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물상] ‘안나 카레니나’
  • 강인선 논설위원 insun@chosun.com
     

    • “행복한 가정은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괴로워하는 법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이렇게 시작된다. 남편이 프랑스 가정교사와 바람난 것을 안 아내 안나는 한집에 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집안은 뒤죽박죽이 된다. 안나는 청년 귀족과 연애를 시작하지만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톨스토이는 7년 집필 끝에 1869년 ‘전쟁과 평화’를 탈고한 뒤 정신적 탈진에 빠졌다. 창작의 기쁨도 느끼지 못했고 결혼생활도 이전처럼 행복하지 않았다. 신경은 곤두섰고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그리스어 공부에만 매달려 아내의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 4년 방황 끝에 쓰기 시작한 작품이 ‘안나 카레니나’다. 그래서인지 그의 펜은 무거웠다. 그는 한 편지에 “이 소설은 지루하고 저속하다”고 썼다. “안나가 너무 지겹다. 마치 떫은 무를 계속 먹는 것 같다”고 했다. 작업은 5년이나 계속됐다.

      ▶‘안나 카레니나’는 그러나 당시 러시아 사회상을 다각도로 비춘 최고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불륜 드라마를 넘어 1861년 러시아 농노해방 이후 결혼과 가족 문제를 포함한 당대 새로운 사회상과 풍속을 150명이 넘는 등장인물을 통해 생생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로맹 롤랑은 “구성이 ‘전쟁과 평화’보다 완벽하다”고 했고, 토마스 만은 “세계 문학에서 가장 위대한 사회소설”이라고 했다.

      ▶130년이 흘러 미국의 한 출판사가 스티븐 킹, 톰 울프 같은 미국·영국·호주 유명 작가 125명에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문학작품 10권씩을 선정해달라”고 했다. 여기서도 ‘안나 카레니나’는 최고였다. ‘전쟁과 평화’도 2위 ‘보바리 부인’(플로베르)에 이어 3위에 올라 톨스토이는 영어권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됐다. 최근 미국에 고전 읽기 열풍을 일으킨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도 ‘안나 카레니나’를 “최고의 러브 스토리”로 꼽았다.

      ▶스탕달은 “소설이란 거리로 들고 다니는 거울”이라고 했다. 소설의 존재 이유가 인간과 인생의 재현임을 말하는 명언이다. 톨스토이에 대한 고리키의 찬사 역시 모든 것을 생생히 되살려내는 그의 능력을 말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세계 전체다. 그는 한 세기에 걸쳐 체험한 것들을 놀라운 진실성과 힘과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안나 카레니나’가 시대와 언어권을 초월해 찬사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달팽이 2007-02-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싶었는데요.
    또 님의 글로서 욕망이 이는 것을 봅니다.

    stella.K 2007-02-2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마음에만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 글 읽고 하루종일 아른거려서 혼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