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이나 저승 세계나 매한가지로 불가해하고 무섭습니다. 유령을 두려워하는 자라면 나도, 저 불빛들도, 그리고 저 하늘도 두려워해야 마땅하지. 왜냐하면 이 모두가잘 생각해 보면 저승의 망령들만큼이나 불가해하고 환상적이니까. 햄릿 왕자가 자살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혹시라도죽음 뒤의 꿈속에서 망령들이 나타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오. - P19
그녀의 목소리와 창백한 얼굴은 분노를 담고 있었지만그 눈은 부드럽고 열정적인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 나는 이 아름다운 존재를 나의 소유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나는 그녀가 지금껏 본 적이없는 찬란한 황금빛 눈썹을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그녀를 품에 안고 애무하고 그 눈부신 머릿결을 쓰다듬을 수 있다고 상상하니 갑자기 너무나 꿈만 같아서 나는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아 어떻게 이렇게 쓰지? 특히 눈을 감았다니.. 역시 오디오와 활자는 느낌이 다르닷) - P30
나는 내 방으로 갔다. 테이블 위의 책 옆에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모자가 놓여 있었고 그것은 나에게 그의 우정을 상기시켜 주었다. 나는 단장을 들고 정원으로 나갔다. 거기에는 벌써 안개가 피어올랐다. 아까 강에서 보았던 그키 크고 홀쭉한 망령들이 나무와 덤불 사이를 배회하며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이들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응? 누구랑???)
평소와 다르게 투명한 공기 속에서 잎사귀 한 잎 한잎, 이슬방울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구별되어 보였다. 그모두가 몽롱한 정적 속에서 나에게 미소 짓고 있었다. 초록색 벤치를 지나가다가 나는 셰익스피어 연극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달빛은 여기 벤치 위에서 저토록 달콤하게 잠들었구나!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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