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현상의 순전히 주관적인 성격을이해하며, 또 세상에서 이름이 동일한 자와 구별되는 추가적인 인간을 만들어 내는 창조 유형과, 이 추가적인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대부분이 바로 우리 자신에게서 나온 것임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마도 극소수인 듯하다.  - P81

인과관계란 가능한 거의모든 결과를 만들어 내며, 따라서 우리가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도 만들어 낸다. 이 작업은 우리 욕망이나 —— 빨리 진행하려고 하면 도리어 방해가 되는 - 삶 자체로 인해 더욱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욕망이나 삶이 멈추었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 P86

우리 누구나 자신의 말이나 동작이 어느 정도까지 타인에게 보이는지를 정확히 계산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중요성을 지나치게 과장할까 봐 두려워서, 또 타인에 의해 형성된 추억이 그들이 사는 동안 차지하게 될 부분을 지나치게 큰 비율로 확대하면서, 우리는 우리 말이나 태도의 부차적인 부분들이 거의 상대방의 의식 속으로 뚫고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상상하는데, 하물며 우리가 함께 대화를나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리라고는 더더욱 상상하지 못한다. 

죄를 지은 범인이 자신이 했던 말을 나중에 정정할 때, 그 정정한 말을 다른 어떤 증언과도 대조할 수 없다고여긴다면 바로 이런 가정에 근거한다.  - P96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의 저 탐색하고 불안해하며 요구가 많은 태도, 다음 날 만남에 대한 희망을 줄지혹은 빼앗아 갈지 모르는 말에 대한 기다림, 그 말이 말해질때까지 동시에 또는 번갈아 나타나는 기쁨과 절망의 상상, 이모든 것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우리 주의를 지나치게 동요하게 만들어 그 사람에 대한 어떤 선명한 이미지도 포착할 수없게 한다. 어쩌면 또한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이 모든 감각 활동들이 우리 시선만으로 감각 너머에 존재하는 걸 알려고 애쓰면서 수많은 형태나 온갖 맛, 그 살아 있는 사람의 움직임에는 너무도 무관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을 때라야 우리는 그 사람의 움직임을 고정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움직인다. 따라서 우리에겐 언제나 실패한 사진만이 있다.  - P117

그 관용적인 의미와 달리 신경증자란 자기 말을 가장 조금듣는 사람일 것이다. 그들은 마음속에서 아주 많은 소리를 듣지만 그런 소리를 두려워하는 게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나중에는 더 이상 어떤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그들의 신경계는 그저 눈이 내릴 듯한 날씨나 또는 다른 아파트로이사 가는 경우에도 마치 큰 병이라도 난 듯 자주 "살려 주세요!"라고 외치기 때문에, 나중에는 이런 경고에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밴다. 마치 죽어 가면서도 격렬한 전투 중이라 위험 신호를 깨닫지 못하고 며칠 더 건강한 사람처럼 생활할 수 있다고 느끼는 병사같이 말이다.  - P126

행복, 질베르트를 통한 행복이야말로 내가 줄곧 생각해 왔던, 내 마음을 완전히 차지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회화에 대해 ‘코사 멘탈레(cosa mentale)‘ 라고 했던 것 아닌가.

우리 생각은 글자로 덮인 종이 한 장을 단번에 소화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나는 이내 편지를 생각했고편지는 내 몽상의 대상이 되었고 또한 ‘코사 멘탈레‘가 되었으며, 그래서 오 분마다 다시 읽고 어느새 키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편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나는 내 행복을 깨달았다. - P135

스완은 내가 흥미 있을만하다고 생각되는 미술품과 책 들을 보여 주었는데, 나는그 작품들이 루브르 박물관이나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것보다 무한히 아름답다는 걸 미리 확신했지만, 그 작품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는 없었다. 그런 순간에 스완의 집사가 내 시계나 넥타이핀, 장화를 달라고 하거나, 자기를 내 유산 상속인으로 인정하는 증명서에 서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해도 난기쁘게 수락했을 것이다. 속어로 가장 멋지게 표현해 본다면, 나는 "내가 뭘 하는지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 P150

