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간에 걸쳐 tv 다시보기로 이 드라마를 봤다. 

알다시피 이 드라마는 일본의 드라마를 각색한 작품이다. 일본은 이미 미미 여사를 비롯해 일군의 사회파 미스터리를 쓰는 작가가 있지만, 드라마에서도 이런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가 있구나 약간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드라마에서의 특징은 핏줄로 맺어진 직계가족이 아니라 유사가족이 그 배경을 이루고 있다. 입양되거나 유괴를 통해 전혀 핏줄로 연결되어지지 않는다. 보다보면 예전처럼 핏줄로 이어진 보수적인 가족 형태는 점점 중요하지 않거나 사라질 거란 암울한 암시마저 갖게 한다. 내가 왜 이런 표현을 쓰냐면, 핏줄로 맺어진 아니 그것을 중시하는 가족일수록 지금까지 너무 많은 고통당하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이혼이 늘고 재혼에 삼혼까지 늘어나는 추세라면 예전처럼 초혼에서 이루어진 가족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그랬을 때 앞으로 우리의 가족은 어떤 형태를 띌 것인가? 드라마는 바로 이점을 주목했던 것 같다. 그렇게 변화된 또 변화할 세상에서 모성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것은 아닐지? 

 

사실 세상에 어떤 여자도 완벽히 준비된 상황에서 엄마가 되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완벽히 준비된 엄마는 주인공 강수진의 양모인 영화 배우 차영신 정도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녀 조차도 처음부터 엄마의 길을 알고 갔던 건 아니라고 고백한다. 즉 엄마는 처음부터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  

 

그녀는 성공한 영화 배우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었다. 그래서 수진 외에도 두 명의 아이를 더 입양한 완벽한 커리어우먼이고 비혼모다. 그녀에게 완벽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정도랄까? 하지만 그도 문제는 안 돼 보인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어차피 세상은 이제 핏줄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다. 그러니까 드라마는 내내 모성이란 건 출산에 있지 않고 알지 못하는 어떤 운명적 만남과 기르는 과정에서 생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비해 의도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핏줄에 의한 모녀 관계는 자꾸만 상처 받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것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혜나와 그녀의 생모 자영이다. 자영은 원치않는 임신으로 애를 낳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당했다. 또 그로인해 불안하고 분열적인 양육 태도로 혜나를 키웠고 그에 따라 혜나는 학대와 방임을 반복하며 산다. 그런 점에서 배우 차영신과 자영이 다른 점은, 영신은 비혼모지만 자영은 미혼모라는 점이다. 

 

적어도 이 드라마에선 비혼모는 결혼은 하지 않으면서 아이를 자의적으로  키운다는 것이고, 미혼모는 원치 않는 임신로 인해 아이를 낳아 불안한 환경속에서 키운다는 것이다. 또한 비혼모는 아버지가 없이도 아이를 얼마든지 잘 키웠고, 미혼모는 상대 남자에게 버림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방치된 약자다.

 

차영신은 남편 대신 자신의 비서겸 아이들을 지켜 줄 집사 재범을 고용할 뿐이다. 문득 차영신의 집을 보면 몇해 전에 읽은 샬롯 퍼킨스의 <허랜드>가 생각이 난다. 제목에서도 암시하듯 그곳은 여자들만 사는 나라다. 그것의 축소판 내지는 또 다른 변형이 이 드라마의 영신의 집이라는 것이다.

 

