을 품었던 내가 미안해졌다. 영화의 힘은 대단하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영화를 보며 훌쩍거리니까 다롱이가 무슨 일인가 하여 내 앞에서 킁킁거리고 난리다. 이그, 강적 다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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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7-05-14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에서 이 영화 보면서 엉엉 울었답니다. 안볼걸..하는 후회 하면서요. 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아마 더 가슴 아프지 않았을까요... 엉엉..

stella.K 2007-05-14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랜만이어요. 꼬마요정님! 잘 지내죠? 맞아요. 엉엉~

마노아 2007-05-14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띠예요. 각설탙은 보지 못했지만, 슬플 것 같아요.

stella.K 2007-05-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정말요?
좀 우울해서 울고 싶은데 울 일 없을 대 딱입니다. 흐흐

마노아 2007-05-16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설탈이래요. 각설탈.ㅋㅋㅋ ^^;;;

2007-05-21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7-05-2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벌써 읽었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