‘테라 인코그니타‘


‘낯선 지대‘를 뜻하는 라틴어 - P165

주석* 나폴레옹 시대 이전에는 프랑스 귀족 간에 서열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통적으로는 오래된 가문이나 영지 소유 여부가 작위의 호칭보다 더 중요했다. 따라서 파리 백작인 오를레앙 공이 백작이라는 칭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아들인 공작보다 더 높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귀족 작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오데트는 일반 기준인 대공, 공작, 백작, 후작의 순위에 따라 서열을 매기는실수를 범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대공 또는 왕자라고 옮긴 prince는 본래는왕가의 직계 자손만을 의미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 P167

주석* 프랑스어로 ‘기억(mémoire)‘은 흔히 사물을 환기하는 능력을 가리키며, 추억(souvenir)‘은 이런 능력의 실행으로 나타나는 결과를 가리킨다. 이 두 단어는종종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하며, souvenir가 사물을 회상하는 행위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경우 기억은 보다 중요하거나 광의의 모호한 대상과 관계되며,
추억은 비교적 협의의 구체적인 대상과 관계된다고 설명된다.(『동의어 사전』, 라루스, 1977, 374쪽 참조.) - P184

이를테면 거리감이나 안개 탓에 어렴풋한 부분밖에 들어오지 않는 역사 기념물처럼 내게는 소나타 전체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바로 여기서 시간 속에서 구현되는 다른 작품도 다 마찬가지지만, 이런 작품의 인식과 관계된 우수가 연유한다. 소나타 안에 가장 깊숙이 감추어졌던 부분이 내게 드러나면서 내가 처음 알아보고 좋아했던 것이 습관에 의해 내 감성 영역 밖으로 끌려가면서 나로부터 빠져나가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나타가 가져다주는 모든 것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지만, 난 한 번도 소나타를 완전히 소유할 수 없었다. 소나타에는 우리 삶과 닮은 데가 있다. 그러나 우리 삶보다 덜 환멸스러운 이 위대한 걸작은 처음부터 작품이 가진 최상의 것을 주지는 않는다. - P186

예언이 실현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예언자의 초라한지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삶에 가능성을 불러들이거나 배제하는 일은 반드시 천재의 능력에만 속하지않기 때문이다. 천재이면서도 철도나 비행기의 미래를 믿거나 믿지 않을 수 있으며, 위대한 심리학자이면서도 자기 정부나 친구의 위선을 - 가장 평범한 사람도 그들의 배신을 예측할 수 있는데 - 깨닫지 못할 수 있다.
- P189

목소리는 가면 아래서 나오는 것이어서 우리가문체를 통해 발견한 얼굴이라 할지라도 처음 순간에는 알아보지 못하는 법이다.  - P219

천재든 그저 재능이 뛰어난 자든 그들을 탄생시키는 것은 남들보다 탁월한 지적 요소나 사회적 세련미가 아니라, 그런 요소를 변형하고 전환하는 능력이다. 전구로 액체를 데우려면 가능한 가장 전력이 센 전구를 사용하려고 할 게 아니라, 그 전구가 빛을 그만 내고 대신 열을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늘을날아다니기 위해서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 필요한 게 아니라그 엔진이 지면을 달리던 걸 멈추고 따라가던 방향을 수직 방향으로 돌려 수평적 속력을 모두 상승력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가장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이들은 가장세련된 환경에서 살고 가장 재치 있는 화술과 가장 폭넓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갑자기 그들 자신만을 위해 살기를멈추고 자신의 개성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만들어, 비록 현재의 삶이 사회적으로 또 어떤 점에서는 지적인 면에서조차 초라하다 할지라도 그 삶을 거울에 반영하는 자이다. 