런 이상 사회의 전제는 경제력이다. 그것은 한 나라를 또한 한 가정을 이루는 주춧돌이다. 여성들이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 결혼을 굳이 하려하지 않는다는 건 거의 자명하다. 지금도 적지 않은 많은 여성들이 아이는 원하지만 남편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남자는 자신의 나라 또는 가정을 지키는 방패막 내지는 집사 정도로 밖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건 꼭 여자의 성공여부와 상관이 없어보이기도 하다. 유사이래로 여자가 시집을 가야했던 이유중 하나는 남편의 보호였으니까. 대신 댓가는 결코 작지 않았다. 남자의 아기를 낳아야 하고, 남자와 그의 집안에서 있을지도 모를 온갖 학대와 수모를 견뎌야 한다는  전제도 포함이 된다. 그러나 여자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근거가 마련이 되면 남자의 위상은 그렇게 규정되어 진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수진이 혜나를 유괴해 쫓기는 입장이 되고 영신의 집으로 피신해 들어갈 때 영신은 무조건 누구의 아이냐고 다그쳐 묻지 않고 모성으로 품어주고, 그녀가 쫓기는 상황이라는 걸 알았을 때 여성 특유의 기지를 발휘해 보호해 주고 법정에선 옹호까지 한다. 즉 여성 특유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비해 작가는 혜나의 생모 자영을 끊임없이 불행한 인물로 몰고가고 있는데, 그게 단순히 생모 즉 핏줄의 개념을 부인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뭔가의 의미가 더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지금까지 핏줄로 맺어진 모녀관계는 사회의 무관심으로 인해 끊임없이 상처받아 왔음을 드러마는 각인시키려 했던 것 같다. 그녀는 아이를 잃어버린 피해자지만 동시에 아이를 학대 방치했다는 점에서 법에서 자유하지 못하다. 누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당연 남자고, 남자며, 남자다. 생물학적이며,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집행권한을 행사하며, 아이를 방임하고, 아이를 유괴한 여자를 법 아래 세우려고 하는 남자 말이다.     

 

남자에 의해 가정을 세우고 지켜지는 시대는 종식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 그렇게 됐을까? 이미 핏줄로 연결된 가족 형태가 와해됐을 때부터일 것이다. 그러니까 예전에 가족중 누가 아이들 데리고 들어오면 누구의 아이냐고 묻던, 그것이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그건 남자의 질문이지 여자의 질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영신은 수진에게 혜나의 존재에 대해 묻지 않았던 것이고.

 

어쨌거나 핏줄에 의한 가부장적 가족 형태는 그 힘을 상실했다. 그렇다고 아이를 낳을 수 없고 기를 수 없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 국가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 남자들은 이제 가부장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고, 여자 역시도 혼자의 몸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원하든 원치 않던 한 여자가 임신을 했다. 남자가 책임을 져야하는 데 책임을 지지 않는다.(이제 남자에게 그것을 묻는 것도 고루해 보인다.) 그랬을 때 여자는 언제까지 불행한 미혼모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남자가 죽일 놈이든 살릴 놈이든 그것의 판단은 차치하고, 먼저 국가가 신속하게 이 모자를 보호해 주고 사는데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데 드라마는, 어쨌든 혜나의 생모는 아동학대죄를 지었고, 수진은 혜나를 자신의 삶에 떠 안았지만 그러는 순간 아동 유괴범이 됐다. 남성을 상징하는 국가 공권력은 이 두 여자를 어떻게 해서든 법의 심판대에 세우려 했고, 실제로 세웠다. 하지만 그 순간 국민을 수호해야 하는 공권력은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무능함을 드러낸다.  

 

인구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언제까지 나라를 지키고 보호하는 걸 남자에게만 맡길 것인지 모르겠다. 그것은 꼭 국방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국가의 모든 면에서 소외되어 왔다. 그런 여자들이 아이를 낳아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에 헌신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이번 정권도 아이의 양육 수당이나 모자 보건에 힘을 쓰는 모양새를 취하긴 한다. 하지만 정작 미혼모 보호엔 여전히 미온적이다. 언제까지 여자가 남자의 동의나 도움없이 아기를 낳는 걸 부끄러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왜 그들이 미혼모의 자식이란 이유만으로 사회의 그늘속에 방치되고 범죄에 노출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들도 똑같은 대한민국의 자식인데 말이다.  

