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에게 어떤 지명들은 재난과 동의어였다. 뉴올리언스에서는 허리케인의 흔적을 볼 수 있고, 뉴질랜드에서는 도시를 폭삭 무너뜨린 대지진을 훔쳐볼 수 있고, 체르노빌에서는 핵 누출로생긴 유령 마을과 낙진으로 생긴 붉은 숲을, 브라질의 빈민가에서는 경제 재앙의 현실을, 스리랑카나 일본, 푸껫에서는 쓰나미의 위력을,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를 경험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재난이 없는 도시는 없었다. 재난은 우울증 같은 거라 어디에잠재했다. 자극이 임계점을 넘으면 그 우울증이 곪아 터지기도 하지만, 용케 숨어 한평생을 마무리하는경우도 있다.
- P12

전 세계적으로 진도 5.0이상의 지진이 매년 900건가량 일어나고, 매년 300개가량의 크고 작은 화산이 터진다는 사실이 요나에겐 신호등이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혹은 그 반대로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자연재해로사망한 인구는 20만 명에 가까웠다. 근 10년간 연평균 사망자수가 10만 명 정도였던 것을 보면, 재난의 빈도와 강도는 점점 또렷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방지가능한 재난의 종류도 늘어났지만, 동시에 새로운 재난들도계속 생겨나고 있었다.  - P13

저멀리 흰 사막과 검푸른 야자나무 숲의 경계가 두 가지 색 국기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푸른 바다가 등장하면서 삼색 국기가 되더니 곧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색감으로분류되었다. 사막은 스스로 분열하듯이 수많은 색들을 만들어 냈다. 

사막에도 채도와 명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막을말할 때에 수만 가지 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모래의 색에 따라 사막의 색도 달라지면서 이름이 달라졌다.

흰모래사막이 있는가 하면 붉은모래사막이 있었다. 같은 이름의 사막도 그 위에 구름이 얼마나 덮고 있느냐, 구름 위로햇살이 내리쬐느냐 아니냐에 따라 색이 달라졌다. 재난이 휩쓸고 간 지역이 어쩌면 이렇게 평온해 보일 수가 있을까, 요나는 사막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P49

계속 폴이 들러붙고 있었다. 폴과 파울의 철자가 같다는생각이 들자 요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또 한 번 불편한집단 속으로 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요나는정글의 비상 연락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수중에 여권과 지갑이 없다는 것, 가방 주머니에서 천진하게 나뒹굴던 잔돈 몇푼이 전부라는 사실이 요나를 두렵게 했다. 퇴근한 김과는 생각보다 쉽게 통화가 이루어졌는데, 요나는 곧 그렇게 쉽게 연결된 통화가 원망스러워졌다.
- P103

나도 모르는 메일이라니. 요나는 초조한 기색을 숨기느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좌우로 흔들었다.
"여러모로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지금 손을 떼면 안 됩니다. 아직 보실 게 많이 남아 있습니다."
매니저의 말이 곧 요나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정글에 바친시간이 얼만데, 주말도 반납하고 수치심까지 묻어 두고 일했는데, 그런 내게서 손을 뗀단 말인가.
- P106

싱크홀은 왕복 5차선 도로도 5분 안에 먹어 치울 수 있다.
입이 큰 뱀이 집채만 한 개구리를 꿀꺽 삼키듯, 두 개의 구멍은 어느 마을의 소박한 운동회를 집어삼킬 수 있다. 시간은이제 수챗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하수처럼 그 일을 향해 빨려 들어갈 것이다. 이미 그 소용돌이가 시작되었다. 요나는 단지 합류할지 그만둘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 P124

무이는 요나와 여러모로 처지가 비슷했지만, 요나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
- P134

나는 리모컨의 Do not disturb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방갈로의 눈꺼풀은 내려가지 않았다. 아무리 눌러도 리모컨은 작동하지 않았다. 눈은 이제 요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말을하고 있었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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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4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제 취항에 맞을까 궁금합니다 🙄 미미님 리뷰가 기대됩니다~!!