천재란 사물을 반영하는 능력에서 나오지 반영된 광경의 내적인 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젊은 베르고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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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9 0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 보니까 책 내용이 떠오르는거 같아요 😄 제 읽시찾 책은 연필로 완전 밑줄 투성이에요 ㅋ

청아 2021-07-19 09:12   좋아요 2 | URL
저는 북마크 스티커 투성이예요ㅋㅋㅋ😊
 

그리하여 그는 내게 현인 멘토의 위엄 있는 친절함과 젊은아나카르시스의 열렬한 호기심을 동시에 증명해 보였다.
- P51

* 멘토는 오디세우스의 친구이자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의 가정교사로서, 아테나 여신이 이 현인으로 가장해서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찾아 나선 텔레마코스를 도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많은 작품을 낳았으며, 그중에서도 프루스트는 17세기 작가 폐들롱 (Fénelon, 1651~1715)이 쓴 『텔레마크의 모험』과특히 ‘멘토‘를 아나카르시스(아나카르시스의 그리스 여행』)와 연결한 18세기바르텔레미(Barthélemy, 1792~1835) 사제의 『텔레마크를 참조한 것처럼 보인다. 아나카르시스(Anacharsis)는 고대 그리스를 관통하면서 다양한 인식과 지혜에 입문한 인물로 순수함과 자연으로의 회귀를 상징한다.
- P51

그는 문학에 대해, 마치 로마나 드레스덴의 고급 사교장에서 만나 아주 좋은 추억을 간직했지만 지금은 삶의 여러 다양한 의무 때문에 거의 만나지 못하는 어느 존경할 만한 매혹적인 여인에대해 말하듯이 아주 공손하게 말했다.  - P52

같은 시대에 속한 것들은 모두가 닮는 법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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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16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미미님 드디어 ✌️ ̆̈권 남았네요 ᵔᴥᵔ

청아 2021-07-16 22:36   좋아요 2 | URL
헤헤~♡ 다시 빠져들어가 보려구요!! 🤭

새파랑 2021-07-17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신기 ~ 저 이 글 보기 전에 8권 시작 했는데 😄
 

「안녕히 계세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친구!」이반 알렉세예비치는 말했다. 당신의 호의와 친절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당신께서 베푼 친절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당신도, 당신 따님도 좋은 사람들이에요. 여러분들 모두가 선량하고 쾌활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에요……. 너무훌륭한 분들이라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를 정도입니다!」넘치는 감정과 방금 마신 과실주의 영향 때문에 아그뇨프는 신학생이 말하는 투로 가락을 실어 말하고 있었다.
감동에 복받친 그는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도 모자라서 눈을 찡긋거리며 어깨마저 움찔거렸다. 쿠즈네초프역시 술기운에 감정이 넘쳐서 젊은이에게 몸을 기울이고입을 맞추었다.

(이런 상황에 부끄러움은 취하지 않은 사람들 몫이지ㅋㅋㅋㅋㅋ) - P90

지평선 위에 두루미들이 가물거리고, 산들바람이 이들의 애원하는 듯한 혹은 기뻐하는 듯한 울음을 실어오기도했지만 몇 분 뒤에는 아무리 애써 푸른 저편을 응시해도점 하나 보이지 않고,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바로 이처럼 사람들의 얼굴이나 말도 삶 속에서 명멸하다가는 과기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것이다.  - P91

팔월의 달밤에 깔린 안개를 바라보면서 아그뇨프는 자연 그대로가 아닌 꾸며진 무대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느낌은 아마도 생전 처음인 듯했다.

(이런 느낌 나도 어렴풋이 느낀 기억이 있다.
찰나를 놓치는 일반인들과 그것을 포착하는 작가들. 그 차이가 위대한 문학을 드러내겠지!) - P93

아그뇨프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쿠즈네초프의 딸인 베라였다. 이 스물한 살 난 처녀는 늘 수심에 잠겨 있었으며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다녔지만 재치 있는 여성이었다. 공상을 즐기고 하루 종일 누워서 손에 잡히는 책은 무엇이든느긋하게 읽으며 따분해하고 우울해하는 아가씨, 이런 아가씨들은 대체로 아무렇게나 차려입는 법이다. 자연으로부터 미적인 취미와 본능을 부여받은 이 아가씨들에게 부주의한 옷차림은 오히려 특별한 매력을 가져다준다. 

