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공부견적 내고 시간 관리 감각을 익혀라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 하버드에는 ‘힘 좋은 수재’들이 모여든다. 공부, 리더십, 운동, 봉사활동, 악기연주는 기본이고, 여기에 특이한 재능이나 경력을 하나씩 갖고 있다. 공부도 성실하게 잘하면서 건강하고 끈질기기까지 한 학생들이 하버드에 입학한다는 뜻이다.

이런 학생들을 모아놓고 하버드가 가르치는 것은 우선 균형 있는 자기관리다. 공부와 과외활동 등 여러 가지를 힘에 부치도록 많이 하면서 견뎌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스타’이면서 동시에 ‘매니저’가 되는 법을 스스로 깨닫는다. 하버드의 공부 양은 평범한 수재가 죽으라고 공부해서 겨우 따라갈 정도라고 한다. 여기서 최대치를 얻어내려면, ‘생각은 자유롭게, 생활은 엄격하게’ 라는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일견 양립할 수 없는 것 같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일단 생활을 단순하고 엄격하게 해야 한다. 생활이 무절제하고 자유로워지면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생각도 불가능하다. 공부가 주는 과부하를 견디며 어느 정도까지는 가줘야 한다. 창의적이고 남다른 생각은 그 후에 온다.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려면 양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하버드생들이 선배들로부터 자주 듣는 몇 가지 전략이 있다. 첫째 ‘나에게 맞는 공부 견적 내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하버드 신입생들은 선배들로부터 자신의 ‘공부능력’을 평가해보라는 충고를 받는다. 일주일 단위로 치밀하게 기록해보자. 몇 시간 동안 집중했는지, 시간 당 풀 수 있는 문제는 몇 개였는지, 책은 몇 페이지 읽었는지 냉정하게 기록한다. 이 결과를 분석해보면 공부패턴이 나온다.

둘째 ‘시간 관리 감각’을 익힌다. 하버드 학생들 중 ‘시간 개념’이 강한 학생들이 공부를 잘한다고 한다. ‘나의 공부 스타일 견적’을 바탕으로 시간을 배분해본다. 통째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두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투리 시간을 알뜰하게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부분을 공부할 때는 서너 시간 왕창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셋째 재미로 하는 과목도 하나 정해두자. 공부란 원래 어렵고 지겨운 것이다. 시험에 큰 도움이 안 되는 과목이라 해도 제일 좋아하는 과목을 하나 정해서 그 공부만은 즐기자. 기분전환이 돼서 다른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넷째 멀리 바라보자. 글쓰기나 외국어 공부가 당장 시험에도 필요하지만, 사실은 평생 먹고 사는 데도 소중한 능력이다. 시험 공부가 아니라 평생의 경쟁력을 위한 저축이라고 생각해보자. 지금 하는 지겨운 공부 덕에 20년 후 연봉에 ‘0’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다면 덜 지겹지 않을까.

다섯째 자기만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하버드 아니라 그 어떤 명문대를 가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를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왜 공부하는지는 스스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상상해보자. 그것이 비전이다. 그 비전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면, 공부의 추진력은 더 커질 것이다.

 
내가 하버드를 통해 본 것은 ‘공부 잘하기’나 ‘좋은 대학 만들기’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살 수 있는가’에 대한 하버드식 방법론이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를 깨닫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그 길로 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실습하는 것이다. 노력도 훈련해야 잘 할 수 있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 정말로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우선 일주일 공부 시간만이라도 꼼꼼히 기록해보자. ‘이렇게 개념 없이 공부했구나’라는 깨달음이 온다면, 정말 멋진 출발이 될 것이다.
 
<강인선 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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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9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넛공주 2007-04-1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개념 없이 공부했구나' 라니. 개념이 없이라도 공부한 게 어디예요! 그죠.

책읽기는즐거움 2007-04-10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사고 싶은데 요즘에 범람하는 수많은 공부법관련 그리고 그런 비스무리한 책들 떄문에 자꾸 고민이 되네요. 괜찮은 내용이 담겨 있을지, 사도 후회하지 않을지 말이에요.,.....

stella.K 2007-04-11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넛공주님/그러게나 말입니다. 흐흐
즐거움님/저도 안 읽어봐서 권해 드리기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저자가 그래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사람인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