청아 2021-09-04 19:54   좋아요 2 | URL
좋아하실지 분명치 않은 책이예요. 읽으실 책이 많으니 섣불리 추천하기도 그렇고요. 도서관 예약이 꽉차서 한달정도 기다린 책이긴해요. 상을 많이 받았더라구요. 상징적인 사건이 담겨있어요🙄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가 미국의 공격을 받았어. 미국의 최신 미사일이 삽시간에 이라크를 불바다로 만들었지.
당시 이라크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이었는데, 미국은 그가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대량 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세계 여러 나라를 위협할 위험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단다. 

하지만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하는 데 필요한 유엔의 결의를 끌어내지는못했어. 그래서 국제연합의 지원 없이 미국과 영국이 주도해서단독으로 전쟁을 벌인 거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과 두 아들은 48시간 내이라크를 나가라" 라는 유명한 선전포고를 한 후 이라크를 공격했어.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가 동맹국으로 이 전쟁에 참가했고, 한국도 2004년에 3,000명이 넘는 자이툰 부대를 파병했단다.  - P179

그러나 미국이 말하던 대량 살상 무기는 나오지 않았어. 미국은 그래도 어딘가에 그 무기가 있어서 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협한다고 기세등등했어. 미국이 주장한 살상 무기는 지금까지 이라크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단다. 대량 살상 무기는 처음부터이라크에 없었다는 이야기지.
- P180

미국은 석유뿐만 아니라 무기 사업에도 열중했단다. 막대한 돈이 무기를 구입해 사용하는 데 들어갔지. 물론 그것은 나라마다전쟁 분담금이라는 명목으로 받은 돈과 석유를 판 돈으로 충당할수 있었어. 미국의 군수회사들은 이렇게 전쟁으로 먹고살아. 무기를 팔기 위해 전쟁을 원하지. 안타깝지만 이라크는 바로 그런 구도에서 희생되었단다.
- P180

사실 이라크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나라란다. 너무도 유명한동화 <신드바드의 모험>에 나오는 신드바드가 바로 이라크 사람이고,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열려라 참깨‘ 이야기의 배경도이라크야.  - P181

주변의 아랍 국가에서 미국에 당하기만 하던 이라크를돕기 위해 많은 전사가 이라크로 들어오기 시작했어. 아랍말로이렇게 싸우는 전사를 무자헤딘이라고 부르는데, 무자헤딘은 자살 폭탄 테러를 비롯해 강력한 무기로 미군을 공격했어. 이슬람 무장 조직인 알카에다까지 들어오자 이라크는 날이 갈수록 더 큰 전쟁에 휩싸이게 되었단다. - P189

이라크는 어느새 ‘납치의 나라‘ 라는 오명까지 얻었어. 처음엔무자헤딘이 외국인을 주로 납치하더니 나중에는 기자와 돈 있는이라크 사람도 납치 대상이 되었어. 우리나라도 가나무역 직원인김선일 씨가 알카에다와 연관된 무자헤딘에 납치되어 참수당하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지. 

그때 나는 바그다드에서 이 사건을 취재했는데,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너무 아픈 경험이었어. 이처럼납치를 하는 세력 중에는 미군과 연합군에 이라크를 떠나라고 정치적인 요구를 하는 세력도 있지만, 단순히 돈만 노리고 납치하는 세력도 생겨났단다.
- P189

 이라크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외부에서 유입된 무자헤딘이나 알카에다를 찾아내서 소탕작전을 벌이는 시민조직을만들었어.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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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9-04 1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 저, 이 책 며칠 전 구매해서 가지고 있어요.
빨리 읽어야 할 텐데. 저는 한 박자 늦겠습니다.

청아 2021-09-04 18:18   좋아요 2 | URL
으흐흐흐~~ㅋㅋㅋ잘하셨네요~♡ 아직 읽는 중이지만 몇 번 더 읽어서 알아두고 싶을만큼 흥미를 끄는 내용들 가득이예요! 많이들 읽어보심 좋겠어요.
 