(베라! 이름도 예쁘닷) - P93

 이 치마의주름과 숄에서는 한없는 느긋함과 가정의 평화, 그리고 안온함이 배어나왔다. 아그뇨프가 베라의 단추 하나하나, 주름 하나하나에서 따뜻하고 편안하고 단순한 무언가를 읽을수 있었던 까닭은 아마도 그녀가 마음에 들어서였을 것이다. 그것은 진실되지 않거나 아름다움에 둔감한 차가운 여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선량하고 시적인 그 무엇이었다.
- P94

베로치카의 드러난 머리와 숄을 바라보는 사이 아그뇨프의 기억 속에서는 지난봄과 여름의 나날들이 하나씩 하나씩 되살아났다.
그것은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자신의 잿빛 방으로부터 멀리떨어져 착한 사람들의 친절과 자연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즐기며 보낸 시간이었다. 행복에 겨운 그는 아침놀이 저녁놀로 바뀌는 것도 몰랐으며, 처음에는 종달새가, 그 다음은 메추리, 뒤이어 뜸부기가 여름의 끝을 예고하듯 차례차례 울음을 멈춘 것도 모르고 지낸 것이다……. 시간 가는줄도 모를 만큼 행복하고 편안한 생활이었다.……. 부자도

(베로치카를 베라라고도 부르는구나!) - P97

구름아래로는 종달새가 은방울 같은 울음소리를 허공 속으로뿌리며 바삐 날아다녔고, 푸르러 가는 전답 위로는 갈까마귀가 고고하게 날개를 흔들며 선회하고 있었다.
- P98

침을 튀기고 주먹으로 책상을 쾅쾅 두드리며 끝없이 계속되던 전형적인 러시아식 논쟁들이 기억났다. 서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남의 말에 끼어들고 스스로 앞에 했던 말과 모순되는 주장을 일삼으며 닥치는 대로 주제를 바꿔가면서 두세 시간씩 계속되는 그런 논쟁 끝에 사람들은 웃으며 말하곤 한다. - P99

이별과 과실주에서 비롯된 우수, 온정과 감상적인 기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날카롭고 거북한 소심증이 그 자리를 채웠다.  - P103

울고 웃으며 그리고 속눈썹에 영근 눈물 방울을 반짝이며 그녀는 말했다. 처음 알게 된 날부터 그의 독창성과 지성과 선량하고 영리한 눈빛, 그의 일과 인생의 목적에 감탄했으며, 그를 열렬하게, 미칠 듯이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고, 여름날정원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현관에 놓인 그의 망토를 보거나 멀리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그녀의 심장은 행복한 기대로 서늘해졌다고, 그가 던지는 싱거운 농담들조차도 그녀를 깔깔 웃게 만들었으며, 그의 공책에 적힌 숫자 하나하나에서 지적이고 위대한 무언가가 느껴졌고, 그의 옹이 투성이 지팡이까지도 그녀에게는 근사한나무로 만든 물건처럼 보였다고.
- P104

이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느낌은 묘한 것이었다. 마샤가나의 마음속에서 불러일으킨 것은 욕망도, 열광도, 쾌감도아니었으며 어떤 달콤하면서도 괴로운 슬픔이었다. 그것은무어라 규정할 수 없는, 마치 꿈처럼 모호한 슬픔이었다.

(영화 ‘달콤한 인생‘이 떠오른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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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7-17 2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체호프 단편집 표지의 그림을 보니까, 전에 이 그림을 두고 설명한 내용 읽었던 것이 생각나네요.
아는 만큼 더 많이 보인다고 하는 말도 생각나고요.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 설명을 읽어서인지, 한 번 더 시선이 가는 것 같아서요.
주말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1-07-18 1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광팬이에요. 이렇게 흥미로운 소설집을 만나기가 쉽지 않더군요.
반복해 듣고 싶어서 오디오북을 찾아 봤는데 제작되지 않았나 봐요.