 

샬롯 퍼킨스는 국가가 아이들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것을 자신의 소설에서 이미 오래 전에 주장했다. 이것에 우리나라는 얼마나 동의할지 모르겠다. 그녀의 소설이 20세기 초에 나온 것을 생각하면 이미 100년이나 된 질문이다. 거기에 아직도 대답을 못하고 있으니 과연 우리나라 만세다. 그러나 어느 때가 되면 그에 합당한 대답을 해야할 것이다. 반드시. 그때가 되면 미혼모란 말은 우리 사전에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대신 비혼모가 그 자리를 대치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이 드라마는 묻는다. 모성이 개인을 구원할 수 있느냐고. 거기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건 아니지만 희망적인 물음을 하고 있기는 하다. 그것은 모성을 포함한 여성성이다. 여성성은 연대하고, 연합하길 좋아하며, 인내하고, 생명을 품고 나눈다. 그러기 때문에 드라마의 차영신의 집과  소설 <허랜드>는 세상의 어떠한 오해와 질시속에서도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었다. 

 

링컨은 그렇게 말했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고. 그 말은 훌륭한 말 같긴 하지만 언제나 유효하진 않다. 그때는 그 말이 통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적어도 우리 여성들은 국가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하고 요구해야 한다.

 

물론 그런다고 국가가 신속하게 움직일 거라고 기대해선 안 될 것이다. 오랫동안 가부장에 매어있던 나라다. 그 역사가 무려 5천년이 넘는다. 그런데 비해 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기 시작한 건 100년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연대부터 하라. 드라마의 마지막회를 보면 혜나가 그처럼 많은 엄마를 감당할 수 있을까란 대사가 나온다. 그러니만큼 혜나가 많은 유사 엄마를 거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엄마는 꼭 하나여야할 필요가 있을까? 될 수 있으면 엄마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게 연대의 의미도 된다는 소리니까.

 

내 아이, 남 아이 나누지 말고, 우리 아이로 서로 돌봐야 한다. 미혼모가 애를 낳거든 손가락질부터 하지말고 나라 위해 크게 될 아이라고 격려부터 해 줘라. 그건 다 우리도 가부장의 사고에 길들여졌던 결과일 뿐이다. 그것에 지지 말아야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이제 여자가 해야한다.

 

드라마가 다소 억지스런면도 없지 않지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혜나 역을 맡은 허율이란 아이의 연기가 볼만하다. 김새론 이후 연기신동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특별히 차영신 역을 맡은 이혜영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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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7-21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 문화와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이 많아지면 소외되는 대상이 성소수자예요. 성소수자는 결혼하기 어려워요. 대통령이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나중에’ 생각해보겠다고 말씀하셨으니 성소수자가 ‘국민’으로서 국가 정책 혜택을 누리는 사회가 실현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해요. ^^;;

stella.K 2018-07-22 19:35   좋아요 0 | URL
근데 미혼모 문제는 시급하다고 생각해.
적어도 그들이 사회의 냉대는 받지 말아야지.
미혼모 문제라기 보단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나라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솔직히 미국이나 유럽만해도
미성년자가 아기를 낳아도 학교 탁아방에
아이를 맡기고 공부를 한다잖아.
우리나라는 학교부터 그만 두거나 휴학을 해야 해.
고등학교나 대학에 탁아방이 있는 걸 상상을 못하는 거지.
이제 여성이 아이를 낳는 건, 미성년일 때 낳거나
가임기 때 아기를 낳지 않거나 양극단을 보일 거라구.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데.
난 이 드라마가 뭔가의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더라구.

페크(pek0501) 2018-07-2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더, 봤어요. 다 보진 못했고 반 정도 본 것 같아요. 괜찮았어요. 아이를 낳은 어머니가 꼭 아이를 키우는 게 최선은 아닌 경우에 해당했지요.

stella.K 2018-07-23 10:17   좋아요 1 | URL
이 드라마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요.
핏줄을 중시하는 가부장적 사고 방식은 이제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가장 흔한 소재
탄생의 비밀 같은 이런 거 그만하고
정말 사회의 문제가 될만한 걸 발굴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많은 것들을 시사하죠.
마저 보셨으면 해요.
이보영, 허율, 이혜영의 연기가 정말 좋아요.
그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어요.^^

후애(厚愛) 2018-07-2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못 봤지만 책으로는 꼭 봐야겠어요.^^
더위조심하시고, 물 자주 드세요.^^

stella.K 2018-07-24 17:59   좋아요 0 | URL
네. 꼭 보세요.
고맙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