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래리 양

출연: 량예팅(홍시야) 왕쯔이(한총) 외 

 

언제 이 영화가 개봉했는지 모르겠다. 개봉 연도를 보니 지난 2016년이다. 전혀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봤다. 이 영화는 중국의 소설가 거수이핑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겼다. 난 아직 작가의 작품을 읽지 못 했다. 

 

사실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중국은 중국만의 독특한 뭔가가 있다. 뭐랄까? 단순하면서도 감정을 숨기지 않는 직설화법이라고 해야하나? 더구나 도시가 아닌 농촌을 배경으로 할수록 그런 느낌은 더 강하다. 그래서 스토리를 다룸에 있어 결코 세련됐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묘하게도 어느새 동화하게 만든다. 이 영화도 그렇다. 산과 그 마을을 배경으로 했으니 산촌이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장대한 산을 보는 건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묘미다.

            

         
    

이 영화는 얼핏보면 가부장의 폐해와 그 속에서 이루지 못한 한 여인의 불행을 다룬 것 같지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중국의 1980년 대 그것도 산촌의 여성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살았겠는가를 단적인 예로 보여준 한편의 페미니즘으로도 보인다.

 

가부장은 말이 좋아 가부장이지 그건 여성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쓰여왔다. 더구나 배우지 못하고 의식이 깨이지 못한 남자들에겐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영화의 주인공 홍시아가 그렇다. 유년 시절은 남부럽지 않은 부유한 가장에서 공주로 자랐지만 그녀는 그 어린 날 산촌에 살고 있는 라홍에게 유괴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혀가 잘리고, 커서는 그와 강제로 결혼에 성적으로도 폭력에 시달린다. 그런 남편이 한총이 놓은 오소리 덧에 걸려 목숨을 잃는 건 그녀에겐 차라리 행운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혀가 잘렸으니 말을 할 수도 없겠지만, 그걸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총은 실수라고는 하나 어쨌든 사람을 죽였으니 경찰에 자수를 해야겠지만 뭐 때문인지 마을 사람들은 한총이 경찰서에 가는대신 홍시아를 돌봐주라고 한다. 아무리 말 못하는 장애를 지녔다고는 하나 홍시아는 말만 못했다 뿐이지 고운 여자였다. 돌봐주고 도움을 받고 하는 사이 정분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악한 남편에게 시달림을 받았다면 남자가 싫을 법도 하건만 역시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 받으란 말은 맞는 말일까? 한총이 자신에게 잘 해주니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나중에 밝혀지지만 라홍이 죽은 결정적인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홍시아가 그렇게 한 것이다. 물론 한총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자신이 감옥에 가려고 했지만 이렇게 밝혀진 이상 현실을 되돌릴 수는 없다.

 

물론 나중에 홍시아가 정상이 참작이 됐는지는 알길이 없다. 법대로라면 분명 홍시아는 살인자지만 그녀가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엔 분명 라홍의 죄가 있다. 영화는 중국 사회가 얼마나 남성위주인지 다시 말해 여성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이렇게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이 상징하는 바는 꽤 의미있어 보인다. 그것은 여자가 울다의 은유라는 걸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홍시아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어디 홍시아 하나뿐이랴? 유사이래 억압 받은 여성의 한은 산처럼 쌓여 메아리칠 것만 같다. 우리는 그 많은 여성의 한 그중 하나를 우리는 봤을 뿐이다.

 

영화가 참 인상적이다. 주인공을 맡은 량예팅은 처음 보는 배운데 연기를 제법 잘한다. 이제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는 가고 세대 교체를 한 느낌이다.  라홍이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 조그만 여자 아이의 혀를 자른다는 설정은 너무 자극적이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것을 빼면 단순한 이야기인데 뭔가의 저력을 느끼게 한다. 중국 영화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잔상이 오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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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11-12 18:4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죠.
언제쯤 사는 것이 좋아질런지...ㅠ

중국은 그렇긴 해도 들여다 보면 들여다 볼수록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것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18-11-16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통해서 세상살이가 어느 나라든 비슷하다는 것,
고전을 통해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각 작품마다 개별적으로 특수성을 가지면서도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이겠지요.
(너무 늦은 밤에 방문했어요, ㅋ)

stella.K 2018-11-16 11:2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언니가 오신 시각에 저는 M 본부에서 하는
<문화사색>를 보려고 TV를 켜놓고 있었죠.
한 주 동안 우리나라 문화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건데
본방을 그 시간에 하더라구요.
주일 날 아침 일찍 재방도 했었는데 지금은 엉뚱한 걸 하더군요.
전 그 프로가 되게 좋더라구요. 근데 그건 TV 다시보기로는 안해요.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