청아 2021-07-18 13:59   좋아요 0 | URL
아 오디오북이 있으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겠네요!! 더 다양한 작품들이 녹음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 책의 몇몇 작품들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요~♡
 

「우리 인생이나 저승 세계나 매한가지로 불가해하고 무섭습니다. 유령을 두려워하는 자라면 나도, 저 불빛들도, 그리고 저 하늘도 두려워해야 마땅하지. 왜냐하면 이 모두가잘 생각해 보면 저승의 망령들만큼이나 불가해하고 환상적이니까. 햄릿 왕자가 자살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혹시라도죽음 뒤의 꿈속에서 망령들이 나타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오.  - P19

그녀의 목소리와 창백한 얼굴은 분노를 담고 있었지만그 눈은 부드럽고 열정적인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 나는 이 아름다운 존재를 나의 소유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나는 그녀가 지금껏 본 적이없는 찬란한 황금빛 눈썹을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그녀를 품에 안고 애무하고 그 눈부신 머릿결을 쓰다듬을
수 있다고 상상하니 갑자기 너무나 꿈만 같아서 나는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아 어떻게 이렇게 쓰지? 특히 눈을 감았다니..
역시 오디오와 활자는 느낌이 다르닷) - P30

나는 내 방으로 갔다. 테이블 위의 책 옆에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모자가 놓여 있었고 그것은 나에게 그의 우정을 상기시켜 주었다. 나는 단장을 들고 정원으로 나갔다.
거기에는 벌써 안개가 피어올랐다. 아까 강에서 보았던 그키 크고 홀쭉한 망령들이 나무와 덤불 사이를 배회하며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이들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응? 누구랑???)

평소와 다르게 투명한 공기 속에서 잎사귀 한 잎 한잎, 이슬방울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구별되어 보였다. 그모두가 몽롱한 정적 속에서 나에게 미소 짓고 있었다. 초록색 벤치를 지나가다가 나는 셰익스피어 연극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달빛은 여기 벤치 위에서 저토록 달콤하게 잠들었구나!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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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16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 연극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저도! 오늘 셰익스피어의 연극 한구절(한편/두편)을 떠올렸는데!!

체호프의 단편들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읽으면 그 느낌이 ✌이지만

미미님이 밑줄 쫘악 쳐주시는거 따라 읽는것도 재미 ✌

청아 2021-07-16 00:52   좋아요 2 | URL
어쩐지 통한 느낌이네요😉
아 스콧님이 올려주신 글 읽었는데 셰익스피어도 그렇고 후반 발췌문들 다 좋아서 아침에 맑은 정신으루 다시 읽어보려구요! 으앗~결국엔 셰익스피어인가요~ㅎㅎ💕

새파랑 2021-07-16 06: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다시 읽으려고 꺼냈어요 😊 역시 밑줄장인 미미님~!!

청아 2021-07-16 09:25   좋아요 2 | URL
너무 재밌어요!! 놓지 않았으면 밤새야 했을 뻔 🤦‍♀️
 


P.38 보르헤스에게 현실의 정수는 책 속에 있었다.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그 알맹이였다. 그는 수천 년 전에 시작돼서 한 번도 끝난 적이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인식했다. 책은 과거를 복원했다."시간이 지나면 모든 시는 만가(輓歌)가 된다"고 그는 내게 말했다.

처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접하게 된 것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나서였다. 이 작품을 애정하는 분들은 어쩌다 보니 흑화 된 눈먼 수도사 호르헤가 다름아닌 보르헤스를 모델로 한 인물임을 잘 알 것이다. 에코의 이 작품이 1980년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 숀코너리 주연으로 개봉한 동명의 영화가 1989년 개봉했으니 86년 사망한 보르헤스는 적어도 자신이 모델로 들어간 소설 '장미의 이름'에 대해서는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직접 읽을 수 없던 호르헤 수도사의 운명과 선택도 기구했지만 보르헤스가 유전적 요인으로 30살에 앞을 못보게 된 것도 문학을 사랑하는 그에게 크나큰 불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신 신(神)은 그에게 뛰어난 기억력을 선물했다. 