얼마전 정치 관련 뉴스를 보는데 한 의원이 정부부처 직원을 만나 질의응답을 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나왔다. 그 의원은 해당 직원의 답변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언성을 높이며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듣자고 부른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두 사람의 대화의 앞 뒤 맥락을 살펴봐야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 직원이 핑계처럼 원론적 이야기를 꺼내 항의를 받은 것일 수 있으니)이 때 이 장면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들은 선거철을 앞두면 온갖 지키지 못할 공약과 더불어 원론적인 이야기를 내세운다. 그러는 와중에 ‘국가‘를 들먹이고 ‘국민‘을 들먹여 자신의 설득력을 높이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거철이 끝나면 각종 핑계를 대가며 그야말로 자신들만의 ‘현실정치‘로 돌아온다는 느낌이든다. 그러다가 상대 정당을 비판할때는 다시 원론적인 이유를 들먹이며 지적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 알랭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를 읽은 어떤 분이 자신은 현직기자인데 알랭드 보통이 너무 기자의 현실을 모른다고 리뷰에 써 놓은 글을 읽었다. 맥락상 그 분이 하는 이야기를 전부 쌩뚱맞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알랭드 보통과 같은 철학자.학자들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학자들의 역할이다.그들은 그런 것을 끝없이 연구하고 질문을 던져 주어야 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본질을 놓치지않을 수 있도록. 등대지기가 되어야하는게 학자들의 역할이 아닐까. 많은 문제가 본질에서 멀어질 때 붉어진다.





기자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이 하나 있어요.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본령에 대해 말하는 학자들의 강의나 분석을 굉장히 무시하거든요. ‘저 사람들은 현장을 몰라, 취재현장을 잘 모르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하는 거야‘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중요한 순간에는그런 저널리즘의 본령, 진실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는 정신에 투철한 언론사가 결국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되죠. 현장 논리에 입각해 뉴스의 본령보다는 스피디한 편집, CG 등 포장에만 신경쓰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 했던 방송뉴스 트렌드에JTBC가 경종을 울렸다고 봐요.
- P135

단기적으로 봤을 때 김재철(金在哲) 씨처럼 협찬을 많이 따오면 수익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 효과가 당장은 있을지모르지만 그게 반복되면 내부 조직을 망가뜨릴 수밖에 없고, 국민신뢰도 저하로 이어져요. 신뢰도가 떨어지면 광고는 당연히 떨어지는 거고, 장기적으로 보면 경영이 다운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게 MBC에서 입증됐다고 봐요.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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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9-03 15: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요기도 1등~~~^^ 스캇님 따라하기~~~^^

청아 2021-09-03 16:01   좋아요 5 | URL
리뷰도 아닌 몇자 끄적인건데 아이참 감사해요~♡헤헷😍

행복한책읽기 2021-09-03 16:04   좋아요 7 | URL
슬프게도 손석희 자리 비우자 jtbc 가 울린 경종. 그 소리가 약해졌구요. MBC는 사장 교체했는데도 옛 기량을 찾지 못하더라구요. ㅠㅠ 미미님 정곡을 찌르심. 기자와 학자의 역할은 다르죠. 근데. 보통이 저런 책을 썼다구요?? 또 몰랐단 말인가요. 또 검색 돌입!!^^

청아 2021-09-03 16:17   좋아요 6 | URL
그러게 말이예요!! 너무 안타까워요. 힘빠진느낌이 분명있고 MBC도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듯 합니다. 알랭드보통의 책 저는 너무 좋았어요.이 책 가지고 손석희의 뉴스룸도 나왔었고요.😉

scott 2021-09-03 16:41   좋아요 6 | URL
알랭 보통 말에 의하면 뉴스는 겁먹고 동요하고 괴로워하는 대중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매체로 대중들이 방출되는 뉴스를 보고 들으면서 충격을 받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정계 비리나 사회적 범죄 같은 사건들을 내보내는 데 전념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온한 세상, 시대를 원치 않는다고,,,

청아 2021-09-03 16:48   좋아요 4 | URL
스콧님은 모르는게 없으심~♡👍♡

새파랑 2021-09-03 16: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양보 2등~!! 저도 미미님 말에 공감합니다.의원이라고 소리지리고 화내는걸 보면 국민을 대표해서 그러는건지 그냥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더라구요🙄

청아 2021-09-03 16:47   좋아요 4 | URL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국민‘을 이용하고 그로인해 얻은 권력은 결국 본인들 위해 쓰니 자기들 위에는 아무도 없다고 보는 듯 해요 하...🤔

scott 2021-09-03 16: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2등 모조리 양보

∧_∧
(il´‐ω‐)ヘ
∩,,__⌒つっ3등 자리 확보!

