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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세상에 사랑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그런 사랑이 아닌, 가슴 한쪽이 아파져 오는 짝사랑이라도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누군가와 사랑을 하기 전, 나는 TV나 영화, 뮤지컬 그리고 책을 보면서 그 속의 주인공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꿈꿔왔었다. 뭐.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고 지금도 그 아픔이 남아있는 탓에, 이성복의 '편지'에서 따온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잘 지내요.' 보다 아프고 그리운 말, '잘 있지 말아요.' 어느새 쌀쌀해진 지금 날씨와 내 마음과 잘 맞아 떨어지는 글귀라 느껴져서 그런지 아직도 그 사람이 자꾸 떠오른다.
<잘 있지 말아요>는 문화평론가인 정여울 작가가 소설부터 시작해서 영화, 뮤지컬, 연극 등 서른일곱 편의 다채로운 사랑이야기를 사랑, 연애, 이별, 인연 이렇게 4개의 주제로 나누어 작가 자신이 배운 소중한 메시지를 갈무리한 책이다. 그중에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폭풍의 언덕>,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오래전에 내가 봤던 명작들과 영화도 있었고, 모르고 있었던 작품도 꽤 많이 있어서 즐겁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내가 놓친 작품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하며 반성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책에 나오는 작품을 미리 읽고 이 책을 만났다면 배경지식이 더해져 이해하기에 좋았을 텐데 말이다.

작가의 시선으로 옮겨진 서른일곱 편의 사랑이야기는 이미 봤던 익숙한 작품이었더라도, 사랑과 이별에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담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이야기에 감탄하고 설레며 책장을 넘기기를 몇 번이고 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지나간 나의 과거와 대면하게 될 때가 있어서 부끄럽기도 했다. 나도 순수하게 사랑을 했던 때가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의 가장 마지막 사랑은 쓰디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나와 같은 아픈 사랑을 겪은 사람들은 다시 사랑하는 것에 주저한다. 다시 같은 아픔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은 비록 영화나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빌어서지만, 괜찮게 사랑하고 이별하는 방법 그리고 힘겹게 헤어진 후 그 사람을 괜찮게 추억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아픔을 잘 이겨나갈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라는 말이 내게는 큰 위안이 되었던 것처럼…. 사랑 때문에 위안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치유와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꼭 읽고 싶었던 작품 몇 가지를 메모해 두었는데, 시간 나면 하나하나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64페이지, 스티븐 크보스크 - 월플라워
찰리. 네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또 누군가에게 기댈 어깨가 되어준다는 건 훌륭한 일이야. 하지만 기댈 어깨가 필요한 게 아니라 어깨를 둘러줄 팔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할 건데? 구석에 가만히 앉아 너의 인생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앞세우고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너도 어떤 행동을 해야 해.