P.38 그곳의 지형을 알지는 못해도 살갗으로 지리를 읽는 것 같다. 한 번도 펼쳐본 적이 없는 책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 뭐랄까, 장인의 직관 같은 것이 지금 만지는 책의 내용을 알려주는지, 분명히 눈으로는 읽을 수 없는 그 책의 제목과 이름을 판독해낸다. 이 늙은 사서와 그의 책 사이에는 생리학의 법칙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어떤 관계가 존재한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물론 신간은 예외였겠지만 그렇다 해도 무수한 책의 세계를 감안할 때 이것만으로도 그의 기억력이 어느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보르헤스는 어릴 때부터 언어습득에 관한 천재성을 보이며 영어,스페인어등을 함께 배웠고 10살의 나이에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스페인어로 옮겨 언어와 문학적 재능을 동시에 드러낸다. 환상문학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수많은 작품과 시집을 남겼다. 이 책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은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이 십대시절 보르헤스가 즐겨가던 '피그말리온'이란 서점에서 일하다가 보르헤스의 부탁으로 일주일에 두 세번 책을 읽어주던 시절을 회생하며 남긴 작품이다.


P.99 그는 작가는 누구나 두 개의 작품을 남긴다고 말한다. 글로 쓴 것과 자신의 이미지, 이 둘은 끝까지 서로를 좇고 좇는다.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건 최소한 하나에서라도 가치 있는 결말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겠지, 응?" 그러고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인다. "하지만 얼마나 확신할 수 있겠어?"


작가이자 영미문학 교수,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이기도 했던 보르헤스는 페론 정부가 다시 집권하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 유럽과 미국의 대학에서 문학 강연을 하며 살아간다. 이런 스승과의 추억을 가진 기분은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했던 나는 망구엘의 기억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보르헤스의 문학에 대한 사랑과 온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팔레르모에 가보고 싶다.


P.103 보르헤스는 '다른 사람들이 우주라고 부르는 무한한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알려 주었고, 이제 보르헤스라는 미로 속으로 기꺼이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을 위해,망구엘은 거울 속에 떠오르는 보르헤스의 머나먼 눈을 가만히 응시한다. 보르헤스는 망구엘에게 세계를 담아내는 한 권의 책이었고 <보르헤스에게 가는길>은 망구엘이 마음을 담아 쓴 아름다운 기억의 각주이며, 눈을 감고 그려낸 한 장의 스케치이다. 

-옮긴이.강수정

*이타카:그리스 서쪽의 섬, 신화의 오디세우스(율리시스)의 고향.



주문한 책의 일부가 도착했다. 깨알자랑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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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15 13:4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1등 댓글 찜! ♡

청아 2021-07-15 13:50   좋아요 6 | URL
☆┏┯@%@%@%
┏┛□┗@%@%
┗⊙━━⊙♡┛=3
1등에게 감사선물로
안개꽃 가득 실은 미니쿠퍼ㅋㅋㅋ💕

scott 2021-07-15 15:56   좋아요 4 | URL
미미님이 발췌 하신 첫 ! 문장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미미님의 이타카는 책TOP,그리고 북플인것 같습니다.
보르헤스의 작품은 수천년동안 이어져 왔던 책들의 미로 속에 길잡이,지식의 온기가 담긴 지식 세계의 나침반 입니다.

미미님 사진속 책들 리뷰 올리 실 날만 손꼽아 기다립니다.🖐🖐🖐🖐🖐
  ∧_∧
  ( ・ω・)=つ≡つ
  (っ ≡つ=つ ᵗʰᵃⁿᵏs tᵒ
./   )
( / ̄∪땡튜 날릴 준비!

청아 2021-07-15 15:49   좋아요 4 | URL
역시 스콧님은 금세 이 작품의 의미를 꽤뚫어보심👍👍함께 책을 사랑하고 좋은 책을 발굴해주시는 스콧님과 북플 친구분들이 있기에 이 이타카는 동시에 파라다이스예요!!🤭

페넬로페 2021-07-15 14: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작가들이 많이 언급하는 작가중 한 명이 보르헤스인데 이 분의 책이 왠지 어려울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요즘 관심가는 망구엘의 책이라 관심가네요.

청아 2021-07-15 14:49   좋아요 6 | URL
저는 <픽션들>이 어려울것 같아 여태 가지고만 있었는데 오늘 어찌어찌 알고보니 흥미로운 내용이더라구요! 이 나쁜 ‘선입견‘이란 녀석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7-15 14:46   좋아요 4 | URL
잠깐 착각했어요 ㅎㅎ
정정했어요^^

청아 2021-07-15 14:4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저도요ㅋㅋㅋ

새파랑 2021-07-15 15: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Top3~!!

