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비밀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01
리처드 스템프 지음, 정지인.신소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의 책이라는 게 읽기에도 편해야겠지만 휴대 하기에도 편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래야 편하게 누워서도 볼 수 있으며, 가방에도 쏙들어가고 어디서든 편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가끔 그 상식을 뛰어 넘는 책들이 있다. 그것은 사람의 체형이나 구조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네가 볼테면 봐라. 하며 도도하고 럭셔리하게 그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다소곳이 있는 것이다. 마치 황진이 본색마냥.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런 책들은 아무리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보통 그 분야게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엔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관심이 가지 않아서라기 보단 책을 사는 것까지는 좋으나 돈을 지불할 때의 손떨림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보암직도하고 먹음직도 하지만 보지 않으면 먹지도 않게될 금단의 열매 같은 것이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이 인터넷에 그 모습을 들어냈을 때 아, 한번쯤 가져봤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 금단의 열매 같은 이 책을 덥썩 잡아 볼 기회를 얻었다. 웬 호사란 말인가? 그런데 쪽수가 200 페이지를 조금 넘는다. '페이지는 얼마 안 되면서 비싸기는......' 딴은 그래서도 선듯 사기를 주저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받아 본 결과 헉~! 더 두꺼웠으면 클날 뻔했다. 받아 본 그날로부터 매일 정해진 페이지를 읽고 아무대나 던져놓을 수 없어 책꽂이에 세워놓아야 한다. 그거 세워놓은 것도 손목에 힘이 꽤 들어간다.  이 책은 쪽수는 얼마 안 되지만 결코 빨리 읽을 수도, 읽어서도 안될 책이다. 감상이 필수다. 도판에 꽤 신경을 썼다는 소리다.

르네상스라...! 서양의 역사 중 가장 화려하고 무궁무진했던 때가 아닌가. 그런데 나는 학교 졸업과 동시에 르네상스를 잊고 있었다는 걸 이 책을 보면서 새삼 깨달았다. 하기사 나의 학교 때는 역사에 그닥 관심을 갖지 않았던 때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무식의 소치가 들어난다. 나는 르네상스가 인본주의의 부흥기로써 그전까지 신본주의가 팽배했고 그것에 대한 반기로 일어난 줄로 막연하게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이때만큼 기독교가 역사적으로나 문화 또는 예술 방면에서 빛을 바랬던 때도 없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 시기에 나타나고 활동했던 예술가들 대부분 예수나 성모를 찬양하기 위해 예술활동에 뛰어 들었다. 물론 각 예술가들마나 독특한 기법이 있겠지만, 그들의 하나 같은 테마는 '예수'와 '성모'였다. 하지만 나는 책에 나온 그림을 보면서 르네상스가 과연 서양의 기독교 융성을 위한 것이었겠는가에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 하나, 그림에 나타난 성모와 아기 예수는 하나 같이 혈색이 좋고, 고고하다. 권위마저 느껴진다. 이것은어찌보면 기독교의 실제적 역사와는 조금은 다르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그 시대에 나타난 그림들을 보라. 시쳇말로 럭셔리 하다. 색감도 그렇고, 하나 같이 풍성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다못해 예수님 고난을 그린 그림조차 슬프다 못해 처절함이 느껴지기 보다, 어떻게 이렇게 럭셔리 할 수가 있지! 또 다른 면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예수 고난상을 나타내는데 있어서 처절함이 느껴지려면 리얼리티어야겠지만, 그 시대는 풍부하고도 고급스런 이미지만을 강조했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그것은 그 시대의 예술이라는 것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했다기 보다 있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지고 그들의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호사가를 위한 예술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러니 나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강력한 신심에 의해서 예술 또한 그러했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하나 부러움은 있다. 르네상스 예술에 관심있는 여간내기가 아니고서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과연 이 예술이 일반대중에게 먹힐까 싶은 엉뚱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르네상스는 영원하다. 서양사에 있어서 어느 방면의 역사를 들추더라도(문화사든, 예술사든) 르네상스는 꼭 거쳐가야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그것은 어쩌면 엄밀한 의미에서 역사가의 몫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그 시대의 당대를 풍미했던 호사가들에 의해 전승 발전해 오지 않았을까를 생각해 본다(맞거나 틀리거나.). 어쨌거나 그렇게 보존이 되고 어느 한 나라만을 위한 역사적 유물이 아닌 전 세계적 유물이 되었는데,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말은 하면서 과연 우린 우리의 것을 전 세계에 알릴만한 재원이 있는 것일까?

왜 제목을 <르네상스의 비밀>로 했는지 저자에게 묻고 싶긴 한다. 물론 이 책을 통해 분명 내가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됐지만 그것이 비밀스럽기 까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역시 예술사나 미학에 관한 책들은 좀 어렵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져 이 방면의 대중을 위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은 르네상스에 대한 나름 예비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 책은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글쎄, 비싼 책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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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3-0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이 좀 그랬습니다^^;;;

프레이야 2007-03-07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싼 책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 그맘 이해합니다.^^
표지만 봐도 럭셔리 하네요.

은비뫼 2007-03-08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제목이 문제입니다. 아무튼 책장에 밀어넣기 힘든 터라 책상에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서평 잘 읽었습니다. ^^

stella.K 2007-03-0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고맙습니다, 님들. 이렇게 댓글 많이 받아 보기는 정말 오랫만이군요.^^

행인 2012-01-29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쓰셨네요~!이 책 사려고하는데 고민이 많이되서 리뷰를 찾아봤는데 별로 쓴사람이 없더라구요 ㅋㅋ 그래서 알라딘에 들렸는데 리뷰가 하나같이 다 길어서 도움이 많이됐어요~ 특히 첫단락 비유랑 마지막에 글쎄, 비싼 책이라 그런가?! 가 참 인상깊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