청아 2021-09-03 16:49   좋아요 4 | URL
감사해요~♡스콧님!🙆‍♀️

페넬로페 2021-09-03 16: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국회의원들 나와서 토론하고 질의응답하는것을 절대 보지 않습니다.
물론 회피하면 안되는데 보고 있으면 제 혈관이 터질것 같아서요 ㅠㅠ

청아 2021-09-03 16:51   좋아요 5 | URL
안보는게 정신건강에 이롭죠~♡ ㅋㅋ코미디프로에서 정치인들 풍자가 사라진게 많이 아쉬워요!

초딩 2021-09-03 16: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단 국회의원님들은 필요할 때만 원론적인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정말
녹화했다가 나중에 다르게 말하면 징벌 줘야할 것 겉아요 ㅎㅎ

청아 2021-09-03 17:13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그렇죠~♡ 상당수가 무기징역?ㅋ 너무 뻔뻔하게 웃겨 정치가 코미디를 죽였다는 얘기도 하는가 봅니다.

mini74 2021-09-03 17: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코미디프로가 망한 이유가 있다고 하죠 ㅎㅎ 질문도 답도 뱅뱅 돌고 서로 듣지 않고 떠드는 그들을 보면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청아 2021-09-03 17:16   좋아요 6 | URL
미니님 찌찌뽕~♡ㅎㅎ 어쩔땐 속터지고 어쩔땐 기가막혀 웃음밖에 안나오더라구요. 이럴때 일수록 코미디에서도 풍자로 비판해줘야하는데 거의 사라져서 참

서니데이 2021-09-03 2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랭드 보통의 그 책 읽었어요. 많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가 보는 뉴스와 기자가 보는 뉴스는 그만큼 다르겠지요. 서로 가까이 있는 거리가 다르잖아요.
미미님, 이제 9월입니다. 좋은일들 가득하고 매일 행복한 한 달 되세요.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청아 2021-09-03 23:46   좋아요 2 | URL
오 서니데이님도 읽어보셨군요~♡♡♡ 반갑네요!! 저도 재밌었고 나중에 다시 보고싶은 책이예요ㅎㅎ서니데이님도 9월 한달 더 건강하고 더 기운나고 행복한 시간들로 가득 채우시길 바랍니다😉
 

결국은 MBC 4500억짜리 신사옥으로 결정된거구나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sisahunter&logNo=130093295914








권태선 

미국 대선 때 가짜 뉴스 및 극우언론이 창궐했고 그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까. 그것에 대해 알아보려고 제가 지난 4월 미국에 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어요. 그중 한분은 가짜 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연대활동을 펼치는 시민단체 소속이었어요. 그분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데는 주류언론이 일반 시민들과의 연결점을 잃어버린 탓도 있다는 지적을 하시더라고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CNN 등의 매체들은 대중이 자질도 능력도 형편없이 떨어지는 트럼프를 선택할 것으로는 생각도 못했지요. 그 전문가는 주류언론에서 일하는 언론인들이 대부분 엘리트층이었기 때문에 러스트벨트(Rust Belt) 주민들의 실상과 그들의 분노의 깊이를 제대로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게 진보언론이 ‘가르치려고 든다는 측면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닌가 해요. 또 다루는 주제나 글쓰기 방식도 일반 시민의 공감을 얻기에 부족한 부분도 있고요 - P90

언론계의 성차별

권태선 입사 때부터 그랬습니다. 저는 한국일보사 35기로 입사했는데, 성적도 꽤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일보‘가아니라 ‘코리아타임스‘로 배치됐어요. 그것부터 차별이라고 느꼈지요. 그리고 우리 때는 여자는 문화부 · 외신부·생활부에 보내고,
경찰서 출입도 못했어요. 

1988년 한겨레신문사에 와서는 민족국제부로 배치됐고, 정기적으로 밤샘 야근을 해야 했어요. 그때 아이가 둘이었는데, 국장님께서 "야야, 애 엄마가 야근을 해서 어쩌노"
그러시더라고요. 나름대로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었는데도.
- P91

부장급 가운데 여자가 한명 있거나 두명 있거나 하는상황이 대부분이니까 편집회의에서 기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무의식적으로 성차별 인식을 드러내는 경우도 없지 않았어요. 제가 유일한 여성 부장일 때 "나의 발언권은 50퍼센트다"라고 주장했어요. 편집위원회의 남성 구성원 발언권 전체와 내 발언권은 동급이라고요. 그런 것들을 시정하는 역할을 했죠.
- P93

박성제 

요즘은 여성 편집국장도 많이 나오고, 여성 시경캡(경찰서 출입기자들을 관리·감독하는 중견 기자)도 나왔죠. 이렇게 우수한 여성 기자들이 일단 요직에 진출하는 선례는 만들어졌지만, 한편으로는이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방송의 경우 여성 기자를 뽑을 때 외모를 많이 봐요. 

