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반역
영·미 문학작품 327종 조사… 믿을만한 책 8%에 불과
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시중에 나와 있는 영·미문학 번역서 가운데 번역의 품질을 믿을 수 있는 작품은 10권 가운데 한 권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위원장 서강목 한신대 영문과 교수)이 광복 이후 2005년까지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영미 문학작품 320여 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번역이 잘 된 작품으로 추천할 만한 작품은 25종으로 전체 조사 대상의 8%에 불과했다.
이는 사업단이 ‘천로역정’ ‘정글북’ ‘동물농장’ 등 영미문학의 고전으로 평가 받는 35편의 영어 원작을 우리말로 옮긴 327종의 번역서를 검토한 결과다. 이같은 사실은 사업단이 4월30일 발간한 ‘영미 명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 2’(창비)에 수록돼 있다.
사업단은 이에 앞서 2005년에도 광복 이후 2003년 7월까지 번역 출간된 572종을 대상으로 같은 작업을 진행해 “추천할 만한 번역서가 62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두 번의 조사 결과를 합산하면, 광복 후 최근까지 번역돼 시중에 나온 890여종의 문학 번역작품 가운데 번역 수준을 믿을 수 있는 작품은 87종이다.
사업단은 ‘추천할 만한 번역서’ 가운데 특히 신뢰도가 매우 높은 ‘최고 등급’ 작품 11종을 함께 발표했다. 선정된 작품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번역한 8종(문예출판사, 삼지사, 덕문출판사, 삼성출판사, 일신서적, 민음사, 소담출판사, 라인북)과 스티븐슨의 ‘보물섬’을 번역한 2종(삼성출판사, 비룡소),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민음사) 1종 등이다. 2005년 발표한 1차 조사에서는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문학과지성사) 등 6편 이 최고 등급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