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에게 어떤 지명들은 재난과 동의어였다. 뉴올리언스에서는 허리케인의 흔적을 볼 수 있고, 뉴질랜드에서는 도시를 폭삭 무너뜨린 대지진을 훔쳐볼 수 있고, 체르노빌에서는 핵 누출로생긴 유령 마을과 낙진으로 생긴 붉은 숲을, 브라질의 빈민가에서는 경제 재앙의 현실을, 스리랑카나 일본, 푸껫에서는 쓰나미의 위력을,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를 경험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재난이 없는 도시는 없었다. 재난은 우울증 같은 거라 어디에잠재했다. 자극이 임계점을 넘으면 그 우울증이 곪아 터지기도 하지만, 용케 숨어 한평생을 마무리하는경우도 있다.
- P12

전 세계적으로 진도 5.0이상의 지진이 매년 900건가량 일어나고, 매년 300개가량의 크고 작은 화산이 터진다는 사실이 요나에겐 신호등이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혹은 그 반대로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자연재해로사망한 인구는 20만 명에 가까웠다. 근 10년간 연평균 사망자수가 10만 명 정도였던 것을 보면, 재난의 빈도와 강도는 점점 또렷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방지가능한 재난의 종류도 늘어났지만, 동시에 새로운 재난들도계속 생겨나고 있었다.  - P13

저멀리 흰 사막과 검푸른 야자나무 숲의 경계가 두 가지 색 국기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푸른 바다가 등장하면서 삼색 국기가 되더니 곧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색감으로분류되었다. 사막은 스스로 분열하듯이 수많은 색들을 만들어 냈다. 

사막에도 채도와 명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막을말할 때에 수만 가지 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모래의 색에 따라 사막의 색도 달라지면서 이름이 달라졌다.

흰모래사막이 있는가 하면 붉은모래사막이 있었다. 같은 이름의 사막도 그 위에 구름이 얼마나 덮고 있느냐, 구름 위로햇살이 내리쬐느냐 아니냐에 따라 색이 달라졌다. 재난이 휩쓸고 간 지역이 어쩌면 이렇게 평온해 보일 수가 있을까, 요나는 사막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P49

계속 폴이 들러붙고 있었다. 폴과 파울의 철자가 같다는생각이 들자 요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또 한 번 불편한집단 속으로 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요나는정글의 비상 연락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수중에 여권과 지갑이 없다는 것, 가방 주머니에서 천진하게 나뒹굴던 잔돈 몇푼이 전부라는 사실이 요나를 두렵게 했다. 퇴근한 김과는 생각보다 쉽게 통화가 이루어졌는데, 요나는 곧 그렇게 쉽게 연결된 통화가 원망스러워졌다.
- P103

나도 모르는 메일이라니. 요나는 초조한 기색을 숨기느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좌우로 흔들었다.
"여러모로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지금 손을 떼면 안 됩니다. 아직 보실 게 많이 남아 있습니다."
매니저의 말이 곧 요나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정글에 바친시간이 얼만데, 주말도 반납하고 수치심까지 묻어 두고 일했는데, 그런 내게서 손을 뗀단 말인가.
- P106

싱크홀은 왕복 5차선 도로도 5분 안에 먹어 치울 수 있다.
입이 큰 뱀이 집채만 한 개구리를 꿀꺽 삼키듯, 두 개의 구멍은 어느 마을의 소박한 운동회를 집어삼킬 수 있다. 시간은이제 수챗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하수처럼 그 일을 향해 빨려 들어갈 것이다. 이미 그 소용돌이가 시작되었다. 요나는 단지 합류할지 그만둘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 P124

무이는 요나와 여러모로 처지가 비슷했지만, 요나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
- P134

나는 리모컨의 Do not disturb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방갈로의 눈꺼풀은 내려가지 않았다. 아무리 눌러도 리모컨은 작동하지 않았다. 눈은 이제 요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말을하고 있었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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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4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제 취항에 맞을까 궁금합니다 🙄 미미님 리뷰가 기대됩니다~!!

청아 2021-09-04 19:54   좋아요 2 | URL
좋아하실지 분명치 않은 책이예요. 읽으실 책이 많으니 섣불리 추천하기도 그렇고요. 도서관 예약이 꽉차서 한달정도 기다린 책이긴해요. 상을 많이 받았더라구요. 상징적인 사건이 담겨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