젊은 사회부 여성 기자들이 스타가 되어 활약하고 언론계에서 여성 언론인들의 역할이 커진 건 분명한데, 상품화한다‘ ‘눈요기로 쓰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게 사실이에요.
사실 여기자‘ 라는 말 자체가 문제가 있는 말이기도 하잖아요.
- P93

여사라는 말이 존칭이 아니라기보다,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는 표현이라는 것 때문에오랫동안 신문 등에서 여성 인물을 설명할 때, ‘권태선(여, ○○세)‘ 라는 식으로 표기했어요. 이것은 ‘신문에 나올 수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남성이고 예외적으로여성이 등장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성차별적이라 여겨 우리는 쓰지 않았어요. 그 맥락에서 여사라는말도 쓰지 말자고 해서 안 쓴 거였고요. 그런 측면에서 여기자‘라는 말도 부적절합니다. 그냥 기자죠.
- P94

저는 우리도 독일 공영방송과 같은 지배구조를 만들어보면 어떨가 싶습니다. 사회 각 부분을 대표하는 50여명의 시청자 위원 가운데 10여명 정도의 이사들을 뽑고, 그이사들이 사장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지요.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을 대폭 줄이고 그야말로 국민 전체의 뜻에 응답하는공영방송이 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현재는 이사회가 사장 후보를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 - P95

 2016년 보도본부를 책임졌던 분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정부 관련 보도의 균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KBS는 국가기간방송이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지원할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너무 황당해서 어떻게 정부와 국가가 동일하냐, 진정한 국가기간방송이라면 정부의 정책에 대해 시시비비를 엄정하게 따져 바른 길로 가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했지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더군요. 그렇게 방송을 만드니 신뢰도가 추락할 수밖에 없지요.
- P95

언론인은 내가 언론을 통해서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언론관‘이 분명히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KBS에 와서 얘기를 나눠보니, PD 가운데 정권으로 간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기자들은 9시 뉴스를 하다 말고 청와대로 뛰어가 대변인노릇을 하잖아요. 기자직을 자기 미래의 돌파구로 삼으니까 유착이 생겨요. 무엇보다 언론인의 책무에 대한 인식이 투철한 사람들을 뽑아야 하고, 또 그런 인식을 놓치지 않도록 계속 교육해야 합니다.
- P96

박성제

MBC에 김중배 사장이 있을 때 ‘과연 경영 능력이 있느냐"
하고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자 PD들이 가장 마음 놓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뉴스를 했을 때가김중배 사장이 계실 때였어요. 사실 저는 KBS·MBC 등 공영방송 사장한테 경영능력, CEO로서의 자질을 요구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봐요. 

KBS는 수신료만 올리면 수익이 해결되는 구조잖아요. 수신료는 국민들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판단해야 올려주는 거죠. 

마찬가지로 MBC도 광고 시스템 등에 의해서 수익이 결정되는 것이지 이런저런 사업 벌이고 협찬 따온다고 경영이 좋아지지 않아요. 무엇보다 방송을 잘만들어야죠. 

사장이 방송과 무관한 사업을 벌이는 것이 수익에 큰도움이 안 된다는 게 지금까지 여러차례 드러나지 않았나요?
- P109

최승호 

단기적으로 봤을 때 김재철(金在哲) 씨처럼 협찬을 많이 따오면 수익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 효과가 당장은 있을지모르지만 그게 반복되면 내부 조직을 망가뜨릴 수밖에 없고, 국민신뢰도 저하로 이어져요. 신뢰도가 떨어지면 광고는 당연히 떨어지는 거고, 장기적으로 보면 경영이 다운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게 MBC에서 입증됐다고 봐요. 