새파랑 2021-07-15 15:25   좋아요 6 | URL
˝이타카˝ 제목이 딱 맞는 글이네요. 미미님의 고향은 책이 맞는듯~👍👍
책 리스트가 엄청나네요. 추가 주문이 의심스럽습니다🤔

청아 2021-07-15 15:44   좋아요 6 | URL
ㅋㅋㅋㅋㅋ그럼 여러분은 제 고향친구들이네요!! 지난번 ‘정말정말 마지막‘구매 책 중 일부입니다. 믿어주세요!😔ㅋㅋㅋ

mini74 2021-07-15 18: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깨알 자랑이 더 눈에 쏙! 들어오는 ㅎㅎㅎ 저도 고향친구할래요 ㅎㅎ

청아 2021-07-15 18:18   좋아요 3 | URL
미니님도 참! 미니님은 고향친구 중에서도 제가 질척거리는 최애 멤버 중 한명인걸요!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7-15 2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닛! 저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읽었는데, 호르헤가 보르헤스를 모델오 한 건 왜 몰랐을까요? 정말 미미님의 읽기는 한 단계 높은 고오급 읽기군요~ 인정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같이 가욤~~🙆
깨알 자랑에서 티보네 사람들의 위용이 드러나네요~👍👍

청아 2021-07-15 20:38   좋아요 3 | URL
아 툐툐님 읽으셨군요!! 너무 좋아서 검색해보니 정보가 있더라구요. 우리 같이 유럽을 걍 접수해버릴까요?!😍
궈궈씽!(레삭매냐님식영어ㅋㅋㅋ)

붕붕툐툐 2021-07-15 20:56   좋아요 4 | URL
유럽은 우리가 접수한다!!😎

청아 2021-07-15 20:58   좋아요 3 | URL
오예 기다료랍!! 😎

서니데이 2021-07-15 20: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좋아하시나봐요. 옆에 초록색 책이 여러권이네요.
저는 만화책과 패션잡지, 추리소설 같은 것들 좋아하는데.^^;
생각해보니, 움베르토 에코의 책 중에서는 처음 읽은 게 ‘장미의 이름‘이었어요.
처음에는 재미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래되니까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미미님, 더운 하루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청아 2021-07-15 20:41   좋아요 5 | URL
서니데이님도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저는 넘 좋아해서 두 번 읽었어요~♡♡ 저 지금읽는 책 아래에 만화책 두 권 깔고 있어요!(대기 중인 책에 대한 애정ㅋ) 저녁은 좀 선선해 다행이네요. 굿밤되세요!😉

희선 2021-07-17 03: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토 에코 소설 《장미의 이름》 읽어보려다 그만뒀습니다 그 소설에 나오는 호르헤가 보르헤스를 모델로 한 거였군요 유전으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됐는데도 다른 사람한테 책을 읽어달라고 했더군요 그것도 있지만 기억력이 아주 좋았군요

미미 님이 사신 책이 와서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앞으로 한권씩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청아 2021-07-17 06:27   좋아요 3 | URL
네ㅎㅎ 상황이 그렇다보니 주로 어머님이 읽어주시고 책을 집필하는데도 도움을 받았대요. 그 외 많은 사람들에게도 읽어달라고 했는데 그 중 한 명이 작가가 되어 추억을 되살린거죠.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읽을 책들 보면 항상 설레요!
희선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7-17 07:31   좋아요 3 | URL
보르헤스의 작품집 [픽션들]에 실린 단편 <바벨의 도서관> 이 <장미의 이름>을 연상하게 해요

청아 2021-07-17 07:47   좋아요 3 | URL
그렇군요! 더 궁금하네요😊
빨리 읽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1-07-19 23: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엄청난 책목록이군요! 그런데 주문의 일부만 도착했다는 거 실화인가요?
보르헤스는 참 언젠가 읽어야지 하면서도 계속 못 읽어보네요..

청아 2021-07-19 23:54   좋아요 2 | URL
ㅋㅋㅋ같은 날 추가로 시킨 책 중 일부가 재고가 없었어요. 이 책도 좋고 그의 강연 내용을 담은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