🤔🤔🤔🤔🤔 - P109

박성제 최문순 사장이 임기 동안 보도의 자유는 지켜줬지만 8000억짜리 신사옥 건축을 추진하는 등 일을 벌였어요. 제가 노조위원장을 할 때였는데, 사내에서 직원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최 사장이 3년 더하면 보도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경영이 어려워지겠다.
는 판단을 했고, 노조가 사장 연임 반대 입장을 정했죠. 그러니 이분은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본인이 노조위원장 출신인데… 어쨌든 노조가 반대한다는데 억지로 연임을 하겠다고 나설 사람은 아니니까 그만뒀죠. 그러고 나서 2008년 엄기영 씨가 사장이 됐어요.
- P112

박성제 MBC가 망가진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아픈 건 세월호예요.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기레기‘라는 별칭을 확고하게 갖게 됐고 심지어 MBC의 경우는 ‘개쓰레기‘라고 불리게됐죠. MBC의 세월호 보도는 최악이었거든요. 전원구조 오보를먼저 낸 곳도 MBC고요.
- P128

박성제 평범한 사안을 가지고 취재할 때는 어떤 언론사나 비슷한결과물을 내요. 차별화가 별로 안 되죠. 반면 취재환경이 좋지 않은, 비리가 많고 숨기려는 사람이 많은 경우에는 언론사와 기자들의 실력이 드러나요. 세월호 사건의 경우 제대로 훈련받은 기자들이 있는 대형 언론사들이 얼마든지 강점을 발휘할 수 있었어요.
- P131

기자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이 하나 있어요.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본령에 대해 말하는 학자들의 강의나 분석을 굉장히 무시하거든요. ‘저 사람들은 현장을 몰라, 취재현장을 잘 모르는 사람이 저런 말을 하는 거야‘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중요한 순간에는그런 저널리즘의 본령, 진실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는 정신에 투철한 언론사가 결국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되죠. 현장 논리에 입각해 뉴스의 본령보다는 스피디한 편집, CG 등 포장에만 신경쓰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 했던 방송뉴스 트렌드에JTBC가 경종을 울렸다고 봐요.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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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3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밑줄보니 재미있네요 ㅋ 언론계가 좀 더 깨어있을거 같은데도 성차별이나 편견들이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

청아 2021-09-03 13:48   좋아요 1 | URL
네 ‘여기자‘라는 말도 그 근거 중 하나로 보여요. 저도 생각없이 썼던적 있는데 깜짝놀랐어요. ‘남기자‘라는 말은 없으니 말이죠😳
 

지금 언론이 기레기라는 오명을 씻으려면 팩트를 제대로 보도해야 하고, 권력과 자본의 압력에서도 벗어나야 하고, 또 공정하게보도해야 해요. 
가짜 뉴스가 떴을 때는 팩트체크도 해주어야 하고요. 기레기라는 말을 듣지 않는 길이 쉽지는 않아요. 그건 인정해야 합니다. 


- P49

황우석 신화를 깬 게 「PD수첩」이잖아요. 「PD수첩」 팀은 출입처가 없어요. 그리고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그 문제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고요. 제가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만약 최승호 PD와 한학수 PD의 출입처가 각각 정해져있는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황우석 편은 나올 수 없었다." 출입처 시스템에 언론과 기자들이 동화되어 있어요. 한 출입처에 오래 출입하다보면 편향이 생깁니다. 여당에 출입하는 기자와 야당에 출입하는 기자가 싸워요, 정말로.
- P50

페미니즘과 언론

박성제 ㅡ페미니즘 메갈리아 논쟁 관련해서 언론들이 겪었던 얘기를 해봅시다. JTBC도 그랬고, 시사IN · 한겨레 등이 많은 비난을받았죠.

민동기ㅡ 네, 미디어오늘도 그랬고요.

박성제ㅡ 남자들, 특히 젊은 20~30대 남자들이 분노하는 거잖아요.
시사IN 기자들은 억울해하더라고요. 여성혐오 논란을 굉장히 건조하게 분석해도 욕을 먹는 거예요. ‘분노한 남자들‘ 이라는 제호아래 「정의의 파수꾼들? (2016.8.27) 등의 기사를 실었는데 대량 구독해지 사태가 벌어졌죠. ‘메갈 언론‘이라고 부르고요. 나중에는촬영소품용으로 썼던 욱일승천기가 편집국에 놓여 있는 사진을보고 친일 언론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어요. 저는 그걸 보면서 시사IN에 대한 분노가 이 정도였나 하고 깜짝 놀랐어요.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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